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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97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97
    IP : 121.145.***.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2/12 21:40:26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972 모바일
    [BGM] 나, 오늘 별자리에 들고 말았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h4HEK0ooWc






    1.jpg

    천양희별자리

     

     

     

    프랑스 왕립 천문학회가

    새로 발견한 별에

    랭보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 파리에서 들려와

    나를 감동시키더니

    우리는 언제 저렇게

    새로 발견한 별에

    백석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니

    며칠 전 신문에서

    별이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는 것을 보고

    꿈이 사라지는 것처럼

    놀랐느니

    아직 새 별을 발견하지도 못했는지

    아무 기별이 없어

    이것이 간절함이 극에 달하는 길이거니

    무궁의 길이거니

    별을 보는 것은 어디서나 길을 묻는 것

     

    오늘 별자리에 들고 말았네







    2.jpg

    고영민곡우

     

     

     

    날이 흐리다흐리고 비가 왔다

    그사이 누가 다녀가셨나

    흰꽃은 피었다 졌네

     

    마당엔 발자국

    얼마나 주춤거리다가

    대문을 들어섰는가그대는

     

    널어놓은 검은 빨래를 누가 걷어놓았을까

    나 없이 볍씨를 담그고

    뜬 벼를 걷어내고

    잠깐 시간이 남아

    말없이 마루를 한번 더 훔치고

    돌아갔는가

    지싯지싯 매운 내가 오르는

    눅눅한 아궁이에

    환한 등걸 하나를 지펴

    깊숙이 질러넣고 곰곰

    구들을 밟아 떠났는가

    이 저녁 나는

    허공을 보고 이야기하네







    3.jpg

    박후기꽃 택배

     

     

     

    택배회사 울타리

    벚꽃 피고 진다

    어떤 꽃잎 피어날 때

    어떤 꽃잎 지고 있다

    늙은 왕벚나무가

    꽃들의 물류창고 같다

    사랑은 언제나 착불로 온다

    꽃들은 갑자기

    왕벚나무를 찾아와

    빈손을 벌리고

    집 없는 나는 꽃 피는

    당신을 만나야 한다

    꽃잎은 끊임없이

    억겁의 물류창고를 빠져나가고

    사월의 허공이

    태초의 발송지로

    반송되는 꽃잎들로 인해

    부산하다







    4.jpg

    장옥관고등어가 돌아다닌다

     

     

     

    고등어가 공기 속을 유유히 돌아다닌다

    부엌에서 굽다가 태운 고등어가

    몸을 부풀려

    공기의 길을 따라 온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반갑지도 않은데 불쑥 손목을 잡는

    모주꾼 동창처럼

    내 코를 만나 달라붙는다 미끌미끌한

    미역줄기 소금기 머금은 물결이 문득 만져진다

    고등어가 바다를 데리고 온 것이다

    이 공기 속에는

    얼마나 많은 죽음이 숨겨져 있는가

    화장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름과 이름들

    고비사막에 섞여 있던 모래와 뼛가루처럼

    어딘가에 스며있는 땀내와 정액

    비명과 신음

    내 코는 고등어를 따라

    모든 부재를 만난다

    죽음이 죽음 속에서 머물고픈 모양이다







    5.jpg

    이정애김치에 대하여

     

     

     

    식탁 위에 맛있는 김치

    풋풋한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했다

    칼날에 잘려 철철 흘린 피

    소금으로 덮어 차매고

    기 빠진 잎잎이 되었을 때

    매운 고춧가루 양념으로 버무려

    그대의 사랑으로 가두었네

    얼마나 숙성시켜야 맛나는

    그대의 사람이 될까

    내 안에 죽어야 사는 영혼 있어

    날마다 죽으라고

    머리에 배꽃 흩날릴 때 까지

    아낌없이 주고 후회 없이 주고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랑이라고

    눈물도 눈물같이 흘러 보지 못한 여자

    시린 등뼈 다독이는 노을이 되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12/13 09:55:21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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