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썩은 하수구 냄새는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거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div><br></div> <div>오랜만에 출근을 했는데, 동료가 묻는다. 괜찮니? 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럼 다 괜찮지 뭐. 라고 하자 그래? 하고 넘어갔다. 이 동료는 말이 없는 성격이고 평소에도 '난 신경 안써' 라는 말을 입에 담고 사는 친구라 내가 더이상 말하려고 하지 않자 더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 이후 여자 동료가 나에게 말하길 페이스북에서 고양이 잃어버렸다는 걸 봤다고 무슨 일이냐고, 다들 걱정이 되어서 너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재촉하듯이 묻자 나는 서두를 꺼내기 시작했고, 내가 얘기를 다 끝내기도 전에 그 여자 동료는 금방 주의가 산만해졌다. 그걸 보고 말을 꺼낸 것 자체를 후회했다. 그것 봐. 고양이 따위 나밖에 신경 안쓴다니까... 다시는 고양이 얘기 따위는 일터에서 꺼내지 않기로 했다.</div> <div><br></div> <div><div>나는 요즘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우울증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물이 나고 울컥하고 하루에 몇번씩 눈물을 훔친다. 어제도 그랬다. 일하고 있을 때 바쁠때는 괜찮은데 집에 들어왔을때 나를 반겨주는 고양이가 없고, 거실에서 늘어져 자고 있는 고양이가 없고... 하여간 항상 고양이가 있던 곳에서 고양이가 없다는 게 너무 가슴이 허해서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물이 났다. 침대에 누우면 항상 내 옆에 누워서 자고 애옹거리면서 나를 찾고 밥때되면 밥 달라고 칭얼대는, 자기 존재감 확실한 고양이가 없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다.</div></div> <div><br></div> <div>옛날에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다. <span style="font-size:9pt;">그때 내가 생각한 게 있다. 내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할 게 뻔하니까.. 일부러 할아버지의 마지막 5년을 멀리서만 바라보게 된 나의 처지가 저 하늘 위에 있는 누군가의 고도의 설계가 아닐까 하고. 지금도.. 내가 나의 고양이에게 (엄마말에 따르면) '병적'으로 집착하니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의 바스라지는 멘탈을 위해 또 저 위에 누군가가 일부러 떨어뜨려 놓은 게 아닐까.... </span></div> <div><br></div> <div>이상하게도 할아버지 때보다 더 슬펐다. 하루하루 같이 보내던 친구이고 내 애기이고 그래서 그랬나보다.</div> <div><br></div> <div>다시 탐정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도대체 얼마일거냐고. 주말에 '반나절' 하루가 한화로 약 136만원. 다시말하지만 나는 한달에 약 백만원을 가진 번다. 탐정이 마지막 보루도 아니고 솔직히 이제와서 찾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div> <div><br></div> <div>집에서 누가 보든 말든 눈물을 질질짜고 이유를 말하고 있지 않으니 동생이 드디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꼬치꼬치 캐묻는 동생에게 나는 악다구니를 지르며 화풀이하기 시작했다. 그 고양이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아냐고 너는 하루하루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고 있지만 나는 지옥이라고. 어제 얘기도 해줄까? 어제 드디어 뚱뚱한 노란 고양이를 찾았다고 가서 봤더니 남의 고양이였어. 이딴식으로 삽질하고 돌아올 때 니가 내 기분을 알아?</div> <div><br></div> <div>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은 자기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고, 일단 처음부터 길고양이였으니까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분명 다시 나타날거고 이 근처에 있을거라고 했다. 누가 데려가지는 않을 거라고, 땅이 발에 떨어지기만 하면 몸부림치는 애가 누가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거고, 옥수수밭에서 싸돌아다니다 때가 되면 돌아올거라고, 찾을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말도 일리가 있어 위로가 되었다.</div> <div><br></div> <div>오늘도 비가 온다. 억수로 내린다. 항상 고양이 때문에 조금 열어놓는 창문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 창문을 닫았는데 닫자마다 천둥번개가 쳤다.</div> <div><br></div> <div>다시 고양이라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집에서는 친절하고 배를 보이지만 나가서 길고양이가 된 이상 더이상 그렇게 굴까? 집에서도 아무도 모르는 깜깜한 곳에 숨어있는 고양이가 나가서는 안그럴까? 정말로.. 집주변에 있는 게 아닐까? 남들이 데려간 게 아니고 정말 우리 고양이가 아무리 나가고 싶어도 그렇지..우리 집 주변을 열심히 찾으면 언젠가는 꼭 나오지 않을까.. 아. 다시 볼 수 있다고 전제를 한 거 자체가 내 우울의 시작이었구나. 희망을 가진것 자체가 나를 갉아먹는구나.</div> <div><br></div> <div>지난 이주간 싸워왔던 나의 부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양이는 집을 나갔다. 고양이는 나를 나갔다. <span style="font-size:9pt;">고양이는 집에 없다. 나는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 보더라도 길고양이가 되었을 거고.. 어쨌든, 고양이는 출가를 했다. 다시 보게 된다면 그건 기적일 것이다. 다시 보지 않아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다고 기도하는 게 전부일 것이다.</span></div> <div><br></div> <div>그 사실은 받아들이기로 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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