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에 가, 새끼 손톱 만하게 작은 조약돌을 주어 모은다. 예쁘고 잘생긴 놈들로.
바지주머니 한가득 모으면,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조약돌들을 잘씻어 햇빛에 말린다.
잘 말라 따끈한 조약돌들은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조약돌 약이 완성되었다.
'만병 통치약! 작은병 이천원 큰병 삼천원'
손으로 쓴 듯 조잡한 플랜카드에는 구시대적 말들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시하며 지나친다.
유심히 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어디서 주워 왔는지 모를 낡은 나무판자 위에는 깨끗하게 잘 닦인 유리병이 놓여 있었다.
유리병 안에는 회갈색빛 나는 돌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 사람은 김삿갓이라도 되려고 하는 걸까?
가게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양심 판매 라는 걸까?
난 작은 병 하나를 들었다. 돈은 나무판자 위에 올려두었다. 병에는 사용설명서 까지 붙어 있었다.
'용법및 용량 : 1일 3회 한정 씩 먹으면 됩니다. 식후에 물과 같이 드세요. 식전 이라면 물을 꼭 많이 드세요.'
이 것도 인쇄된 것이 아니라 손으로 썼나보다. 일반 약처럼 쓰려다가 결국 설명해주듯 썼다. 그래도 글씨가 예뻐서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한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됩니다. 목만 아프고, 죽진 않아요.'
설명서를 보다보면 이 사람이 직접 먹어 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씹어먹지 말아라(어금니가 깨졌다고 한다.), 사탕처럼 굴려먹지 말아라(입천장과 혓바닥에 상처가 많이 났다고 한다.) 등 주의사항이 많이 있었다.
난 약병을 내방 책상위에 두었다. 호기심에 산 것이지, 먹을 생각은 없었다. 돌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게 만족스러웠다. 그래 장식용이다.
새벽에 잠이 안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땀이 나면 그래도 잠이 올까 싶어 걷다가, 어느새 초등학교에 까지 와버렸다.
조금 멀리 나온게 아닌가 싶어 돌아 가려는데, 운동장에 돌아다니는 불빛 하나가 보였다.
한 여자가 잃어버린 것을 찾는 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 그여자에게 다가갔다.
"도와드릴까요?"
"네?"
여자가 돌아 보았다. 여자의 손에는 작은 조약돌들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유리병을 열어 보았다. 마른 돌냄새가 향수처럼 코를 찔렀다.
돌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어보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돌은 아무런 맛도 내지 않았다. 그저 작고 딱딱한 것이 혀위에 있을 뿐 이었다. 혀 위에서 몇번 돌을 굴려보다가 그대로 삼켰다. 사탕이나 껌이 넘어가는 것보다 부드럽게 넘어갔다. 목이 조금 막히는 듯 하더니 금새 사라졌다.
돌은 그 뒤에 내 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산산히 분해되었거나, 내 몸 어디엔가 쌓여있을 것이다. 돌은 심장 가까이에 쌓인다고 했다. 이제 아프면 모두 돌 때문 이다.
-end-
돌은 아무 맛도 없습니다.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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