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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83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08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1/22 08:17:02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836 모바일
    [BGM] 따로 함께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vfJnLPAHGk






    1.jpg

    안상학나무가 햇살에게

     

     

     

    바람 타는 나무가 더러 운다고 해서

    사랑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았고

    그 어느 눈보라에도 속까지 젖지는 않았으니

     

    구름 타는 햇살이라 더러 울기야 하겠지만

    나에게 이르는 길을 몰라서가 아니리

    그 어느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서 내 잎새에 이르렀고

    그 어느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아서 내 가슴에 스미었으니

     

    어느 날에는 햇살 속에 살겠네

    어느 날에는 나무 안에 살겠네







    2.jpg

    송상욱누이의 향기

     

     

     

    봄볕에서 누이 냄새가 난다

    들꽃이 햇살하고 노는 언덕에서도 누이 냄새가 난다

    곱디고운 누이의 살내음이

     

    누이가저 세상 떠날 때

    제 몸 속을 빠져나간 향기

    그 향기빛의 향기로 온다

    이승을 넘어 온다

    꽃 따라 온다

    꽃 시집 가려고올해도 춘삼월 꽃향기로 온다

     

    그러나 그러나 누이야

    꿈속에서 보다도 더 먼 누이야

    꽃그늘이 차갑구나 늘 차갑구나







    3.jpg

    김추인도시의 새들

     

     

     

    따로 함께다

    같은 번지 옆옆집에서 스치며 손 맞잡아도

    나 너를 울어준 적 없고

    너 나를 웃어준 적 없고

     

    휘저어도 반죽되지 못하는 우리는

    저 문패 하나씩 내다 걸 뿐인

    쓸쓸한 이웃

    흘러가는 구름장이다

    실바람에도 주름지는 마을

    사소한 풍문에도 뿔뿔이 떠나는

     

    바람이 분다

    되새 떼 옮겨 앉은 땅이 날아오르고 있다

    서남방에 신도시 하나 새로 서겠다

    달빛이 시포처럼 내릴

    난장의 땅







    4.jpg

    최문자껍질의 사랑

     

     

     

    사랑에 빠질 때

    껍질이 있는 건 축복이죠

    누구나 이 축복을 까보고 싶어하죠

    찢고 비틀고 지지고 쪼개고 후벼 파면서 무섭게 사랑을 까보죠

    껍질이 벗겨진 사랑은 죽어 있죠

    하얗고 까맣고 누렇게 죽어 있죠

    껍질이 깨지면 허망의 즙들이 흘러내리죠

    축복이 사라진 것들을 사랑했죠

    하얗게 눈을 뜨고 죽은 흰 쌀밥 같은

    입을 딱딱 벌리고 죽은 조개들 같은

    랍스터 등짝을 쪼개고 판 흰 속살 같은

    껍질보다 주검을 더 사랑했죠

    껍질들은 안으로 몸을 잔뜩 오므리고 있죠

    팽팽하게 가슴 쪽으로 핏줄을 잡아당기죠

    껍질의 가슴이 찢어질 때까지 잡아당기죠

    온몸을 끌어 덮으려다 찢어진 껍질이죠

    조금씩 사라져가던 껍질이 축복일 줄 몰랐죠

    껍질에 닿으려고 팔을 뻗어보지만

    자꾸 헛손질하죠

    사랑에 빠질 때

    껍질이 남아 있는 건 축복이죠

    이미 나에게도 새 뿌리가 나오고 있죠

    조금씩 가슴이 찢어지고 있죠







    5.jpg

    박지웅라일락 전세

     

     

     

    라일락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살림이라곤 바람에 뒤젖히며 열리는 창문들

    비 오는 날이면 훌쩍거리던 푸른 천장들

    골목으로 들어온 햇살이 공중의 옆구리에 창을 내면

    새는 긴 가지를 물어 구름과 집 사이에 걸었다

    그렇게 새와 바람이 그린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만히 따라가면 하늘이 어느덧 가까웠다

    봄날 라일락꽃이 방 안에 돋으면

    나는 꽃에 밀려 자꾸만 나무 위로 올라갔다

    주인은 봄마다 방값을 올려 달랬으나

    꽃 피면 올라왔다가 꽃 지면 내려갔다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나는 라일락 꼭대기에 앉아

    골목과 지붕을 지나는 고양이나 겸연쩍게 헤아렸다

    저물녘 멀리 마을버스가 들어오고 이웃들이

    약국 앞 세탁소 앞 수선집 앞에서 내려 오순도순

    모두 라일락 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기뻤다

    그때 밤하늘은 여전히 신생대였고

    그 별자리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골목 안에 라일락이 있었는지

    나무 안에 우리가 살았는지 가물거리는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11/22 10:16:1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11/23 11:02:57  183.96.***.3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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