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들 탓만 하지는 마요.
맞아요. 시위대에 폭력 휘두르는 걸 즐거워 하는 미친놈들도 있겠죠. 전경은 폐지 됐으니 다들 자원해서 온 애들이고요.
그래도 걔들 의무 복무 때문에 온거에요. 불가피한 복무 그나마 나은 곳 가려고 의경 선택해서 왔다구요.
시위대 진압할 거 알면서도 온거다? 맞아요, 근데 걔들 시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지원해요. 그저 시위 진압도 하고 내무생활 힘들지만 집 가까운 곳에서 복무하니 좋을거 같아 별 생각 없이 의경지원한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시위 진압하는 거 알고 시민 때려잡자고 지원하는 애들 아니라구요.
그래도 시위에 투입되어 실상을 봤으면 그러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겠나요. 우리는 그저 명령에 따라 여기 있는데 왜 저들은 우리를 밀치고 우리에게 소리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거에요.
혹여나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이 있더라도, 상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을까요? 의경이 상부 명령에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시잖아요?
갓 스물 넘긴 아이들이 그럴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욕할 건가요.
종종 오유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파업을 시작한 KBS 기자들을 욕하고, 콘크리트 지지층 노인들을 욕하고, 정치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욕하고.
모두 까고나면 누가 같이 싸워주죠? 같이 힘을 합해도 부족할 판에.
기자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박정희에게 세뇌당하고, 당장의 삶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한 것도 모두 저 위에 앉아 계시는 놈들 때문이라구요.
욕하지말고 응원할 건 응원하고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설득해야죠.
욕하시는 분들은 깨우치고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고 본인의 삶보다 대의를 위해 불구덩이도 뛰어들 수 있는 분들이라서 욕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싸우면 안되잖아요. 힘을 합쳐 공격해야할 윗쪽 실체들은 싸움 붙여 놓고 구경하고 있겠죠.
저는 5.18에서 시민들을 빨갱이라 생각하고 때려잡던 계엄군 병사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이승만 명령으로 한강다리 폭파했던 최창식도 피해자구요.
의무복무 때문에 끌려와 시위진압하는 의경도 피해자라고 생각하구요. 우리끼리 욕하고 분열하지 말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