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목욕 시키는건 신경쓸것도 많고 힘이 많이 쓰이는 일이예요. 그래서 아기가 혼자 앉을 수 있기 전에는 꼭 아기 아빠랑 같이 씻겼었어요. 그런데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니까 밥만 먹으면 씻겨야해요 ㅠ 물놀이도 목욕도 참 좋아했는데… 물놀이시키고 저는 옆에서 먼저 샤워하고 제가 혼자 씻기고부터는 점점 버티더니 나중엔 욕실에만 들어가면 저를 꽉 붙잡고 울기만했어요. 왜 아이가 바뀌었는지 처음엔 전혀 모르겠고 방법이라고 그때 선택했던건 최대한 안씻기다 씻겨주는거였어요. 그러다 좀더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뭐가 잘못되었을까. 응가 닦으러 화장실 들어갈땐 싫어하지 않는데 왜 그럴까. 천천히 시간을 잡아 씻기면서 아이가 특히 언제 싫어하는지 관찰해봤어요. 머리 감길려고 잡고 눕혔을때나 얼굴에 물이 닿았을때 제일 많이 울었고 접히는 부분 닦을때도 많이 버티고 싫어하더라구요. 제가 밥먹이느라 지친 상태에서 빨리 씻기느라고 아이를 세게 잡거나 또는 아프게 닦거나 물이 눈이나 코에 들어가는 경험을 했던것 같아요. 그후부터는 옷을 입은채로 같이 들어가서 씻기 시작했어요. 욕조에 물받아놓고 씻는걸 싫어하니 샤워기를 틀고 제가 안은채로 몸만 닦고 머리는 안감고 나오는 식으로 며칠 하니 제법 샤워기는 적응이 되더라구요. 샤워기 물줄기에 손도 뻗기도 하구요. 샴푸캡을 씌우면 자꾸 벗어서 머리는 어쩔수 없이 헹굴때만 눕혀서 최대한 빠르게 하니 우는 시간은 많이 줄었지요. 그래도 계속 제가 안고 닦으니 완성된건 아니었어요. 그런 어느날 아이를 욕실바닥에 놓고 물을 트니 바닥에 고인 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거예요. 진짜 많은 발전을 눈으로 본거죠. ㅠ 그래서 큰 욕조에 같이 들어가서 씻을 때마다 조금씩 물의 수위를 높여가며 물장구를 치고 놀았어요. 그렇게 물놀이를 같이하니 조금씩 아기도 저한테 떨어져서 혼자 즐기는 시간도 생겼어요. 그리고 오늘 저는 다시 아기 욕조를 들여봤어요. 큰 욕조에서 하던대로 첨엔 바닥에 물을 조금 깔아주고 흥미유발을 하니 순순히(?) 들어가더군요. ㅋ 그리고 점점 수위를 올려줬는데 물장난도 치고 좋아하더라구요. 장난감들도 싫어했는데 제가 갖고 노는걸 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절대 다 앉진 안고 쪼그려 앉아서 놀기만… 자기가 앉으면 엄마가 안심하고 다른일을 한다는 걸 알아서 그런건지… 아기욕조에 혼자 들어가니 전 두손이 자유로워져서 힘들이지 않고 목욕을 시킬 수 있었어요. 오늘은 자기 욕조에 다시 들어간 첫날이라 머리는 안감겨줬지만 저를 붙잡고있지 않고 혼자 노는게 얼마나 기특하던지요 ㅠ 한참 감동의 도가니를 혼자 먹고 이건 사진을 찍었어야 되는데 폰을 안가지고 들어와서 아쉬웠어요.
그동안 내가 힘들다는 생각으로 아기에게 제가 편한대로 행동하니 오히려 저에게 돌아오는것도 모르고 아이 탓만 한 제가 많이 부끄러웠어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게 제일 중요하고 쉽고 편하게 가는 방법인데 알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모른척 지나치고 헤아리질 못했네요. 그냥 놀아주는데만 힘썼던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이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알맞게 피드백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