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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97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70
    IP : 121.145.***.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2/13 22:36:0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977 모바일
    [BGM] 슬픔, 너였구나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0998zZGAuIU






    1.jpg

    문형렬복사꽃 피는 봄날에

     

     

     

    복사꽃

    피는

    봄날에

     

    너와

    나는

    또 맹세했네

     

    땅에서

    하늘에서도

    사랑한다고

     

    복사꽃

    지고

     

    우리 모습

    간 데

    없어도

    아픈 줄도

    몰랐네







    2.jpg

    민용태각시패랭이꽃

     

     

     

    잊어버리고 길을 가다 문득 발에 밟히는 꽃

    각시패랭이꽃

    진동으로 우는 작은 핸드폰 같은

    너는 잊고 살던 나의 풋각시

    하두 작아서 눈섭에 넣기도 아픈

    내 사랑아

    시장과 일상과 전장 속에

    가까스로 푸르름으로 살아남아

    꽃보다는 가냘픈 줄기가 다인

    각시패랭이꽃

    이따금 그 작은 보랏빛 미소가 나를 반길 때

    너는 눈물보다 한 방울 아래에서

    끝없이 나의 사랑을 덥힌다







    3.jpg

    류시화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 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 치면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타고 이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너였구나







    4.jpg

    김인육목련 일기

     

     

     

    4월아나는 왔다

    데미안과 어린왕자와 갈매기 조나단을 찾아

    견딜 수 없는 치욕을 뚫고 나는 왔다

     

    사실삶은 총구같이 위태로운 것

    타앙ㅡ찰나에 세계는 소실되고 마는 것

    동백처럼 심장이 꽃 지더라도

    4월아나는 끝내 왔다

     

    겨울 모서리

    할퀴어진 생채기마다 쿵쿵 피가 돈다

    꽃들이 핀다

    심장이 뛴다

    피가 돈다네가 핀다내가 뛴다

    반짝별들이 빛난다

     

    사랑은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순치하는 것

    천둥을 포획하여 쿵쿵 심장고동으로 길들이는 것

    기꺼이 목숨 다하는 순교인 것

    4월의 눈동자는 그래서 깊고 그윽하다

    나는 생채기마다 고운 꽃등을 달고

    발목이 잘리면서도 자꾸만 네게 간다

    왜냐고 묻지 마라꽃아

    저기성호를 그으며

    서쪽으로 향하는 별들의 궤적을 따라

    나는 또 가고 갈 뿐이다

    이 잔인한 계절

    너를 목숨처럼 안고







    5.jpg

    손택수살가죽구두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아다닌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때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

     

    벗겨지지 않는 구두

    그 누구도

    벗겨갈 수 없는

    맞춤구두 한 켤레

     

    죽음만이 벗겨줄 수 있네

    죽음까지 껴 신고 가야 한다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12/14 02:03:26  211.203.***.3  땅파는머스마  36413
    [2] 2019/12/14 19:38:5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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