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일(?)하고도 한편으론 굉장히 씁쓸했던 일들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뭐 자랑이 반 씁슬함이 반 정도 이겠지만요. (역시 치킨은반반)
1. 새벽 1시쯤 정도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였어요.
곱게 한복(현대식 한복)을 입은 할머니 한분이 한손엔 짐을 들고 걸어가시더군요
새벽시간 이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안자고 돌아다니는 역삼동인 지라 그러려니 했죠.
저는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한갑을 사고 집을 가려는데.. 아까 지나가셨던 할머니가 다시 되돌아 오시더라구요. 여기까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골목에 멈춰서서 담배한대 피고 있는데 되돌아가셨던 할머니가 다시 걸어오시길래
이상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 어디 찾으세요?”
그랬더니, 작은 아들집을 찾는데 여기 편의점 옆에 약국하나 있지 않았냐고..
약국옆집인데 약국이 없어져서 그런지 집을 못찾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이동네 10년 넘게 살았지만 저기 편의점옆에 약국이 있었던 적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럴리 없다고 하시길래, 아드님 한테 전화해보라고 했더니
고속터미널에서 손씻을려고 옆에다 핸드백을 놔뒀는데 씻고 돌아서니 없어졌다며
거기에 핸드폰 수첩 지갑 다있는데 그걸 잃어버렸다며 전화번호도 모르신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보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미 갔다왔다고... 신분 확인이 안된상태에서 개인정보(집 주소)를 알려드릴수는 없다며
전화통화라고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하는데 번호를 모르니 아무것도 안되서 그냥 나오셨다고 하시더군요.
중간중간 할머니께서는 ‘나 굉장히 돈 많은 사람이다. 지금 내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렇지 이렇게 길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라는 말을 계속 저에게 하셨습니다.
하시는 말씀도 약간 앞뒤가 안맞는것 같긴 했지만, 뭐 별수 있나요.
일단 기억나는 대로 말해달라고 하고 들어봤더니...
지하철 역삼역이 아니라 잠실역 을 말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잠실역 (?)번 출구로 가보시면 기억이 나실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맘 같아선 제가 모셔다 드리고 싶지만....(잠실역에 가도 그곳이 아닐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길을 헤메실것 같아서...) 저를 의심스러워 하시는것 같아서 못하고 제가 차비를 조금 드릴 테니까 택시타고 가셔서 작은아들집 찾아보세요~”
하고 호기있게 지갑에서 차비를 똭! 드릴려는데... 지갑에 현금이...ㅠ
언른 편의점 들어가서 5만원 뽑아 드렸습니다.
역삼동에서 잠실까지 가봐야 5000원 정도 나오겠지만 혹시 또 헤메실지 몰라서...
여기까지 하고 혼자 속으로 참 뿌듯했습니다. 우리 할머니 같으신분 도와드린것 같아서...
(저희 할머니는 하늘에 계십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만
제가 택시를 잡아서 할머니 태워 드리고 돌아서려는데
가던 택시가 다시 멈춰 서더니 할머니가 문을 열고 다시 나오셔서, 방금 전 까지는 저에게 반말(기분나쁜 반말은 아니고 손자에게 하는 그런 말투~)로 말씀하시던 분이...
택시문을 열고 잠시 일어서서는 저에게 존댓말로...
“정말 고마워요 총각.
사실은 노인내가 무서웠어요. 모르는사람이 도와준다고 하니까...겁이 났어요.
고마워요 총각.” 하시며 90로 인사 해주시고 다시 택시타고 가셨어요.
굉장히 씁쓸했어요.
내가 그렇게 잘해드리진 못했는데
90도 인사에 존댓말까지 받을 만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나 서로가 못믿는 세상이 왔구나. 했네요.
무턱대로 도와준다고 했다간 오히려 상대방이 두려워 피할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까지도, 할머니의 고맙다는 존댓말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네요.
ps. 몇개가 더 있는데 너무 길어서ㅠ
다음에 기회되면 또 쓸께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