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 두시 조금 지난 시간. 손님도 뜸하고, 물건 준비나 하려 일어섰다.
모텔가의 작은 이 편의점은 술과 담배만 채우면 되니 편하다.
처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사장님도 좋으신 분이고, 매장이 작아 일도 편했다.
냉장고에 들어서려 할 때
딸랑
종소리가 울리며 우는 여자가 한명 들어왔다.
2
"아줌마, 안녕하세요."
말도 안되는 인사. 다른 인삿말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입에서 튀어 나온 것은 형식적인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례식장에서 쓰일 말은 아닌 것 같다.
내 생에 첫 장례식이 친구일 줄은 몰랐다. 제사 때 처럼 친구의 사진에 두번 절한다. 기분이 이상하다. 사진은 그 놈의 고등학교적 증명사진이다. 나보다 어린놈에게 절을 해야 하다니. 아주머니는 어머니와 같이 계시다. 도저히 낄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들었다. 실수, 계획적 범행... 자살... 자살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인정하기가 싫다...
3
참 감성적인 놈이였다. 소심하고, 잘 울고, 한 살이나 더 많으면서 애같고, 책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고, 그림 잘그리고,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장례식이 3일이던가. 잘 모르겠다. 해본적이 있어야 알지.
"몰랐던 장례식 경험하게 해줘서! 참 고맙다-!"
농담으로 '네가 한 살 더먹었으니까 더 빨리 갈거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설마 이렇게 빨리 갈줄은 몰랐지. 무덤엔 언제 묻히게 되는 걸까. 티비에서 종종 무덤에 찾아가 술나눠 먹는 모습이 있던데. 그렇게 라도 같이 마실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일 구했으니까 월급 받으면 자기가 사겠다고 해놓고. 지키지도 못할 거면 말을 말지. 왜 죽은거냐.
4
그 놈이 일하던 편의점에 찾아갔다. 아무리 생각 해도 갑자기 자살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밤의 모텔골목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황량했다. 낮에도 찾아 왔었지만, 사장은 죽은 친구를 대신해 저녘에 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찾아와야했다.
"어서오세요-"
사장은 피곤해 보였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친구가 죽기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 보았다.
"친구인가요?"
"네"
"제가 더 묻고 싶네요. 무슨일이 있었는지. 손님에게 싹싹하고, 일도 잘하는 친구 였는데..."
사장은 한숨쉬고 나를 보았다. 여기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 그럼 도대체 어디서 그 놈을 자살 하도록 만든 것 일까. 왠만 한건 모두 나에게 털어 놓았었다. 우린 서로의 부모님 만큼이나 오래 되었고, 또 그만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5
사장님께 부탁해서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장례식 에서도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좋은 게 아니라서 제대로 안보일텐데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그렇게라도 남아있는게 어디겠어요."
사장님 말대로 화질은 좋지 못했다. 얼굴은 잘 안보였지만, 그래도 그 놈이 뭘 하는 지는 알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물건을 채우고, 공책에 낙서 같은 걸 하고 있었다. 나도 그 공책을 보았지만, 평소 그대로의 낙서 공책이었다. 죽기 전날에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니 웃음이 다 나왔다. 그러다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여자는 구석으로 갔고, 놈은 카운터로 들어 갔다. 여자는 숨으려고 하는 듯 구석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놈은 카운터에서 여자 쪽을 바라보다 안되겠는지 여자에게 다가갔다.
6
화면을 멈추고 카운터에 있던 사장님을 불렀다. 느낌이 않좋았다. 사장님은 조금 보다가 문을 잠갔다.
"조금 빨리 돌려 볼까요?"
사장님은 말없이 배속을 조그 빠르게 했다. 친구는 여자를 달래는 듯 보였다. 화면 시간으로 10분 쯤 지났을 때 남자가 들어 왔다. 남자는 친구를 밀쳐내고 여자 머리채를 잡아 끌고 갔다. 여자는 반항하지만 남자의 힘을 감당 할 수 없어 보였다. 친구도 여자를 도와 남자를 말리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자가 기어이 여자를 끌고 문근처로 갔을 때 친구는 카운터로 들어가 지 휴대폰을 들었다. 남자는 여자를 팽개치고 친구의 휴대폰을 뺏어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친구와 여자를 끌고 나갔다.
7
단 30분의 시간. 친구는 다시 돌아 왔다. 맞았는지 다리를 절고 있었다. 돌아오자 저는 다리로 핸드폰 조각을 주웠다.
그리고 다시 30분 여자가 돌아 왔다. 척 보기에도 제 모습이 아니었다.
여자와 친구는 서로를 부여잡고 울었다. 여자는 처음 다쳐보는 아기 같았다. 친구는 저가 다친 것도 아니면서 따라우는 아기 같았고...
그 둘은 부둥켜 안고, 서로 무슨말을 하고 있었을까. CCTV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8
사장님께 부탁해 그날의 영상을 USB에 담았다. 그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찍혀있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목격자를 찾을 생각 이다. 또 여자도 찾아야 한다. 자살이었어도 그 남자가 죽인 것이다. 그 남자를 찾고 죄값을 받게해야 한다.
10
판결 3년 10개월.
                           -end-
[다독 다작 다상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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