<P>나는 군 생활기간동안 딱 한번 몽둥이를 든 적이 있다.<BR>당시 구타사고로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구타금지 및<BR>가혹행위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였다.</P> <P> </P> <P>앞서도 말했지만 '팔도사나이' 라는 군가가 있듯이 병사들의 인적<BR>구성은 정말 천차만별이다.</P> <P> </P> <P>전국 각지에서 하나도 같은 구석이 없다한들 틀린말이 아닌, 다양한<BR>인격과 인성과 학력과 나이, 외모의 젊은이들을 모아놓은 곳이<BR>바로 군대다.</P> <P> </P> <P>군대는 획일화, 표준화된 사회다.<BR></P> <P>사람은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불행히도 군대는 인간도 표준화 <BR>하기를 요구한다. 계급이 바로 표준화된 인간 분류체계의 대표적인 <BR>예다.</P> <P> </P> <P>그러나 사람을 어찌 사람이 만든 군대라는 시스템으로 규정지을 수 <BR>있을 것인가.</P> <P> </P> <P>악인도 때로는 선행을 하고 인류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도 <BR>찾아보면 분명히 어두운 일면이 있다. 그게 인간이다. 하물며 군복에 <BR>계급장 하나 달아서 입혀 놓는다고 그대로 인간이 규정되어진다는 <BR>것은 어불성설이다.</P> <P> </P> <P>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온 순수한 젊은이들은 아직 풋풋한 나이,<BR>대부분 그의 인성을 위장하여 가리는 방법을 모른다. 보고 배운대로, <BR>자라온 환경대로, 이제 막 마무리되어가는 성격과 인성대로 자신의 <BR>색깔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P> <P> </P> <P>철없는 병사가 있는가 하면 성숙한 병사가 있고 얍삽한 병사가 있는가<BR>하면 손익을 따지지 않는 우직한 병사가 있다. 게으른 병사가 있는가<BR>하면 부지런한 병사가 있고 결이 고운 병사가 있는가 하면 폭력배같이<BR>거친 병사도 있다. 이것은 선악의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P> <P> </P> <P>초급장교라 해도 역시 그들보다 나이를 먹었다 한들 고작 형뻘인 <BR>경우가 대부분. 이런 젊은이가 젊은이를 리드해야 하니 문제가 <BR>발생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P> <P> </P> <P>그러니 문제가 일어났다 해서 귀관의 능력에 대해 낙담할 일은 <BR>아니며 그에 맞게끔 규정에 맞게 대응을 해 나가다 보면 다 요령이 <BR>생긴다.</P> <P> </P> <P>나 자신역시 상황 발생시에 대응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했던 경험이<BR>많았다. 아마 병사들이나 하사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대로 <BR>고문관으로 전역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P> <P> </P> <P>막 창설된 부대라 전국 각지 부대에서 보낸, 나쁘게 말하면 "잉여<BR>병력"으로 구성된 부대여서 초반에는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P> <P>병사들이야 그렇다 쳐도 나이먹고 아직도 하사를 달고 있는 장기하사<BR>들 중 몇은 아주 질이 안좋은 자들이 섞여있어서 애를 먹었다.<BR>(부대내 음주 폭행, 절도 등등)</P> <P><BR>게다가 병력숫자가 아직 채워지지 않아서 병사들의 고생이 말이<BR>아니었고 간부들도 숫자가 적어서 일주일에 두세번씩 당직이<BR>돌아오는데 정말 지긋지긋했다.</P> <P> </P> <P>당시에는 부대 시설물 공사(포상진지 및 탄약고)로 병사들이 아침부터 <BR>저녁까지 풀가동 노가다를 하던 때라서 내가 당직을 때는 무조건 <BR>취침점호를 했었는데 비가 며칠 연속으로 와서 작업을 못 나갔을 때가 <BR>있었다.</P> <P> </P> <P>그래서 간만에 정식 점호를 해 보자고 지시를 했다.</P> <P> </P> <P>혹독한 작업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예정되지 않은 휴식이 주어지면 <BR>병사들은 일탈을 시도한다.</P> <P> </P> <P>휴식과 작업이 계획되어 있다면 그러지 않는데, 언제 다시 힘든 시간이<BR>다시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의 심리란 현재의 달콤함을 최대한<BR>증폭하여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다.</P> <P> </P> <P>통신병 정상병은 짬도 좀 되는 녀석이라 맡긴 임무는 성실하게 잘 <BR>하는데 잘 나가다가 상황이 허술해지면 꼭 딴짓을 하는 버릇이 <BR>있었다.</P> <P> </P> <P>이녀석이 술이 어디서 나서 마셨는지 아예 만취를 해서 침상에 정렬해 <BR>서있는데 아주 비틀비틀 건들거리는게 가관이었다.</P> <P> </P> <P>지금껏 병사들이 피곤하다고 취침점호를 해 왔는데 조금 풀어주었다고<BR>내 점호에 술이 취해서 서 있다니 정말 꼭지가 돌 정도로 화가 났다.</P> <P>당장 내려오라 해서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각목으로 퍽퍽 패버렸다.<BR>그것은 지금도 후회가 되는 나의 과오였다.</P> <P> </P> <P>평소에 큰소리 안내기로 유명한 내가 몽둥이질을 하니 병사들이 많이 <BR>놀랐던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폭력을 이용한 통솔은 아주 좋지 않은 <BR>결과를 낳는다. 자괴감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 한동안 나를 아주 많이<BR>괴롭혔다.</P> <P> </P> <P>참 나도 군생활에 오점이 많았다. 그 얘기는 나중에..</P> <P> </P> <P>군생활 편하게 하려고 장교를 지원했다면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P> <P> </P> <P>젊은이가 또래 젊은이를 통솔하기가 쉬운 줄 아는가? 장교는 병사보다<BR>우월한 별종이라 리더가 될 수 있는게 아니다. 병사들이나 초급장교나<BR>다 똑 같은 젊은이들이다.</P> <P> </P> <P>병사들과 똑 같이, 화산같이 뜨거운 젊은 감정을 한차례 누르고 병사<BR>들보다 매사에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따져 보는것은 결코 쉽지 <BR>않은 일이다.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