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동물 사체
이 전에도 이 후에도 도로를 걷다보면 도로가에 동물 사체가 꽤 있었다
개 ,고양이, 닭인지 꿩인지 새 같은 거, 개구리, 뱀
다 지나가는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이었다
죽은 지 얼마 안되서 빨간 피가 보이는 것도 있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 부패되고 썩은 냄새가 나며 파리들이 몰려있는 것도 있었고
오래되서 뼈가 다 드러나는 것도 있었다
특히 차에 치인 뒤에 도로 갓길로 치우지 않고 도로가에 그대로 있던 사체들은
죽은 뒤에도 계속 지나가는 차들에 밟혀서 아예 쥐포가 되어있었다
너무 밟혀서 진짜 무슨 걸레처럼 되어버린, 저게 동물이 죽은 게 맞긴 한가 의심을 갖게 만드는 그런 상태였다
ㅇㅇ
특히 개가 많았다
개
개죽음
말그대로 개의 죽음이고 도로에서 차에 치여 처참하게 죽어버린 개죽음
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성실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성실한 삶이 인간인 나의 눈에는
아..개새끼들 먹고 싸고 자는것밖에 못하는 개새끼들...
이렇게밖에 안 보이겠지만
개들은 애초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고와 능력이 그게 전부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 뿐이다
그런 자신들만의 한계내에서 개들은 나름대로 정말 최선을 다 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 않다
내가 개를 욕할 처지가 아님
그 날도 개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혹은 자신이 원하는 어떤 곳으로 가기 위해
혹은 자신도 알 수 없이 그저 움직이고 싶다는 본능따위에 의해 도로가를 헤메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자동차가 아닌 그저 움직이는 어떤 물체였을 것이고
빠르게 움직여대는 물체들에 대해 본능적으로 위협은 느꼈을테지만
저 움직이는 물체가 자신을 덮쳐 죽게 만들리라고 확신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치여 죽어버렸다
차에 치이기 직전 개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사실은 개는 차에 치여 의미없이 죽어버렸다
ㅇㅇ 아
내 똥통같은 머리로는 정리가 안 된다
그냥..
사람들의 세상에도 저 같은 소위 개죽음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쟁 또는 어떤 예기치 못한 사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같은 것 때문에 사라져간 인생이 꽤 되지 않을까 싶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신의 죽음에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사람들의 머리속에 있던 생명의 빛이 갑자기 픽하고 꺼저버렸다
죽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죽기 전에는 살아있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모든 죽음이 다 슬프고 안타깝겠지마는
그런 의미없는 죽음을 생각하면 혹시 나도 언제 저렇게 갑자기 나도 모르게 죽게되진 않을까 무섭기도 하고
또 한번 내겐 너무 크고 넓고 어렵고 어지러운 이 세상의 알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다
그 기분이 막막함이 맞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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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보여행으로 전국일주한 분 글에서 공감되는 부분만 보관하고 있었는데
다시봐도 묘하게 공감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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