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실험적으로 쓰여진 글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혐오스런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h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에게 마지막 남은 의미의 시작은 ─ 그에게 대답하려 고개를 돌렸을 때부터.</div> <div><br></div> <div>천천히 돌아가는 내 시야에 잡히던 것은, 튕겨나간 작은 톱날.</div> <div>그것은 평소에 일하던 대로, 나무토막을 자르던 대로, 그의 목줄기 또한 자르고 지나가.</div> <div>미처 땅에 내려앉지 못한 톱밥들과 그의 핏물이 허공에서 어우러져,</div> <div>나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수채화를 덧칠해 놓은.</div> <div><br></div> <div>의미없는 액체를 주룩주룩 흘리는 그의 머리와 나의 두 눈.</div> <div>슬픔마저도 말라버리고 그 자리에 지금껏 없었던 무언가가 들어찼을 때,</div> <div>나는 그의 머리와, 몸통, 찢어발겨진 살점들을 그러모아,</div> <div><br></div> <div>가득찬 광기의 666시간.</div> <div><br></div> <div>포르말린 처리. 그에게 차를 대접하며.</div> <div>안 되지, 안 돼. 그렇게 이곳저곳 흩어져있으면 안 돼요, 자기.</div> <div><br></div> <div>혈관을 이어 붙여 보자. 차갑게 식은, 데워진, 피를 부어넣어 보자.</div> <div>뜨거워도 참아요. 차가워도 참아요.</div> <div><br></div> <div>전기 자극. 350V, 750V, 1000V.</div> <div>가만히 좀 있어요. 실밥이 풀어지잖아.</div> <div><br></div> <div>움직여줘요. 움직여줘요. 움직여줘요.</div> <div>그대의 두 손이 내 목을 조를 수 있게.</div> <div><br></div> <div>이런, 앉아만 있으니 썩어버렸잖아요.</div> <div>어차피 이 부분은 필요 없어. 어떤 걸로 교체를 할까요?</div> <div><br></div> <div>가끔은 자기 스스로 먹어보는 것도 좋아요.</div> <div>내가 쑤셔넣기만 하면 계속 삐져나오잖아.</div> <div><br></div> <div>그대의 눈을 마주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네요.</div> <div>얇디 얇은 플라스크 벽은 장애물이 되지 않아.</div> <div>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날 그렇게 쳐다보지마. 그의 부속품 주제에.</div> <div>어차피 중요한건 날 기억해주는 거에요.</div> <div><br></div> <div>걸어와줘요. 기어와줘요. 뛰어와줘요.</div> <div>내 발밑의 의자를 걷어 찰 수 있게.</div> <div><br></div> <div>박살내고, 부수고. 왜? 왜?</div> <div>거울에 비친건 누구?</div> <div>깨진 유리들 속의 그를, 내팽개쳐진 그를 다시 챙겨야지.</div> <div>맺힌 물기속에 비치는 너는 누구?</div> <div><br></div> <div>신경 연결. 부품 교체.</div> <div>나는 누구도 아냐. 그는 누구도 아냐.</div> <div>그 때, 그도, 나도 사라져 버렸네.</div> <div><br></div> <div>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깨달았어. 알았어. 하하!</div> <div>부서진 금속질과 고깃점 위에서 절규하고, 깔깔웃고.</div> <div>경고와 오류를 내뱉는 화면을 부수고,</div> <div>그를 가두는, 나를 비추는 유리를 박살내고,</div> <div>그의, 그의 마지막 남은 파편을 꺼내, 긁어모아.</div> <div>팔을 내 복부에 붙여 넣어, 꼬매어 하나로 만들어.</div> <div>다리를 척추를 따라 붙이고, 부서진 뼈를 박아넣어.</div> <div>나의 안구에, 그의 안구를 쑤셔 넣어.</div> <div>두개골을 열고, 그의 기억을 구겨 넣어.</div> <div><br></div> <div>성공. 이루었어. 성공. 성공.</div> <div>열락일까, 광소일까, 비애일까.</div> <div><br></div> <div>돌아가고 싶어. 보고 싶어요. 느끼고 싶어요.</div> <div>이제 내 광기를 꺼트려 줘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