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대선 정국을 기화로 일베 유저들의 분탕질이 심했고</P> <P>이제는 얼추 전보다는 진정된 국면이라(국지도발은 계속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P> <P>'우리는 결국 오유를 지켜냈구나' 하고 자평하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P> <P>근래 밀게와 시게에서 저는 비로소 일베인들이 남기고 간 '혁혁한 전과'를 봅니다.</P> <P> </P> <P>그들을 일1베충이라 하며 대화할 가치조차 없는 부류로 여기고</P> <P>(사실 저도 그리 생각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거침없이 공격하면서</P> <P>우리는 대세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에 대해 무차별적인 매도와 폄하</P> <P>그리고 논쟁을 단절하는 법을 배우고 이에 익숙해져 왔습니다.</P> <P> </P> <P>상대를 정상적인 사고의 주체, 대화할만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라면</P> <P>어떠한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P> <P>이미 논쟁 상대를 미친사람 취급하였는데 본인의 말에 무슨 설득의 의미가 있겠습니까?</P> <P>예수 공자의 말씀이라도 그 분들께서 말머리에</P> <P>"넌 애초에 글러먹었어. 개소리 말고 내 말이나 들어"</P> <P>라고 하셨다면 일방적인 공격이 되고 말 뿐이지 '성현의 말씀'으로 기억되지 않았을 것입니다.</P> <P> </P> <P>오유에 글 올리는 분 중에 간첩이 없다고 저는 논증할 수 없습니다만</P> <P>그것은 적어도 저에겐 이 안에 한글을 배운 외계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가치를 가집니다.</P> <P>다른 분과 논쟁을 하게 되더라도</P> <P>이 자가 간첩인지 외계인인지 서전에도 사후에도 단정하지 않고</P> <P>그 말의 논리와 자료의 신빙성에만 집중할 뿐입니다.</P> <P> </P> <P>다시 말해</P> <P>"~라고 생각하다니 너 간첩 아니냐?" 라던가</P> <P>"종북이거나 간첩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같은 말은</P> <P>상대와의 대화는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고</P> <P>대신 상대 개인에 대한 (사실 근거가 매우 부족한) 매도를 통해</P> <P>상대의 입을 봉해버리는 것입니다.</P> <P> </P> <P>일베라는 이계의 존재와 접촉하고 대응하면서</P> <P>오유는 아예 말할 가치가 없는 상대를 대하고</P> <P>그런 상대에게 논쟁이 아닌 비난과 경멸을 퍼붓는 것을 경험하면서</P> <P>어느샌가 열린 대화의 자세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P> <P> </P> <P>월드컵에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한국 선수가 퇴장당할 때</P> <P>심판 편을 들었다가는 바로 "저 매국노 색히!"하고 맥주병이 날아옵니다.</P> <P>하지만 그 사람이 매국노가 아니어도</P> <P>다른 많은 이들과 달리 심판의 판단에 의견이 기울 수도 있는 겁니다.</P> <P>여기서 매국노라고 욕하는 사람은</P> <P>"이미 너랑은 대화 안해. 우리가 무조건 옳아 이 쓰레기야"</P> <P>라고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P> <P> </P> <P>매국노라면 자기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판 사람이죠.</P> <P>그런데 상식적으로 그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심판의 편을 들고 있다고 판단할만한</P> <P>합리적인 근거가 있을까요?</P> <P>그냥 그 사람 생각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이 심판 쪽에 순수하게 기운 것이라 판단하는 게 더 그럴듯하지 않습니까?</P> <P>그럼 그를 매국노라고 욕하지 말고</P> <P>설사 끝까지 동의하지 못하겠더라도</P> <P>자기 의견을 말하는 입에 맥주병을 던지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P> <P> </P> <P>요근래 북한의 강경발언이 잇따르고 우리도 강경대응을 하는 상화에서</P> <P>'전쟁나면 우리도 겁내 다친다'</P> <P>'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먼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P> <P>다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P> <P>뉴욕 안보리에서 유례없이 강한 대북제재를 밀어부치는 미국도</P> <P>외교채널에서는 평화협상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쉼없이 대화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P> <P>오히려 '지휘부 타격할것'이라며 강공 드라이브에 나서는 대한민국 정부는</P> <P>딱히 대화를 제의하려는 의지도 없고 그럴만한 외교적 공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P> <P>대치상황일수록 강온 양면정책은 외교에 있어 기본입니다.</P> <P>따라서 정치와 안보에 대해 논하는 글 중에</P> <P>'지금 우리가 어떻게 북한과 빅딜을 할 수 있을까' 라던가</P> <P>'딜이 안되면 우리가 얼마나 잃게 되는가' 따져보는 것은</P> <P>당연히 있을법한 논의입니다.</P> <P> </P> <P>이런 측면을 이야기하는 댓글에는 으레 쓰레기통이 달리고</P> <P>'오유에 간첩이 많다' '종북이다' 하고 대화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은</P> <P>일베로 인한 홍역의 후유증이 아닐까 싶고 매우 우려스럽습니다.</P> <P> </P> <P>저는 북한이 세계현대사에서 손에 꼽을만한 잘못된 정권이라고 생각하지만</P> <P>설사 북한정권을 긍정적으로 평하는 사람을 본다 해도</P> <P>'이런 미친 빨갱이 간첩새끼야!'라고 돌을 던지기보다는</P> <P>'제 생각은 다른데요?' 라던가 마침 시간이 겁내 널럴하다면</P> <P>'왜 그리 생각하는지 얘기나 들어볼까요?' 라고 하겠습니다.</P> <P> </P> <P>저는 민주주의를 헌법으로 수호하는 나라의 국민이고</P> <P>적어도 제가 배운 민주주의에서는</P> <P>의견의 차이를 이유로 상대를 악마나 미친놈으로 단정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