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으로 만난 분이었는데요<br>만나서 분위좋았다고 생각했고<br>두번째 만났을때 고백해서 사귀었고<br><br>처음부터 전 한전 철탑 시공사 일한다,<br>그쪽은 복지쪽 일한다<br>이야기 나눴고,<br><br> 이후 한전이냐고 물어볼때마다,<br>시공사라고, 전기가 발전소-철탑-변전소-전봇대-가정을<br>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br>철탑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br>변전소에서, 전봇대에서, 각 가정에 계량기 보러 가는 사람도 있다고 몇번이나 얘기 해줬습니다 <br> <br>그후 알콩달콩 연애 잘했다고 생각 했죠<br>제가 데이트때 그림 그려서 선물 하면 정말 좋아해줬고요<br><br>결혼까지 생각해서 <br>오늘 "결혼하고 애낳고 살려면 둘이 400이상은 벌어야 하는데 이것땜에 전직고민이다"라고 했더니<br><br>표정이 이상해지더라구요<br>이상한 표정으로 웃으면서<br><br> " 그럼 얼마벌어?"<br> <br>탁하고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br><br><br>저 - 한달에 200좀 넘게 벌어<br>상대 - 아닌데? 내가 알아본 한전은 훨씬 더 버는데?<br><br>저 - (돈때문에 날 만나나?) 본사에서 나온 감독들도 300정도인데 무슨소리야?<br>상대 - 자기야, 내가 정말로 꼭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는데 자기 한전 맞아?<br>저 - 시공사라고, 한전 철탑시공한다고<br><br> 상대 - 왜 자꾸 말을 똑바로 안해? 자기 거짓말하는거 같아! 자기 공무원 맞아?<br>저 - (내가 월400받는 공무원인줄 알고 만났던건가요?) 아니, 난 공무원아니야. 게다가 한전 본사직원들도 공무원이 아니라 공기업이니까 준공무원이라고<br><br>상대 - 자꾸 어려운말로 했갈리게 하지 말고! 당신 한전일 한다면서! 왜 거짓말해!<br>저 -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전봇대에서 일하시는 분도 한전일하는거고, 계량기 측정 다니시는분도 한전일하는거고, 시공하는 나도 그렇다고? <br>상대 - 아니 한전! 한전!! 자기 공무원도 아니잖아! 왜 속였어! <br> <br>저 - (듣고 싶은것만 듣나ㅠㅠ)시공사라고 계속 얘기했잖아! <br>상대 - 왜 거짓말했어!? 왜!! 자기가 무슨 한전이야! 부모님한테, 친구들한테 부끄럽고 창피해서 어떻게해! 천만다행으로 아직 말안해서 다행이네<br>저 - 시공사라고! <br><br>여기서부터 "부끄럽고 창피한" 이라는 말에 눈물이 막 쏟아지더군요...<br> 졸업하고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br>결혼까지 생각한 상대가 이렇게 말하니 뭐 어떻게 정신을 못차렸습니다<br>머리속엔 400만원, 공무원, 이런것만 맴돌고..<br><br>계속 취업못하고 낙심하고 있다가<br>어렵게 취업했고, 나름 큰공사 한다고 당당하게 여기고 살아온 제 과거가 <br>'부끄럽고 창피해서' 말못할 일이란게 <br>그 기분이 미치고 환장할 뭐라 더 표현못할 일이더라구요 <br><br>직장 선배님들도 한전에서 설계하시다가 시공쪽으로 옮기신분도 계시고,<br>현장다니시는 기술직분들도 한전차 끌고 다니시고<br> 명함에도 한전 변전소, 송전, 배전 시공 한다고 적어다니는데<br>이거 뭐 양반 쌍놈 계급 나누는 겁니까?<br><br><br> <br>저희 어머니 e*ㅏ트에서 일하시는데 상대도 알고 있었습니다.<br>저 - 자기.. 우리어머니 e*ㅏ트 직원인거 알지?<br>상대 - 어, 왜? 그것도 거짓말이야?<br>저 - 당신말대로 하면 우리어머니도 신세*ㅖ 정직원이 아니니까 e*ㅏ트 직원이라 하면 안돼네? 공장이 시골에 있는 어디 무슨 OO회사의 직원이인거네? <br>상대 - 뭐? 진짜....? 당신 만나는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정말 와...<br><br><br> 이말 듣고 하늘이 노래졌습니다.<br> 불과 몇분전까지 서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사람이 맞나 싶더군요<br><br>계속 제가 거짓말했다며 거짓말거짓말 하길래 한번 물어봤습니다<br>저 - 내가 시공사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철탑 공사한다고 하지 않았어? 뭘 속였다는 거야?<br>상대 - 한전이라며! 한전! 당신 회사 이름이 뭐야!<br> 저 - 우리 시공사 이름?? ㅇㅇ시공사야<br>상대 - 거봐 거짓말 한거 맞잖아! 한전 아니잖아! 자기 공무원 아니잖아! 그냥 하청이잖아! 왜 처음부터 말 안했어?<br><br> 말이 막 비수로 꼳히더군요<br> 평생 연애운 없던 제가 왠일로 <br>처음 만났을때 부터 이렇게 잘풀리나 싶었더만<br> 말도안돼는 '하청 주제에 공무원 행세' ?<br><br>저 - 시공업이리고, 공사한다고 말했는데? 그리고 지금 당신 하는거 보면, 아무 설명없이 ㅇㅇ시공사라고 끝냈으면, 잘도 이렇게 날 만나줬겠다? <br>상대 - 그것봐 실토하네. 자기가 거짓말 한걸 인정하는거잖아<br>저 - 그게 무슨 소리야!<br>상대 - 내가 당신 안만나줄까봐 한전이라고 사칭한거잖아! 한전 시공업체가 아니라, 한전 하청업체라고 했어야지!<br><br> 저 - 그게 뭐야! 난 자기가 무슨 직업이던 상관없이 당신을 사랑했는데, 그럼 자기 직업은 뭐야? <br>상대 - 전에 말했짆아?<br>저 - 보건복지?<br>상대 - 아니? 난 보건이라고 한적 없는데?<br>저 - 그럼 뭔데?<br>상대 - 당신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는데, 내가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br>저 - 뭐라고? 난 내 부모님 얘기도 다해줬고, 지금까지 내가 얘기한건 뭔데? 자기도 말 안하잖아 <br><br>상대 - 복지쪽이라고. 더이상은 말 못해. <br><br>저 - 그래? 그럼 이제 끝이네?<br>상대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거짓말이 제일 싫어, 근데 당신이 거짓말 한거야.<br>저 - 난 거짓말 한적 없는데? 자기 혼자 오해했던거지. <br><br> 처음부터 시공이라고 했는데, 시공업체가 뭔지 몰라서 <br>착각해준것 덕분에, 잠시나마 새로운 경험했다....<br><br>전엔 데이트 할때 엄청 못그린 그림도 이쁘다고 그렇게 기뻐 하더만, 다 연기였나봐요.. <br>이번에 그린건 손도 안대네요<br><br> <br>혼자 집오는데 엄마가 생각나서 전화했습니다<br>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하시더라구요.<br>그냥 목감기 걸렸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해드렸습니다<br><br><br><br> 택시타고 오는데 기사분이 눈물자국 보고 묻길래<br>있었던일 말씀드렸더니<br>본인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br><br>"그냥 잊으시는게 좋을껍니다.<br>이게다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 조금보고 와아 떠들어서 그래요<br>사람들 다들 현대 노조 욕하잖아요? 1억씩 받으면서 그런다고요..<br>근데 안그렇거든요? 일부 몇사람 받는걸 전부다 그렇다고 하면 안돼죠..<br>지금 신입들 들어오면 뗄꺼다떼고 시간당 계산하면 최저인금 보다 적게 받아요.<br> 편의점 알바보다 적게 받는다고요<br>그리고 '평생직장'하는데, 안그래요, 저도 이렇게 나와서 택시하잖아요<br>우리 아들놈은 더해요, K티 정직원인데 월급이 180도 안돼요<br> 뉴스에 대졸 대기업 초봉이 월300넘는다고 하는데 아니에요<br>우리애도 얼마전 소개팅갔다 와서 같은 소리 하더만..<br> 근데 딸 가진 부모도 이해가 가죠.<br>제 동료들 보면 이런다구요, '우리딸 선보고 왔는데, 아 글쎄 하청이래! 우리 라인에도 잘생긴놈 많은데 어디서 그런놈을 만나고 왔어!'<br>뭐, 내 동생도 얼마전 이혼하고 힘든데, <br>내가 결혼 전날까지 반대했었거든요! <br>아! 내 말들었으면 좀 좋아?! 왜 지금 개고생을 하냐고!<br>손님도 더 좋은 생을 찾는것도 좋겠지만,<br>더 나쁜 생을 피하는것도 나쁘지 않아요.<br>천원 깍아드릴께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