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타이틀3">2. 유인</p> <p class="바탕글">자살!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할 수 없는 짓이다.</p> <p class="바탕글">신혼여행 첫날 이렇게 호텔에 데리고 온 것 부터가 미안한 일이다. 그런데 어린 목숨을 빼앗자고 생각하다니. 못한다. 못한다.</p> <p class="바탕글">또한 지금은 내 아내도 아닌 여자를 죽인다 살린다 결정할 처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문득 그는 다른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그래! 연희가 아닌 혜영을 죽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p> <p class="바탕글">준혁은 연희는 죽일 수 없지만 혜영은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꼭 죽여버려야 할 것이다.</p> <p class="바탕글">저 악마같은 여자만 없으면 연희를 슬픔과 치욕에서 건져낼 수 있지 않은가!</p> <p class="바탕글">고통과 괴로움 속에 있는 내 자신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그 후에 연희와 살갑게 살다보면 행복이 부서서지 않으리라.</p> <p class="바탕글">그리고 이대로 즐거운 신혼여행을 떠나자. 그렇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을까. 준혁은 속으로 부르짖었다.</p> <p class="바탕글">‘김혜영을 죽이자, 그러면 나와 연희를 이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죽이자! 죽이자!’</p> <p class="바탕글">준혁은 이제 사람이 아닌 한 마리 사나운 짐승이 되었다. 아니 악마가 되고 싶었다.</p> <p class="바탕글">김혜영을 죽인다는 말이 소리가 되어 입으로 나왔는지, 또는 뱃속에서만 중얼거렸는지 자신도 깨닫지 못했다.</p> <p class="바탕글">그녀를 죽이겠다고 결심을 하고 있는 동안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p> <p class="대화">“아니 이시간에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p> <p class="바탕글">갑자기 들려온 인기척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산책을 하고 돌아온 듯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연희의 모친 즉 자신의 장모와 가깝게 지내는 마진수라는 신사였다.</p> <p class="바탕글">아까 결혼식에서 인사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p> <p class="대화">“아니? 여기는 어쩐 일로...” </p> <p class="바탕글">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만일 그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준혁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아니 의심이 많지 않더라도 밝은 낮이라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p> <p class="바탕글">그는 웃으며</p> <p class="대화">“저도 사업차 내일 외국으로 나갈 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신혼첫날 왜 이런 곳에서 계십니까? 그러면 연희 씨가... 아차, 준혁 씨의 부인께서 외로울 텐데요?”</p> <p class="바탕글">놀리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한 마디를 하고는 준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호텔로 들어갔다.</p> <p class="바탕글">참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진수 덕분에 준혁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p> <p class="바탕글">그렇다고 김혜영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정신을 차리면서 더욱 어떻게 죽여야 증거가 남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그는 죽이고 난 뒤에 상황까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혜영이 죽는다면 현재 모든 혐의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p> <p class="바탕글">‘빌어먹을 혐의가 오면 무슨 상관이야.’</p> <p class="바탕글">정신이 없는 준혁은 혐의가 오든 말든 죽이고 연희를 데리고 달아날 생각마저 들었다.</p> <p class="바탕글">죽이고 그 시체를 땅에다 유기하면 어떨까? 공항 근처라서 쉽게 발견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p> <p class="바탕글">머릿속에서 구체적인 계획까지 떠오르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그럼 혜영을 유인할 장소를 물색하면 그뿐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p> <p class="바탕글">‘아~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이 들어서, 쓸데없이 마음이 괴로웠다.’ 안심하면서 들어가고 있을 때 호텔 웨이터가 와서 쪽지를 하나 전했다.</p> <p class="바탕글">웨이터에게 쪽지를 받아 불빛에 비춰보니 혜영의 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p> <p class="편지">[죽을 줄 알았던 부인이 돌아오니 어때요? 아직도 설레나요? 오늘 밤 꼭 할 말이 있어요. 10분 후에 차를 가지고 호텔 정문으로 나와주세요. 오지 않는다면 저와의 관계를 모두 폭로하겠어요.]</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불나방이라는 말이 제격인 여자였다. 유인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제발로 걸어나올 줄이야.</p>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출판사 대표이다.
그의 이전 문학 작품으로는 '시간은 달린다' '꽃가루' 작품이 있으며, 그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전자책을 잘 만드는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노벨문학상을 꿈꾸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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