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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챠챠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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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챠챠브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11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남편, 메뚜기, 우주, 공무원, 발전 [새창] 2018-06-07 21:53:52 0 삭제
    피드백 감사합니다!
    10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남편, 메뚜기, 우주, 공무원, 발전 [새창] 2018-06-05 14:34:26 1 삭제
    “안돼!”
    “우, 우왓!”

    꼬마.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꼬맹이가 상처를 끌어안고 누운 휘민 앞을 막아서서 양 팔을 쫙 펼쳤다.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상황에 스텔라가 급히 총구를 들어올렸다. 샛노란 유치원복을 입은 여자 아이가 비장한 눈빛으로 스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스텔라는 혼란에 빠졌다- 휘민에게 조력자가 있다는 정보는 전혀 없었다. 잠적한지 꽤 긴 시간이 지났으니 뭐가 생길 만은 했지만, 저런 쪼꼬맹이를 동료로 꼬셨단 말인가? 말도 안돼!

    “뭐야, 넌 누구…?”
    “아저씨 괴롭히지 마!”
    “아… 저기 애기야, 언니는 경찰이거든? 그 아저씬 아주아주 나쁘고 위험한 사람이니까……”
    “우… 우……”
    “지금 언니가 그 사람 얼른 잡아가야 해. 천천히 언니 쪽으로 와, 거깄으면 다친단말이야. 어서!”
    “우리 남편 건들지 마!!!”

    스텔라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하마터면 권총까지 놓칠 뻔 했다. 경악과 멸시의 시선이 휘민에게로 넘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휘민 역시 사기라도 당한 듯 벙찐 표정이었다. 스텔라의 표정을 알아챈 휘민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스텔라가 아이에게 한 발씩 신중히 다가서며 말했다.

    “저기, 우리 친구? 남편이라니 무슨 소리야?”

    아이는 새빨간 얼굴로 씩씩거릴 뿐이었다.

    “괜찮아, 언니에게 말해봐. 혹시 저 아저씨가 이상한 짓을 했니? 친구 몸을 더듬었다던가, 눈 앞에서 바지를 벗었다던가…”
    “그런거 아냐! 비밀이야!”
    “세상에, 저 어린 애한테 입막음까지... 야 진휘민!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당장 안 일어나!”
    “오지마!”

    아이가 빽 내지르는 소리에 스텔라가 멈칫했다. 맙소사, 순진무구한 피해자가 저 극악무도한 흉악범을 보호하다니.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인질이 인질범을 옹호하는 현상. 겪어본 적이야 없진 않지만 이건 너무 이례적이잖아. 스텔라는 어찌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려고 표정을 애써 유지했다.

    “어, 저기, 친구? 우선 이름이 뭐니?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신ㅇ… 아, 아줌마는 몰라도 돼!”
    “뭐라고?”
    “오지 말라고! 아! 줌! 마!”
    “풉!”

    아이 뒤에 넘어져있던 휘민이 킬킬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다리에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무슨 일인지 여유가 가득했다. 스텔라는 움직이기 시작한 흉악범죄자에게 총을 겨눠야 할지 아이 앞에서 무기를 꺼내들어도 될지 갈피를 못 잡고 난감했다.

    “푸큭큭큭끅끅끅… 아, 못 산다 못 살아 진짜.”
    “아, 아저씨! 아저씨 움직이지마, 아퍼!”

    휘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쪼르르 온 아이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우주야. 아저씨 이제 안 아파.”
    “거짓말, 다리 아프잖아! 피 많이나잖아…”
    “원래 어른은 피가 나도 안 아픈거야. 봐봐, 아저씨 하나도 안 울지?”
    “아니야…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어딜 좀 가야 해. 그치만 금방 돌아와서 우리 우주 맛있는거 많이 사줄게.”

    아이는 뭔가를 직감한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휘민도 스텔라도 몰랐겠지만, 그건 아이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며 남긴 말이었다. 휘민이 애써 미소지으며 장난스럽게 아이의 볼을 죽 꼬집었다.

    “신우주. 우리 약속한 거 있지?”
    “울지… 않기로……”
    “그래 그래.”
    “그치만… 그치만… 흐끅… 다 거짓말쟁이야, 아빠도 아저씨도……”

    휘민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스텔라를 보는 표정에 어쩐지 허탈함이 묻어있었다.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한 우주를 뒤로 하고, 그는 피범벅이 된 왼 다리를 연신 절뚝이며 스텔라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스텔라는 뒤로 살짝 물러서며 권총으로 휘민의 심장을 겨눴다.

    “손 들고 멈춰서! 안그러면…”
    “뭐, 쏘기라도 하게?”

    휘민은 아랑곳 않고 스텔라의 앞까지 다가왔다. 총구가 휘민의 가슴에 툭 하고 닿았다.

    “애도 있는데 그런 것 좀 치우쇼. 경찰 씩이나 되갖고… 쯧.”

    그리고 내미는 양 손목. 스텔라는 무슨 꿍꿍인가 싶어 뒤로 물러서며 휘민을 살폈다. 이미 몇 번이나 수사망을 피해가고 한 사람을 순직시킨 악질이었다. 그러나 휘민은 한 데 모은 손목을 휘적거리며 짜증을 부렸다.

    “아 뭐하쇼, 후딱 차고 갑시다! 공무원 아니랄까봐 직무유기 하는 것 좀 봐. 이러니 나라가 이 꼴이지.”
    “하아… 젠장.”

    스텔라가 권총을 거둬 홀스터에 넣었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휘민이 내민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약 20분 후, 달리는 차 안.

    “진휘민이.”

    보조석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스텔라가 입을 열었다. 차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던 휘민이 고개를 들었다.

    “아까 그 꼬마랑은 무슨 사이야? 남편이라고?”
    “...흥. 뭐 아동범죄라도 뒤집어 씌우려고? 실적 두둑히 땡겨서 좋겠구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어떻게 너같은 살인마가 그런 순수한 아이와 친구가 됐는지.”

    휘민이 낮은 웃음 소리를 흘렸다.

    “내가 제일 먼저 죽인 놈이 누군지 기억하나.”
    “강…”
    “메뚜기 완구 사장 강고순. 맞죠?”

    옆에서 운전하던 민성이 끼어들었다. 이에 스텔라가 민성을 쏘아보았다.

    “큭큭큭큭. 맞아, 그 새끼. 왜 죽였게?”
    “워허. 여태까지의 사건 파일로 보아선 부자들에 대한 막연한 분노? 아니면 일자리를 잃고 전전하다가 빡쳐서 기득권층에 대한 복수?”
    “김 순경, 다물고 운전해라.”

    그 말에 입을 삐쭉 내미는 김민성. 혼자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스텔라의 귓가에 들릴듯 말듯 스쳤다.

    “막연한 분노라…… 진짜 발전이 없는 집단이군. 내 딸, 고작 여덟 살이었어.”
    “......?”
    “강고순한테 죽기 전에 말이야. 고작 여덟 살이었다고. 나는 내 딸이 어디서 죽어가는지도 몰랐어. 죽기 전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아무 것도. 하나도 모르고 그저 돈 벌겠답시고 상사한테 욕쳐먹고 있었다고.”
    “무슨… 사업가가 당신 딸을 해치기라도 했단 말이야? 그럼 신고를 했어야… ”
    “큭큭큭. 내가 제일 힘든 게 그거였어. 아무도 그 돼지새끼의 민낯을 모르더군. 아니, 알아도 모른 척 한게 맞지. 신고? 당연히 했지! 그런데 존경하는 재판장님이 그 새끼 사촌이더라고!”

    휘민이 자세를 앞으로 숙였다. 수갑에 묶인 손이 간신히 머리를 싸맸다.

    “놈은 무죄였어. 사건 당시에 만취 상태였기에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나. 그래서, 내가 했어. 아랫도리부터 조각을 내 줬지. 내 딸의 고통을 반의 반만이라도 느껴보라고 말이야. 그런데도 없어진 딸은 안돌아오더라고, 당연한 거지만. 그게 견딜 수가 없어서 계속 비슷한 놈들을 해치워 나갔어. 바로……”

    툭. 다시 뒤로 기댔다.

    “우주 같은 애들을 지키려고.”

    차 안에 있는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주행 중인 차의 엔진 소리 만이 중저음을 울리다가, 그 마저도 신호에 걸려 멎었다.

    “내 딸… 엄마도 없이 씩씩하게 자란 아이였는데. 그렇게 죽으면 안되는 아이였어. 그렇게 죽으면… 안됐다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피식 하는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불쌍한 애야. 아빠는 집에 안오고 엄마는 매일 술취해서 늦게 들어온다대. 신기하게 우리 우주랑 이름도 똑같고 생긴것도 닮았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숨어지내는 동안 먹을 것도 사 주고 같이 놀았지. 그러더니 어느날 이 담에 크면 아저씨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그래도 다짜고짜 남편이라니, 쪼끄만게 그렇게까지 못하는 말이 없을 줄이야.”

    휘민이 눈을 감으며 물었다.

    “애는 잘 데려다 준거지?”
    “당연……”
    “그럼요! 애가 좀 격하게 울어서 걱정되긴 했는데, 그래도 무사히 바래다줬슴다! 가는 내내 아저씨 데려가지 말라고 어찌나 울고불고 하던지……”
    “그럼 됐어. 한 숨 잘래.”
    8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설거지, 해외, 눈물, 계획, 귀신 [새창] 2018-01-13 14:00:39 2 삭제
    문득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통 청소하지 않아 먼지쌓인 바닥, 내다놓지 않아서 굴러다니는 쓰레기 봉투들, 빈 그릇이 몇 겹이나 포개진 컴퓨터 책상, 그 아래로 굴러다니는 빈 콜라병, 여기저기 튀어 말라붙은 국물들. 현관 옆에는 그동안 시켜먹은 배달 음식들의 흔적이 무질서하면서도 고스란히 쌓여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다섯시 삼십분에 죽어있었다. 싱크대 쪽은 훨씬 가관이었다. 온갖 냄비와 수저들이 가득한 그 도가니는 설거지거리라기보다 차라리 고물상에 실려갈 고철 더미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몰랐다. 나도 모르게 무너지는듯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독립을 시작하면서 식사와 청소만은 꼬박꼬박 하기로 약속했었지. 어길 때 마다 스스로 벌금을 내고 있었지만, 그 모아놓은 저금통도 지금은 한 쪽 구석에 박살나서 널부러져있다. 집 꼬라지에 신경쓸 여유가 없던 것은 사실이었다. 실연과 해고를 한 번에 당했으니, 말 다했지. 그 때 차 차장 말만 안들었어도, 출장 한 번만 어떻게든 빠졌어도, 나답지 않게 거절 한 번만 했어도…… 다녀오고 나니 일개 사원이 혼자 급히 떠나서 해외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단 이유로 내 책상은 없어져 있었고, 혜인이는 연락이 안된다 싶더니 일방적이고도 당당하게 이별 통보를 해왔다. 한 일주일 정도는 눈물로 보냈지 아마. 인생의 제일 밑바탕에 무의식적으로 깔아놓고 살고 있던 기본 계획이 단 며칠만에 마술처럼 사라져버렸다.

    기구하게도 그 전도, 그 전전에도, 나는 좋게 헤어진 적이 없었어. 다들 바람을 피우거나 갑자기 사라져버렸지.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해주면 여자들은 내 돈으로 백이라던가 화장품을 챙기고는 ‘질린다’면서 훌쩍 떠나버렸다. 제대로 연락하는 친구도 얼마 남아있지 않다. 다들 연락할 때에는 뭔가 목적이 있었으니. 아마 내 베풀길 좋아하는 성격이 녀석들 눈에는 꽁돈으로 보인 모양이다. 언젠가 한번 술집에서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가 그런 문제로 다투고 나서는 내 쪽에서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람에 대해 점점 무뎌져갔다. 누구를 만나도 거리를 두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사람에게 기대하고 도와주고 마음을 주면 그만큼 충격으로 되돌아왔으니까. 그렇게 타인과 거리를 두는 만큼 감정도 서서히 약해져갔다. 웃음도 울음도 놀라는 것도 살아갈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무뎌지는데 마저 지쳐서 꼼짝도 할 수가 없다.

    사실 어릴 적부터 순둥이란 소릴 많이 들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기가 그렇게 힘든 나였다. 누가 때리면 맞아주고, 소리지르면 들어주고, 빌려달라면 빌려주고, 불편해보이면 양보해주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호구였다. 부모님은 그런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 순박하고 착한 아들. 남에게 피해입히지 않는 씩씩하고 올바른 어른. 하지만 그렇게 살기에 세상은 너무 거칠고 날카로웠다. 그리고 나는 그런 걸 알고서도 나대로 살아남기 위해 무뎌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무뎌지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될까? 아무것도 기대하지도 않고 느끼지도 못하는, 그냥 껍데기만 돌아다니는 귀신이라도 되는걸까? 그렇게 모든 일에 무덤덤해지면 지금보다는 행복해지려나?
    7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누구세요?' [새창] 2017-10-05 13:53:29 0 삭제
    ㅋㅋㅋ 사실 편의점부턴 졸면서 쓴거라 아예 다시 손봐야겠어요.
    오해 풀리는 과정을 일일히 다 쓰기엔 지루해지고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그랬습니다'식으로 넘기려 했는데, 조금 언질을 더 해야 할까요.
    6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누구세요?' [새창] 2017-10-05 03:54:14 0 삭제
    한 시간쯤 후, 근처 편의점 야외테이블.
    정혜가 핸드폰으로 자료를 넘겨보며 말했다.

    “어쩐지. 어디서 봤나 기억이 날랑말랑 하더라. 좀만 더 울었으면 못알아봤겠어요, 슬비씨. 가뜩이나 복장도 180도 변해서 말이야. 푸핫, 우리 회사에 지원한 사람이었을줄이야.”
    “......”
    “말도 마, 무대포로 화내고 때려부수고 하다가 뜬금포로 애처럼 울고불고 하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덕분에 오해푸는데 애먹었잖아, 아가씨.”

    안주로 산 과자가 참 고소하네.

    “...정말로 너무 죄송합니다. 지인짜 똑같이 생기셔서...”
    “음… 그래요, 우리 남편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그런 짓을 했다고. 흐음~ 왜 하필 우리 강성우씨 코스프레를 했을까?”
    “잘생겨서 여자꼬시기 좋았으니까?”

    정혜가 익살스런 미소를 보이면서 볼을 잡아당겼다.

    “그렇대도 주소까지 알아내서 슬비씨한테 준건 심한데. 도대체 뭘까? 변신 능력자중에 우리 남편 얼굴에 주소까지 대충 아는 사람이라……”
    “요즘에야 그런 능력 있는 사람 많으니까. 자기네 회사엔 짚이는 사람 없어?”
    “음, 우린 변신쪽은 여사원 뿐이라. 으음…...”

    정적.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손님 한 명이 편의점에 들어갔다. 캔맥주를 들자 정혜가 따라 들어서 짠을 해줬다. 그 날 이후로 술을 안 먹는다는 슬비씨는 대신 콜라를 들고 있었다.

    “음, 슬비씨.”
    “아, 네!”
    “지금 따로 하는 일 있어요?”
    “어, 아뇨, 그냥 알바같은거만 하고 있어요.”
    “잘됐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슬비씨. 작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콜라를 호로록 마셨다.

    “생각보다 이 바닥 좁아요, 슬비씨. 우리나라에 변신 능력자 얼마 되지도 않아. 그 남자 찾는 건 쪼끔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거든.”

    으잉? 이건 예상 밖인데?

    “여보야, 그렇게까지 안해줘도 될것같은데.”
    “아냐, 이건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자기도 뭐 찾아준다 어쩐다 했다면서.”
    “아니 그건 생명에 위협을 느끼니까 나도 모르게 떠들어댄거고. 아 슬비씨같으면 안무서웠겠어? 돌바닥을 과자처럼 부수는 사람이 코앞에 서있는데? 내 말 맞지?”
    “됐고. 어때, 슬비씨? 찾는거 도와줄테니까 우리 회사에 와요. 알바래봤자 그런 능력이면 무슨 일일지 내가 다 아는데 뭐. 우리 보수도 섭섭치 않고 좋아요.”
    “아……그러면 저도 너무 좋지만 두 분께 너무너무 죄송스러운데……”
    “아이, 그런 생각 말고. 어차피 서류전형은 전에도 붙었으니까 내가 처리만 하면 되고, 면접만 제대로 보면 되요. 이번엔 떨지 말고 자신감있게.”
    “저, 그래도 생각좀 해봐도…”
    “생각 말고 그냥 와요. 자.”

    정혜가 명함을 내밀었다. 슬비씨는 좀 머뭇거리다가 임금님께 선물을 하사받듯이 받아들었다.
    “저, 그럼 이만 가봐야겠어요.”
    “너무 늦지 않았어요? 자고 가도 되는데, 방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 자기야?”

    옆구리에 불똥이 튄 듯 찌릿했다.

    “아니에요, 내일은 일이 있어서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소란피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슬비씨는 꾸벅 배꼽인사를 하고는 세워둔 바이크로 걸어갔다. 불꽃그림으로 한껏 장식된 바이크를 슥 쓰다듬더니 다시 우리쪽에 고개를 숙였다.

    “조심히 가요. 언제든 회사 한번 놀러라도 오시구요~”

    인사가 끝나자 헬멧을 뒤집어쓴 슬비씨가 애마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자세를 잡으니 탱탱한 몸매가 과도하게 부각되어 나도 모르게 딴 곳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부다다당거리는 폭음이 슬슬 올라갔다가 동네 밖으로 흘러나갔다. 우리도 자리를 정리하고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까 믿어줘서 고마워. 나 진짜 거기서 인생 끝나는줄 알았다니까.”
    “나참, 오빠 그 쫄보 성격에 저런 걸크러쉬를 잘도 자빠트렸겠다. 사람들도 참 믿을 걸 믿어야지.”
    “우헤헤, 그러게말이야. …쫄보...”
    “아무튼~ 물건이다, 물건이야. 비전이 있어. 좀 어려서 그렇지 잘키우면 든든하겠어 아주.”
    “그래, 저기 어디서 비전을 봤길래 그렇게 잘해줘? 저 비전이 우리 비전 가루낼 뻔한건 알아?”
    “알지, 아까 다 합쳐서 세 번은 들었으니. 바지 안축축해진게 용하다, 진심. 어쨌든 다치진 않았다며.”
    “캬, 그게 또 내가 한 순발력하잖아! 슬비씨가 다리를 쩍! 하고 아귀마냥 벌리는데 내가 삐씽~ 해가지고!”
    “푸하하핫, 삐씽은 뭐야 삐씽은~”
    “그 삐씽~ 덕분에 내가 오늘 목숨 보존한거 아냐~ 중요한 곳도 딱 멀쩡하고!”
    “으음~ 그건 못믿겠는데. 멀쩡한지 직접 봐야겠어.”
    “어, 업… 정혜야, 여기서는 좀 곤란…”
    “뭐래? 중요한 우리 오빠 얼굴좀 보자~”
    “어...어허허. 그래…”
    5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누구세요?' [새창] 2017-10-05 03:51:21 1 삭제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17금정도가 되었는데 문제 생기려나 모르겠네요. 일단 올려보고 안더겠다싶으면 삭제할게요.
    ㅡㅡㅡㅡ
    “저기… 근데 누구세요?”
    “…뭐? 누구세요?”

    엥, 단순히 누구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여자의 해맑던 표정이 한순간에 돌변했다. 경악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 한 얼굴이 이내 분노로 일그러져갔다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육감적으로 쫙 달라붙은 검은 가죽 바지가 가로등 빛에 광택을 번쩍이며 거침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난데없는 기세에 밀려 나도 모르게 슬슬 뒷걸음질이 났다. 뭐, 뭐야 이거?

    “야. 야, 뭐? 누구세요? 누구세요오오?”
    “아아아니 저기 누구신데… 아아 그게 아니고 누구셨더라, 그그...생각이 날듯...”

    턱. 발꿈치에 뭔가가 걸렸다.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찰나에 여자의 포스 가득한 라이더 재킷이 코앞까지 들이닥쳤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쪽으로 벌러덩 몸을 던졌다. 여자가 어스름한 가로등 빛을 등지고 그런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실루엣에 번뜩이는 안광, 가시와 해골장식으로 범벅된 벨트, 부숴버릴듯이 손에 쥔 오토바이 헬멧, 단단하게 허리에 올린 왼 손.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주얼의 여자는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영문도 모르고 어떻게든 뒤로 기어가고 있었다.

    “야, 나 기억 안나? 날 모른다고 이 ㄱ새끼야? 내가 네 말만 찰떡같이 믿고 여태 널 찾아다닌게 얼만데 ㅅ발 누구세요? 누구우신데에에???”
    “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누구랑 좀 착각하신거같은데 잠깐만 잠시 말좀…”
    “닥쳐어어어!”

    쿠웅. 공사장에서 사고라도 날 때나 들을 수 있을 법 한 소리가 적막한 밤 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폭음과 작은 파편이 주변의 벽이며 창문을 두들겨댔고, 흙먼지가 솟아올라 가로등 조명을 받으며 나풀거렸다. 지그재그로 조각난 보도블럭 사이에서 그녀가 구둣발을 빼 들자 낮지 않은 통굽 힐에 묻어있던 돌조각이 흘러내렸고, 동시에 펑크스타일로 박힌 찡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맙소사, 저게 사람 힘이야? 이 여자가 발 들어올리는 걸 보자마자 옆으로 굴러서 피하지 않았다면 아마… 내 사타구니…….

    “흐, 호어어어어억……”
    “야.”
    “이이이이예예예예, 네네넵!”

    정말로 무릎이라도 꿇을려고 땅바닥에 손을 짚었는데, 여자가 불쑥 들어오며 내 앞에 쪼그려앉았다. 그 시커먼 동작에 화들짝 놀라 뒤로 헛발질까지 해가며 뒤로 물러났건만 얼마 못 가 웬 벽이 등을 가로막았다. 여자는 안절부절하며 토끼마냥 오들거리던 날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까와는 각도가 바뀐 가로등 덕에 그녀의 실망한 표정이 낯낯이 드러났다. 그러고는 퍼렁인지 초록인지 요란하게 염색한 단발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물었다.

    “나 진짜로 기억 안나?”
    “흐에...녜… 기억이… 아아아니 오늘 처음 뵈어요…흐읍… 안녕하세요...”

    극도의 공포심은 어느새 울먹임 직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자존심이라는 단어가 잠깐 떠올랐다가 저 너머에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을 보자마자 쏙 들어갔다. 대신 호랑이굴에 물려가면 정신이라도 빡세게 차려야 한다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침착해지는 느낌이 들어 작은 심호흡을 여러번 들이마셨다.
    여자는 계속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그러니까… 뭐 이름이 같다거나 생긴게 비슷하다거나 해서 진짜로, 진짜로 그쪽이 착각하신거같구요…”

    젠장, 미간이 더 구겨졌잖아 저 여자! 빨리 아무 말이라도 던져봐, 호랑이밥 새끼야!

    “아니아니 진짜 제가 그쪽을 모른척 하려는게 아니라요, 아 좀 제가 흔하게 생겨가지고 그러신걸수도 있잖아요, 제가 길가다가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고 막 전생에 자기랑 못맺은 인연이 있었다고 그런 소리도 많이 듣고 막 그렇거든요.”

    이번엔 고개를 푹 숙였다. 혹시나 박치기라도 할까봐 움찔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리고 뭐 제가 오토바이같은거 타는 사람도 아니라 그쪽같은 분 만날 일도… 어어어 아니아니 오토바이 타시는 분들 비하하는건 아니고요 그냥 그만큼 저흰 관계가 없다 뭐 그런 말씀 드리는거죠. 아니 뭐 정 급하게 찾는 분이면 제가 찾는거라도…”
    “어떻게.”
    “에?”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여자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저게 제발 분노의 감정만 아니기를. 나는 슬쩍 아랫도리를 훔쳐봤다가 다시 말을 건넸다.

    “아… 아 글쵸글쵸 그놈도 참 나빴네. 이런 ㅁ...미녀를 밤중에 싸돌아다니게나 하고 말이야, 안그래도 세상 흉흉한데. 허 참 거 그놈 누군지 참...”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른척을 할 수가 있어… 이… 이 쓰레기야…”
    “아 진짜 아니라고 몇번을 말…”

    여자가 퍼뜩 얼굴을 들었다. 눈가에 구슬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빨갛게 상기된(아니면 그냥 가로등빛이었을지도) 얼굴을 지나 주르륵 흘렀다. 뭐 이런……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이 뻔뻔한 새끼야! 그때 같이 술집에서 만났다가 어? 자리 옮기자더니 막! 같이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가!”

    뭐라고? 와, 이 여자 중증이네 완전.

    “허, 나참. 내가 그랬다구요? 저기 제가 요새 계속 바빠서 퇴근도 제대로 못했거든요?”
    “쉬었다 가자고 하더니 모텔데려가서 막… 막…흐아아앙…...”
    “야 이 썩을 놈아! 어딜 취한 여자를 함부로 건드려 이 천하의 짤라버릴 자식이!”
    “???????????”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창문 하나가 잽싸게 탁 하고 닫혔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 소리.

    “이 여편네가 미쳤나, 소리는 지르고 ㅈ랄이야!”
    “아 열받잖우! 드라마에서도 저런 장면은 안나와!”
    “거 조용히좀 하라니깐 참!”

    맙소사. 여자 기세에 눌려 잊고 있었다. 여기 으슥해서 사람이 안다니는 골목이라 그렇지 한참 주택가였지. 주변을 둘러보니 마찬가지로 잽싸게 창문 닫는 소리가 곳곳에서 타라라락 들려왔다. 어머, 어머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아아아아아아아이거 잠깐만잠깐만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딴놈이라고 그거 진짜! 사람 잘못봤다고! 아오오오오!!!”
    “지갑 없어졌대서 방값도 내가 냈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없어져있고…흐으윽…… 기소 1동으로 찾아오라는 쪽지만…….으흐어어어엉……”
    “야 이 천하의 쓰레기같은 잡누무시끼야!”

    맨 처음 소리지른 집이었다. 대신 두 분 포지션이 바껴있었다.

    “아이고 이 양반좀 봐. 아 창문 닫아요 동네 챙피하게!”
    “아 놔봐! 저저 썩어문드러질, 여자가 방값을 내게 해? 것도 모잘라서 야반도주? 이 개만도 못한 놈아 니놈새낀 우리집 아들내미였으면 아주 다리몽댕이를 그냥……!”
    “아 아니라구요!”
    “우기면 다 되는중 알아 자식아! 처자가 저렇게 우는데 어르고 달래진 못할 망정!”
    “이 양반이 내가 백날 울어도 욕지거리만 해놓고 뭣이 어째? 야!”

    아줌마의 등싸닥션, 이후 창문이 닫히면서 동반퇴장. 부아가 치밀어서 창문으로 삿대질을 갈기며 외쳤다.

    “아 아니라는데 왜자꾸 욕지거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야!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떠들기만 하고! 엉!”

    여자는 차이기라도 한 듯 세상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봐요, 일단 자리좀 옮겨서 얘기합시다, 예?”
    “오빠아아… 흡, 나 진짜 기억 안나? 모르겠어?”
    “누가 오빠야 젠장할!”
    “오빠.”

    서슬퍼런 목소리. 소름끼치는 공기가 뒤통수를 얼릴 듯 불어왔다. 분명히 매일매일 듣던,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사랑스러운 목소리. 그래서 지금 더더욱, 무엇에도 비할 바 없이 두려운 목소리. 뒤돌아보기 너무나도 두려운, 그러나 볼 수 밖에 없는…...

    “ㅈ...자기….정혜야.”

    나의 반쪽.

    “누구야?”

    정혜는 메고 있던 백을 옆에다 툭 떨궜다.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모습이 점점 다가왔다.
    또각.

    “야. 누구냐고.”

    또각.

    “아 그래, 마침 잘왔어. 모르는 여자! 생전 처음보는 여자가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날 엄청…”
    “모르는 여자가 같이 모텔 한 번 갔다고 네 앞에서 우는거야?”

    또각.

    “아 글쎄 그렇다니… 어? 아아니 잠깐만 그러니까 그런게 아니고...”
    “뭐가 아닌데?”

    또각.

    “아니 내 말은, 저기, 천천히 풀어가면서 얘기 하자 자기야, 난 분명 이 여자 처음 보는데말이야...…”

    또각. 또각. 또각.
    4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귀향.' [새창] 2017-10-02 21:44:50 0 삭제
    주인공은 이미 몇 번의 실전에서 살아남아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이라 왠만한 일에는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성격...으로 설정했는데 말씀하신대로 1화의 느낌이라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그런가 잘 전달이 안됐네요 ^^;
    그외에 나머지 설정은 잘 전달된거같네요. 피드백 감사합니다.
    3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귀향.' [새창] 2017-10-02 18:13:44 1 삭제
    의자에 앉아있다가 품속에서 액자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작은 참치캔처럼 생긴 홀로그램 방출기가 위쪽으로 빔을 뻗었고, 그것은 이내 가족영상을 그려나갔다. 손을 흔드는 어머님과, 그저 웃으시는 아버지, 멍때리다 뒤늦게 포즈를 잡는 누나. 그 사이의 브이자 손가락을 흔드는, 어렸을 때의 나. 5초 가량의 짧은 홀로그램 영상이 계속 반복될 뿐이었지만 나는 홀리기라도 한듯 가만히 보고 있었다. 선내의 미약한 진동이 영상을 미세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흔들고 있었다. 아니면 내 손이 그렇게 떨리는 거였을까. 한참을 그렇게 보다가 그만 액자를 꺼서 집어넣고 고개를 숙였다. 이마에 손을 짚으니 액자가 가동되던 온기가 손을 타고 따스히 전해졌다. 몸살이라도 나면 어머니가 이렇게 이마를 짚어주셨지.

    “이봐 킴, 이봐이봐. 기미기미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길 지미라고 소개했던, 기껏해야 스물이나 됐나 싶은 코쟁이가 한껏 들뜬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녀석은 창가를 가리키며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창 밖에 저거 봤어? 지금 죽인다고!”

    나는 허리를 세워서 창 밖을 대충 내봤다. 광활한 우주 공간. 한때는 인류에게 있어 미지의 대상이었고, 한때는 인류의 탈출구였던, 이제는 신비로울 것도 없는 끝없는 세계.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녀석이 갑자기 날 잡아당겨서는 창문에다 얼굴을 붙여놨다. 싸가지는 없었지만 누가 뭐래도 힘 하나는 좋은 녀석이었다.

    “거기선 잘 안보인다고! 봐봐, 저거 지구야! 화성에선 이렇게 자세히 못본다고! 하하!”

    그 불쾌한 행동에 녀석을 한번 흘겨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는듯 실실 웃어보이면서 창문을 재차 가리켰다. 마지못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지미가 말한대로였다. 우리의 목적지, 우주 속에 둘러싸인 지구가 아주 크고 확실하게 보였다. 여전히 푸른 빛이 강한, 그 시절의 지구였다. 다만 한 가지.

    “저건… 저번에 봤을 때보다 커졌군.”
    “젠장할, 진짜야? 저거 진짜로 자라고 있는거였어?”
    “음, 확실히 커졌어. 범위도 넓어진 것 같고.”
    “망할, 난 그놈의 교관놈들이 겁주려고 하는줄 알았지! 푸하하! 맙소사, 저거 진짜 쿨한데!”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 저게 네 가족을 깔아뭉갠 적이 없으면.”
    “아하, 뭘그렇게 또 심각해지시나 미스터.”
    “네놈은 온 가족 다 멀쩡한거 샘나서 그런다.”
    “오, 미스터는 일본 출신이었구만.”
    “아니… 남한에 살았어. 일본은 김이라는 성 안 써.”

    지구는 여전히 우주 밖으로까지 뻗은 그것들을 천천히 하늘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우리는 그것에게 ‘크툴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순전히 외양에 의해 붙은 이름이었지만, 그 섬뜩한 이야기만큼 이를 잘 묘사할 수 있는 개념은 인류 문명에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엔 ‘촉수’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 명칭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단순히 촉수라기에 너무나 압도적인 재앙이기도 했지만, 인류는 고작 촉수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우주로 쫓겨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싶지 않아서 거기에 조금이라도 위대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현대 인류의 콩알만큼 남은 자존심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지. 아마 진작부터 화성에 테라포밍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이름놀이 마저도 불가능했으리라.
    아무튼 그것은 태평양의 한 쪽 구석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이 으레 그렇듯 지진이 조금 크게 일어나나 싶더니, 진도가 점점 강해져서 급기야 땅이 갈라지고 역대 최고 수준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무너진 땅 속에서 고층빌딩에 버금가는 거대한 문어 다리가 별안간 등장했다. 그것이 닥치는대로 휘두르자 건물이며 고가도로가 맥없이 부서져나가 사람들을 짓뭉갰다. 다리는 계속계속 위로 솟아나 더 많은 땅을 부숴댔고, 한 인간이 한 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그 옆의 틈으로 다른 촉수가, 또 다른 다리가 끊임없이 올라왔고, 이를 시작으로 전세계로 놈들이 퍼져나갔다. 불과 며칠 만에 촉수들은 일본 열도를 말끔히 삼키고 인근 대륙 일부까지 지도상에서 없애버렸다. 물론 한반도를 포함해서. 그 결과가 우주공간에서도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저 촉수 다리들.

    도로 자리에 앉자 중대장의 주름진 목소리가 방송으로 흘러나왔다.

    “아 아. 주목, 중대장이 말한다. 얼마 안있어 대기권에 진입할 예정이니 모두들 정위치에 착석해서 듣도록. 여태 시간 많았으니 잘들 알아서 처먹고 마시고 놀았을거라 믿는다. 각설하고,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하지만 이 앞으로는 여태 온 과정과는 비교도 안되는 험난함이 기다리고 있다는거, 모두가 알거라 생각한다. 혹시나 놀러가는 기분으로 앉아있는 새끼 있으면 당장 총 반납하고 자살하는게 옆사람에게 훨씬 도움이 될거니까 그렇게 알아두고.”

    잠시 방송이 멈췄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이. 정적을 틈타서 내가 속삭였다.

    “네 얘기같은데, 지미.”

    그러자 지미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와, 와하하하! 중대장님 정말 유머감각 최고 아닙니까!”

    놈이 박수까지 쳐가며 오버스럽게 웃자 다른 병사들도 마지못해 웃어제꼈다. ‘중대장님 너무 웃깁니다’따위의 어설픈 환호를 곁들이기까지 했다. 선내 전체가 그렇게 인위적인 웃음바다가 되었고, 그제야 만족했다는듯 방송이 재개됐다.

    “음핫핫하 그래그래, 그쯤 하고. 뭐 내가 하고싶은 말은 기본에 충실하란거다. 훈련받은대로, 상관이 시키는대로, 하달받은 임무대로 움직이라는거고, 확인사살 반드시 교범대로 진행하고.
    우리는 지금 역사의 한가운데로 돌진하고 있다. 삼십년 전 그 사건을 직접 겪은 이들이 많겠지만 말로만 들으면서 자라온 세대도 있겠지. 그 꼬맹이들을 위해 몇마디만 하겠다. 저 촉수괴물들만 아니었어도 너희들이 평생 컨테이너에 갇혀서 온갖 고문과 훈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어. 여자도 마음대로 만날 수 있었겠지.”

    선내에 짧은 야유가 울렸다.

    “그래, 그렇게 적개심을 가지란 말이야. 니들 자유와 평화를 뺏어간 놈들이라고. 내가 지구에서 군인노릇 할 시절엔… 응?”

    꺼지지 않은 마이크를 통해 누군가 중대장 옆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음음. 그래 뭐. 좋아. 아무튼 인류의 고향에 온걸 환영하고, 이쯤에서, 마지막으로, 제군들 전원에게 아주 중요한 명령을 부여하겠다.”

    갑작스레 무게 잡는 목소리에 일부러 말을 끊어서 정적 만들기. 저 양반 또 시작이군. 작전 시작시마다 중대장이 으레 하는 말이었다. 지미가 다리를 달달 떨며 말했다.

    “다 와서 무슨 추가임무? 막 살아남으라거나 그런 뻔한 거 아니겠지?”

    “다들, 무사귀환해라. 화성이건 지구건 고향 땅 다시 밟아봐야지? 이상.”

    지미가 장난스럽게 ‘우웩’ 하는 소리를 냈다.

    “새겨들어. 넌 이게 첫 임무라며. 운도 없는 놈.”
    “헹, 난 벌써부터 총질하고싶어 근질근질하다고.이봐, 그 문어 인간들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할래?”
    “다른 놈 알아봐.”

    나는 다시 액자를 꺼내 틀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내 깜빡이다가 픽 하고 꺼져버렸다. 이런, 밤새 충전이 안됐나. 아니면 너무 오래 들고 다닌 물건이라 배터리 수명이 줄은건가. 옆에서 지미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보조배터리를 내밀었다. 나는 군말없이 그것을 받아 액자에 꽂았다.
    2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신발을 샀다.' [새창] 2017-10-01 17:06:56 0 삭제
    아니 이렇게까지 칭찬해주실줄이야... 감사합니다 ㅜㅜ
    1 (문장 연습 오늘의 상황)     '신발을 샀다.' [새창] 2017-09-30 23:09:43 2 삭제
    “음, 이거… 산거야.”

    정장을 잔뜩 빼입은 녀석이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불편한지 넥타이를 살짝 당겨 느슨히 했다. 나는 마시던 맥주를 급하게 내려놓고 희성이를 휘둥그레 쳐다봤다. 잘못 삼킨 맥주의 탄산이 내가 받은 충격만큼이나 강렬하게 목구멍을 터트렸다.

    “커헉, 커헉…… 샀다고? 그걸? 얻은 게 아니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취직도 안되서 백날 돈없다고 징징거리던 놈이 저런걸 돈을 주고 샀단 말이야? 내가 벌떡 일어서서 녀석의 다리를 유심히 뜯어보려 하자 희성이는 ‘쳇’ 소리를 내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와는 대조되게 테이블 아래쪽의 다리는 영화 ‘신세계’의 조진웅 배우처럼 위풍당당하게 꼬고 앉아있었고, 그 올려진 다리 끝에는 페인트칠이라도 한 듯 새빨간 가죽구두가 달빛같은 술집 조명을 받아 달콤한 광택을 한껏 발하고 있었다.

    “푸하하학, 와~ 너님 제정신? 이건 뭐 반짝반짝하는게 거의 딸기사탕인데?”
    “닥쳐……”

    희성이가 열받았다는듯 맥주를 들이켰다. 잔에 남아있던 맥주를 단숨에 없애버린 녀석이 맥주잔을 던지듯 쿵 내려놓으니 쌓여있던 순살 치킨 한 조각이 굴러내렸다. 계속 키득대며 잔을 채워주니 희성이가 똥씹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너무나도 고소했다.

    “와 이거 자랑하려고 나 일 다 할때까지 기다린거야? 우와 지인짜 감동이다~”
    “야 됐고, 아오… 너 혹시나 구두같은거 시장 바닥에서 사지 마라.”
    “뭔뎈큭큭큭”
    “우리 집 근처에 시장 크게 있는거 알지?”
    “그래 그쪽 동네 갈때마다 자주 뭐 사먹었지.”
    “머리좀 식힐 겸 거기서 산책이나 하면서 다니고 있었는데 못보던 신발집이 있더라고. 원래 있던 구두는 낡아서 구경이나 할까 하고 들어갔는데 뭐… 구두쪽 보니까 퀄리티도 괜찮아보이고 가격도 싸대?”
    “그와중에 왜 빨강이을 고르셨어요 호갱님.”
    “아 쫌, 내가 뭐 일부러 이딴걸 골랐겠냐?”

    알았다는 손짓을 하며 치킨을 집어먹었다. 그래도 일 빡센 날에 이런 큰 즐거움을 주러 찾아온 친구를 그렇게까지 긁을 순 없지. 그래도 입가에 만연한 웃음기는 쉽게 떠날 줄을 몰랐다.

    “그 가게에 빨간 게 없었어. 다 검정 갈색 그런 평범한 구두들이었다고.”
    “음, 그럼 그건 뭔데.”
    “그게...아...씨.”

    희성이는 머리를 좀 긁적이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입을 열었다.

    “사고 이틀쯤 지나니까 이렇게 됐어.”
    “뭔소리야 그게.”
    “말그대로 사니까 색이 변했다고. 원래 까만 구두 샀는데 나중에 보니까 색이 이렇게 변해있었어.”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이 새끼 지가 골라놓고 쪽팔리니까……”
    “인마 쪽팔리면 내가 일부러 신고 여기까지 와서 널 기다렸겠냐. 아무튼…...”

    치킨 한 조각. 그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지금 이게 뭔지 믿기지가 않아, 이해 할 수가 없어. 진짜는 그 다음부터야.”
    “진짜라니?”
    “이 신발,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

    치킨을 입에 집어넣던 내 동작이 버튼이라도 눌린 듯 일시정지했다.

    “아 모르겠다. 일단 다 털어놔볼게. 나 요즘 아침에 자다 일어난 경험이 없어. 밤에 자고 눈뜨면 내가 이 신발 신고 정장입은 상태로 어디론가 가고 있더란 말이야. 어느 날은 피시방, 어느 날은 카페, 어느 날은 공원…… 근데 하는 일이 뭔줄 알아?”
    “네가 돌아다니는데 네가 하는 일을 몰라?”
    “무슨 최면에 걸린 느낌이야. 날 막 로보트처럼 조종해. 남이 하는 일을 1인칭으로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러고 취직준비를 하면서 돌아다녀.”
    “......뭐, 뭘 준비한다고?”
    “취.직.준.비.”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치킨을 입에 쑤셨다.

    “피시방에 가더니 이력서를 막 작성해서 보내질 않나, 무슨 건물로 면접보러 들어가질 않나. 주말엔 무슨 봉사활동같은것도 하러 가더라.”

    역시 얼빠진 표정으로 맥주를 입에 흘렸다.

    “버릴려고도 해봤는데, 버려도 다음날에는 꼭 내가 이 빨간 걸 신고 돌아다니고 있더라.”
    “너 혹시 뭐 약같은거 손 대냐?”
    “아니라구요. 나도 지금 미치겠다구요 자식아.”
    “허, 참. 그렇다고 치고 지금은 어떻게 나한테 온거야?”
    “아, 이거 저녁 여섯시까지만 이래.”

    이건 어떻게 참을 새도 없이 빵터져버렸다.

    “야이씨 프하하하하하하, 무슨 놈의 신발이 시간 재가면서 그런 짓을 해! 와 나 이 새끼 으푸하하하힣히히힣”
    “여섯시 이후에도 지맘대로긴 한데 내가 가고싶은 데로 가더라. 아니 근데 좀 도움이라고 청해볼려고 왔더니 뭔…...”
    “푸헤헤헤헷… 그래 뭐 네가 약에 손댈 위인은 아닌거 내가 잘 알고. 뭐 진짜라고 쳐도 이건 솔직히 내가 뭘 도와줄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샀던 가게는 다시 가봤어?”
    “없어졌더라.”
    “켁. 진짜 말도 안되네.”
    “그렇지? 큭큭큭.”
    “아무튼, 푸훕흡… 벗어날 방법은 일단은 한가지뿐인거 아니냐?”
    “오오, 뭔데 뭔데?”
    “신발이 바라는대로 취직을 해봐야지. 열심히 살아 새끼야, 백날 방구석에서 게임좀 그만하고. 취직하고나면 신발님 기분이 좀 나아져서 네 맘대로 다니게 될지 어떻게 알아?”
    “음, 그런가. 너무 놀긴 했지……”

    녀석이 쬐끔 심각한 표정으로 맥주잔을 잡는걸 보고 나도 재빨리 잔을 들이댔다. 유리잔끼리 부딫치는 소리가 탄산처럼 시원하게 터졌다.

    “야근데 나 요즘 글쓰는거 연습중인거 알지? 이거 소재로 써봐도 되냐?”
    “죽인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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