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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챠챠브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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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챠챠브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41 2020.08.25. 산책 : 그 남자 [새창] 2020-08-26 01:04:25 2 삭제
    스미스 요원이 날 봤어! 빨리 현실로 보내줘! 모피어스! 모피어스! 젠장!!!
    40 단편8) 인류 구원 마법의 제물(신) [새창] 2019-08-14 00:16:50 1 삭제
    ㅋㅋㅋ 어쩐지 읽으면서 인류를 위해 비키니라는 개념을 바치고 래쉬가드가 유행하게 된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다시 쓰신거였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최세나 캐릭터 정말 좋네요.
    39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겉, 평범, 파악, 연습, 주책 [새창] 2019-03-18 19:30:29 1 삭제
    난 평범해.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 그냥 다른 사람들이 안하는 연습을 많이 할 뿐이야. 그리고 연습 과정에서 실패를 많이 할 뿐이고. 누구나 그렇잖아, 처음부터 잘 할순 없는거야. 실수와 실패와 피드백이 쌓여서 완전해지는거라고. 나는 그냥 완전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인거야. 누가나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악마같은 사람들 속에 숨어있는 진짜 악마를 찾아내는거. 한두번으로 되는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 사람들이 죽은건 내 탓이 아니야, 그 새끼들이 악마같은 탓이라고. 죽었어도 되는 놈들이야. 솔직히 그렇잖아. 실수긴 했지만 내가 죽이지 않았으면 놈들이 더 큰 죄악을 저지르고 다녔을게 뻔하니까. 요즘 세상에 악마보다 더 한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살인자에 마약 사범, 장기밀매, 포주, 사기꾼, 결혼한 간통자…… 악마냐 아니냐 파악해내는게 중요하지도 않을 정도라고!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겠어? 하, 아무리 똑똑한 녀석이 와도 나랑 별반 다르지 않을걸.

    아무튼 내가 하려는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려는거야. 남들이 생각하는것처럼 아무나 죽이고 다니는게 아니라고. 겉으로는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에 수배범이지만, 난 그 누구보다 숭고한 일을 하는 중인거야. 날 잡아다가 심판하려는 놈들보다 훨씬 더 성스러운 임무를 하고 있는거라고. 그러니까 주책스럽게 흔들리지좀 마. 바뀌는 건 없어. 그저 묵묵히 나의 과업을 해나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세간의 평가같은건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의 헛소리에 불과한거야. 사마리아인 머리에 총알이나 박을 등신들이 지껄이는 소리라고.

    그리고 나도 그들과 똑같아. 이 정도 시련에 흔들리다니, 날 더 견고하게 담금질하려는 신의 뜻을 이제야 이해하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어. 아직도 난 평범해. 너무 평범해.
    38 이곳은 표면적으로는 고대 예술품 전시관입니다 (4) [새창] 2019-03-08 01:20:14 0 삭제
    안녕하세요. 문의사항이 한가지 있습니다.

    입장과 동시에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안내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령하여 정독했으나, 관람 도중 3번 안내문을 분실했습니다. 다시 데스크로 돌아가 3번 안내문을 수령하려 했으나 안내데스크 어디에도 3번 안내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안내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3번 안내문은 이미 드렸으며, 규정상 재수령은 불가능합니다. 이 사항은 3번 안내문에도 적혀있습니다'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몇 번이나 3번 안내문을 다시 받고싶다고 말씀드렸으나, 직원은 '3번 안내문은 이미 받으셨습니다, 더는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해당 직원의 무례한 태도에 굉장히 큰 불쾌감을 느꼈으며, 지금 당장 저에게 3번 안내문을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저에겐 지금 3번 안내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딱 한 장만, 아니 한 두세장... 아니 아니, 안내문이니 많이 있지 않습니까? 남은 안내문들을 좀 나눠주십시오. 3번 안내문을 받은 이후로 그 맛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37년을 살면서 그렇게 환상적인 맛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산해진미를 담아놓았으면서도 이 세상에선 느낄 수 없는 그 맛, 모유를 먹는 듯 포근하고 넥타르를 마시듯 상쾌하며 와인과도 같이 감미로운 맛, 그후에 올라오는 소름끼치도록 씁쓸하고 시원한 뒷맛과, 입 안에 남아 맴도는 그 거부할 수 없는 향기......

    부탁입니다. 저에게 3번 안내문을 주십시오. 만약 규정이 문제라면 부디 신경쓰지 말아주십시오, 여기 제 지갑에 생각보다 많은 현찰이 들어있습니다. 혹시 부족하다면 지금 바로 카드 결제나 계좌로 입금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 명의로 된 부동산 중 일부를 드릴 수도 있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어떤 대가를 치르던 상관 없습니다. 제발 저에게 3번 안내문을 주십시오. 돈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시키실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원하시던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3번 안내문을 주십시오, 제에게 꼭 필요한 겁니다. 제발 단 한장이라도, 아니 귀퉁이 한 조각이라도 좀 내어주십시오. 생각만으로도 손과 혀가 동시에 떨립니다. 보이십니까, 저에게 3번 안내문이 얼마나 필요한지 말입니다.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37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고착, 블랙홀, 밀짚모자, 심각, 주인 [새창] 2019-03-04 04:29:44 1 삭제
    “좋아, 젊은 형씨.”

    찰리가 입에 문 시가를 씰룩이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손가락은 언제든 홀스터에서 총을 꺼낼 준비가 만전해있었다.

    “어디서 현상수배같은 것 보고 어설프게 뛰어든 것 같은데 말이야. 세상에는 날 쏘는 것 말고도 돈 벌 일이 아주 많다는 걸 말하고싶구만. 그리고 대부분은 지금 자네가 하는 멍청한 짓보다 손쉽고말이야. 불가능한 일에 인생을 거는 것 보다 푼돈이라도 받아먹고 사는게 낫지 않겠어?”

    랭고가 말을 받아쳤다. 그 역시 손에 온 신경이 집중된 상태였다. 지난 7년간 하루에 수백번도 더 연습한 대로, 단 한 순간에 적을 끝장내기 위해.

    “돈 문제로 온게 아냐. 넌…… 그런 짓을 해놓고도 기억을 못하는군.”

    찰리는 시가 연기만 내뿜을 뿐이었다.

    “7년 전 오늘이었어. ‘뉴브렌트’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지. 어느날, 한 돼지같은 새끼가 구멍가게에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긴 문을 부수고 쳐들어왔지. 잔뜩 취한 채로 말이야. 놈은 가게 주인을 보자마자 쏴죽였어. 그 옆에 있던 여자는 끌어내서 가게 밖으로 내던졌지. 그리고는……”

    랭고의 손이 시나브로 홀스터에 가까워져갔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잡고 손을 멈췄다. 아직은 타이밍이 아냐.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면 그간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리고는 그녀를 미친듯이 겁탈했어. 한낮에, 마을 길바닥 한가운데서. 들리는 소리라곤 돼지새끼가 내는 짐승 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 뿐이었지.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내다보거나 도와주거나 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

    랭고가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오직 한 명, 가게 안에 숨어있던 한 아이만이 그걸 지켜봤지. 처음부터, 끝까지, 쭉. 겁탈 끝에 여자 머리에 바람 구멍이 세 번 날 때 까지.”

    찰리가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에는 어째선지 그리움이 슬며시 묻어있었다.

    “아. 기분 째지는 날이었지. 최고의 날이었어. 왜, 있잖아. 그냥 그런 날. 이유없이 진탕 취하고싶고, 이유없이 다 박살내고싶고, 그러다 쭉빵한 년 보면 한 판 하고싶고. 그거 알아? 7년 전 내 생일이 딱 그런 날이었어! 크하하하하하하!”

    랭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차오르는 격노의 감정들을 차분히 손가락 끝에 모을 뿐이었다.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도록, 언제라도 놈의 빵빵한 배때지를 터트릴 수 있도록. 반대로 찰리는 더욱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그래, 그래! 인생 최고의 날을 선사해줬으니 감사인사를 잊어서야 안되지! 7년 전 최고의 생일 선물을 준 것에 감사한다, 미스터……”
    “랭고. 내 이름은 랭고. 날 기억해라. 7년 전을 기억해라. 끝까지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랭고가 움직였다. 한없이 응축되어있던 오른손의 에너지들이 비로소 폭발했다. 개구리가 파리를 삼키듯, 눈 깜짝할 새에 총구가 찰리를 향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격발되는 방아쇠. 그러나 총알이 박힌 곳은 나무로 대충 짜여진 술집의 천장이었다. 랭고는 잠깐동안 무슨 일인지 알아채지 못하다가 손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찰리 역시 맞은 편에서 총을 뽑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총구는 랭고가 아닌 다른 남자를 겨누고 있었다. 푹 눌러쓴 밀짚모자에 다 헤진 판초를 걸친 사내가 리볼버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서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찰리 더 차일드? 양 손 다 들어주실까요.”
    “하, 이것 참. 매년 생일마다 신나는 일이 생긴다니까!”

    찰리가 밀짚모자에게 건들거리며 말했다.

    “어디서 떠돌다 온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만 듣고 소문은 못 들은 모양이구만? 진심으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 아뇨, 죽일 생각은 없어요. 산 채로 데려가야 보수가 세거든요.”
    “이 놈 보게. 내가 저 꼬맹이한테 했던 말 되풀이해야 해?”
    “아, 그러실 필욘 없습니다. 아까 다 들었거든요.”

    찰리의 얼굴에 흥미와 분노가 동시에 스며들었다. 밀짚모자가 말을 이었다.

    “푼돈으론 택도 없이 모자란 상황이라서요. 근처 애송이들 잡아넘기는걸론 영 모자르더라구요? 협조좀 해주시죠.”

    밀짚모자가 품 안에서 포승줄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찰리는 잠시나마 밀짚모자의 손에서 집중이 떨어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찰리의 총알이 밀짚모자의 심장을 향했지만, 밀짚모자는 한 발 빨리 몸을 날려 테이블 밑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테이블을 발로 차서 세워 엄폐물을 만들었다. 세워진 나무 테이블 위로 몇 발의 총알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고, 밀짚모자 역시 잽싸게 고개를 내밀어 총을 갈겼다. 그러나 찰리 역시 카운터 뒤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몇 번의 총성이 오간 뒤, 서로 총알을 다 써서 장전해야 하는 상황. 카운터 구석에 쪼그려서 열심히 탄창을 채워넣던 찰리의 옆으로 다이너마이트 하나가 날아들었다.

    “우와악!”

    콰앙, 고막을 찢을 듯 한 폭발음과 함께 휘날리는 붉은 피와 덩어리들. 밀짚모자가 너덜너덜한 테이블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그러나 근처에 쏜살같이 박히는 총알들 덕택에 다시 고개를 숨겨야 했다. 뒤이어 다이너마이트 폭발보다도 우렁찬 찰리의 고함이 들려왔다.

    “안 죽인다며, X친놈아!”
    “다리 좀 터져도 안 죽잖아요!”
    “으하하하하! 다리가 터지긴 개뿔, 내가 언젠간 여기 주인장 덕에 목숨 건질 줄 알았어!”

    찰리가 이제는 알아볼 수도 없게 망가진 술집 주인을 보며 외쳤다. 난데없이 외상값을 독촉하는 바람에 짜증나서 죽여버렸었지. 카운터 안에 고꾸라져있던 시체로 폭탄을 덮지 않았더라면 찰리 더 차일드의 굵으면서도 심각하게 긴 생이 도화선처럼 불타버렸으리라. 찰리는 아예 밀짚모자가 숨은 테이블을 갈아버릴 심산으로 리볼버 하나를 더 뽑아 양 손에 하나씩 잡았다. 탄환 무더기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테이블에 구멍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밀짚모자는 찰리가 장전하기만을 기다렸다가, 이내 생각을 바꿔먹었다. 찰리는 장전하는 대신 몸 여기저기서 계속 다른 권총들을 꺼내서 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밀짚모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카운터 뒤편의 신상 술병들을 차례차례 맞춰 터트렸고, 터져나온 술들은 밀짚모자의 계산대로 잠시나마 찰리의 눈을 가려 조준을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술의 안개에서 빠져나온 찰리는 얼굴에 묻은 액체들을 핥으며 밀짚모자를 찾았다. 녀석이 숨어있던 테이블은 이미 회전초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적막한 술집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던 가운데. 한 쪽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렸고, 찰리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댔다. 또 하나의 테이블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그 안으로 리볼버 하나가 보였다. 찰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반대편, 반대편이군! 그러나 반대편을 돌아봤을땐 이미 밀짚모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불붙은 성냥을 들고 있었다. 이윽고 성냥이 그의 손에서 튕겨져 찰리에게로 날아들었다. 찰리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카운터 밖으로 몸을 날리려 했지만 그의 살집에 비해 성냥이 날아드는 속도는 너무도 빨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무언가가 굉장한 완력으로 찰리를 잡아끌어 바닥에 메쳤다. 찰리가 그를 향해 바로 총을 겨누려 했지만 그를 바닥에 꽂은 장본인이 먼저 찰리의 손을 붙잡았다. 찰리가 격발한 총에서 한 발이 튀어나가 밀짚모자가 숨은 테이블 근처를 때렸다. 찰리는 자신을 제압한 자의 얼굴을 보고는 혀 꼬인 폭소를 내뱉었다. 다름아닌 랭고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총에 맞은 한 손은 옷을 찢어서 지혈한 상태였다. 밀짚모자가 화난 목소리로 테이블 너머에서 말했다.

    “이봐요! 남의 돈벌이 갖고 뭐하시는겁니까!”
    “닥쳐! 빌어먹을 돈 벌레같으니! 이 새낀 꼭 내 손에 죽어야된다고!”
    “못 알아들어요? 죽으면 몸값 떨어진다구요!”
    “좋아 좋아! 더 흥정해! 난 한두푼 하는 목숨이 아니라고! 캬하하하핫!”

    랭고가 참지 못하고 찰리를 후려쳤다. 한 대 더. 영문도 모르고 당한 아버지의 몫. 한 대 더. 이건 어머니의 몫. 한 대 더, 더, 더…… 그러나 찰리는 맞으면 맞을수록 특유의 술취한 웃음소리만 커져갈 뿐이었다. 랭고가 마침내 지쳐서 주먹질을 그만 두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밀짚모자 또한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듯 했다. 찰리는 바닥에 널부러져서 온 사방에 이빨을 흩날린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에 그가 휘파람을 불었다. 다 빠진 이빨들로 휘파람을 부니 소리가 새어나갈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는 성공한 듯이 보였다.
    술집 가게 문을 박차며 커다란 것이 뛰쳐들었다. 말, 그것도 다른 말들의 두 배쯤 되는 체구의 거대한 말. 녀석은 시커먼 안장에, 한 쪽 눈에는 안대까지 차고 있었다.

    “와하하! 어서 와라, ‘블랙홀’! 마음껏 뛰어놀아!”

    찰리가 외치자 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듯 ‘블랙홀’이라 불린 말은 앞발을 들며 길게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곧장 자신의 주인을 깔고 있는 자를 향해 돌진했다. 랭고가 나가떨어졌으나, 바로 옆의 기물 뒤로 숨어들어 엄폐했다. 밀짚모자가 술집 한가운데서 난동부리는 말에게 총질을 했고, 그 중 한 발이 말의 나머지 눈을 강타했다. 그러나 블랙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미친듯이 주변의 밟히는 모든 것을 걷어차지 시작했다. 찰리 역시 한 군데로 숨어들어 총을 꺼내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 명의 고착 상태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광기에 빠진 말이 체력을 다해 고꾸라질 때 쯤, 세 명의 총잡이가 동시에 튀어나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36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모두, 냄새, 우물쭈물, 소싯적, 국 [새창] 2019-02-12 04:11:37 1 삭제
    모두, 냄새, 우물쭈물, 소싯적, 국


    용사는 실패했다. 마왕을 잡는 용사라면 으레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 마련이었건만, 어려서부터 겉돌면서 살았던 그에게 같이 손발을 맞춰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몇 번인가 마왕을 처치한다는 구인광고를 냈지만, 사람들에게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마왕의 폭정에 익숙해져버린 것이었다.
    결국 혈혈단신으로 싸구려 검 하나 들고 여기저기 모험을 다니던 고독한 용사. 그는 용맹하게도 독기 가득한 늪지와 불타는 숲, 얼어붙은 산맥을 지나 어찌어찌 마왕성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마왕성에는 무시무시한 마왕의 최정예 호위장군들, 이름하야 사대천왕이 존재했으니, 자신들의 명예와 목숨을 모두 내걸고 용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용사는 이들의 힘이 이제까지 맞섰던 마왕군들과는 차원이 다름을 단번에 알아챘고, 자신의 모든 의지와 각오를 다해 검을 뽑았다.
    그러나 상대의 전투력 랭크는 마왕군의 최상위 0.0001%, 네 명이니까 0.0004%. 용사는 사대천왕의 합동 흑마술 ‘리구다’까지는 막아냈으나, 이어지는 연계기 ‘패만놈한’에서 자세가 무너지더니, 마왕군 사이에서도 금기시되는 주술 ‘치린단집’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패배한 용사는 온 몸을 포박당하여 독방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용사가 사천왕중 제일 막내에 의해 끌려갈 당시에 내뱉은 말이 현재까지 전해내려오고 있다.

    “내가 니들처럼 친구만 있었어도 이렇게는 안 당했다.”

    이윽고 용사의 처형일이 다가왔다. 마왕군 연병장의 한가운데에는 감히 마왕군에게 홀로 대적한 용사를 위한 특제 핸드메이드 맞춤형 꽃무늬(마왕 취향) 단두대가 준비되었고, 용사는 단두대 앞으로 머리와 손만 내밀고 있었다.
    정오가 되자 마왕이 가마를 타고 나타났다. 그는 깔끔하게 면도한 턱을 매만지면서 혼자 힘으로 사대천왕이 ‘치린단집’까지 사용하게 만든 장본인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한 쪽 편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인간 여자들의 무리였다. 평소 마왕의 수려하면서도 남자다운 외모에 푹 빠진 이들이 여느때처럼 덕질을 하던 중, 용사의 처형식에 마왕이 행차한다는 소식이 퍼져 마왕의 용안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다같이 모인 것이었다.

    “꺄아악! 마왕님이다!!!!”
    “마왕님 실물 미쳐!!!!!”
    “마왕님!! 꽃마왕님!!!!”
    “으아아 여기가 내 죽을 자리다! 사랑해요 마왕님!!!!”

    그리고 반대편.

    “와아아아 마왕형님!!!!!”
    “미쳤다 미쳤어 존잘이시다!!!!!”
    “마왕형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간 남자들까지도 마왕의 등장에 격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쪽은 아예 마왕군이 질서유지를 시키느라 애먹을 정도였다. 용사는 마치 콘서트장에라도 온 듯한 함성을 들으며 단두대에 고정된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왕은 연병장 주변을 둘러싼 인파를 보며 소형 주시자를 몇 마리 소환했다. 주시자 두 마리가 마왕의 모습을 비추자, 다른 한 마리가 하늘로 빔을 쏘아올려 화면을 송출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마리는 관중들에게 주문을 걸어 마왕의 말이 그들 바로 옆에서 들리도록 했다. 세팅이 끝나자 마왕은 쌍꺼풀이 돋보이는 눈웃음과 함께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에 함성소리가 파도처럼 넘실댔다.

    “아 아, 친애하는 인간 노예 여러분.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특별 이벤트를 하나 진행 하겠다. 바로 내 부하들을 해친 것도 모자라 내 목숨까지 노린 저 파렴치한의 처분을 여러분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 단두대를 준비해놓긴 했다만 화형이나 교수형, 아사형, 돌팔매, 뭐든 가능하다!”
    “와아아아아! 마왕님 너무 민주적이셔!!!”
    “저런 냄새나게 생긴 듣보잡 새낀 빨리 없애버려요!”

    마왕이 우아한 동작으로 한 손을 치켜들어 뜨거운 열기를 잠시 환기시켰다.

    “단 한 가지! 그래도 너희들 동족이니, 죽기 전에 이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에게는 마왕군 정규군으로 채용하겠다!”
    “꺄아악, 인자한 리더의 면모! 나 어떡해 심장이 못 버티겠어!!!”
    “아아, 그저 빛빛… 숙적에게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동시에 우리같은 노예들에게 등용의 기회까지 주시는 당신은 도대체……”
    “자, 그럼 녀석의 소원을 듣는 시간을 갖도록 하지. 아, 너 이 자식, 살려달라거나 하는 소원이면 그대로 이벤트 종료다. 장난치지 말도록.”

    마법 확성기 역할을 하던 주시자가 용사에게로 뽈뽈뽈 날아들었다. 용사는 우물쭈물하다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덴샤남, 메아니 가문의 후예. 파이브타쿠 메아니 국왕의 자랑거리이자 그의 희망, 그리고 소싯적엔…”

    관중들 중 누군가 소리쳤다.

    “야, 시간끌지말고 딱 말해!”

    그를 시작으로 마왕 때의 함성만 한 야유가 쏟아져들어왔다. 그러다가 마왕이 손짓을 하자 일제히 조용해졌다.

    “그래, 다 됐고.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일은 뭐지?”
    “내 소원은 오직 네가 죽고 모든 인류가 해방되어 전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마왕의 싱그러운 미소가 업신여기는 비웃음으로 변했다.

    “풉. 자, 다들 들었지? 누구 얘 소원 들어줄 사람?”

    그러나 연병장에 모인 이들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에 용사가 분개하며 외쳤다.

    “이 개돼지같은 놈들아, 이렇게 억압당하면서 사는게 그렇게 좋으냐! 마계의 노예로 살아갈 너희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고!”
    “뭐라는거야. 또다시 정치인들 밑에서 통수맞으며 살 바에 조각미남 마왕님 밑에서 일하겠다!”
    “그래! 전 지구가 마왕님에게 통일되었으니 전쟁같은 염려도 없고 말이야.”
    “어차피 일은 그 전에도 매일같이 야근했어! 전 업무량에 불만 없습니다 마왕님!”
    “저 놈을 죽이자! 마왕님의 은혜도 모르고 태평성대를 위협하는 후레자식이 틀림 없다!”
    “와아아아! 마왕님을 거스른 대가를 치러라!”

    마왕이 턱을 괴며 싱긋 웃었다.

    “이벤트 종료네. 안녕.”

    마왕이 손가락을 튕기자 단두대의 칼날이 툭 떨어졌다. 칼날에 세공되어있던 꽃무늬가 용사의 피로 붉게 물들었고, 연병장은 환호로 가득찼다. 이후 마왕은 용사가 죽은 그 날을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인간들 사이에서는 사회나 마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가 나타나면 ‘오늘 공휴일 되겠네’ 하는 농담을 하게 되었다.
    35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무기력, 긴장, 용병, 불, 신호 [새창] 2019-02-11 05:52:05 1 삭제
    “그래도 안 돼요.”
    “에엑, 매번 해줬잖아! 일만 잘 풀리면 한 방에 갚는다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소용 없어요. 오늘부터 외상은 일체 없어요! 그간 밀린 값 다 내던가, 당장 나가던가! 둘 중 하나 골라요!”
    “아 글쎄 내가 돈이 없는게 아니라니까. 우리 귀요미가 왜이렇게 뿔났어 오늘? 아무리 오빠가 보고싶었더라도, 그렇게 표현하면 못 쓰지~.”
    “으아악, 징그러운 소리 좀 하지 마요!”

    여자 아이가 들고 있던 빗자루로 덩치 큰 남자를 후려쳤다.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건성으로 막으며 간지럽다는듯 껄껄댔다.

    “흐허허, 그래그래, 오늘도 기운이 넘치는구나 마리나. 돈은 정말로 정말로 꼭 갚을게. 우선 쓰레기 보드카 한 잔……”
    “안! 됀! 다! 구! 요! 정확히 35만 8천 유니루블이에요, 35만 8천! 다 내기 전엔 얼씬도 하지 마요!”
    “거 참, 돌겠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야? 마리나, 오늘은 정말로 마셔야 해. 그 미친 우주 바퀴벌레놈들 덕분에 더러운 꼴을 종일 봤다고. 한 방울도 못 마시고 집으로 돌아갔다간 이 총이 내 머리를 겨눌 지경이란 말이야. 그래도 좋겠어? 이 보리스님의 멋진 얼굴을 다시 못봐도 되겠냐고.”
    “으……”

    마리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적당히좀 하고 나가요!”

    마리나의 갑작스러운 괴성.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법한 소녀의 악다구니에 주점 안 몇 안되는 손님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래, 적당히 좀 해라 보리스.”

    또다른 남자가 보리스의 덩치를 가볍게 밀어내며 등장했다.

    “여, 이고르. 내 제일가는 술 친구. 우리의 마돈나가 내가 매출 올려주는게 싫으시단다.”
    “나참, 그게 매출이냐? 넌 당해도 싸 자식아. 마리나, 쓰레기 보드카 한 잔씩 줘. 내가 내지.”

    이고르가 배낭을 뒤적이더니 무언가 커다란, 줄에 매달린 농구공같은 것을 불쑥 들이밀었다. 마리나는 잠깐 뭔지 자세히 보려다가, 까무러치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미친 또라이같은 새끼야! 내 가게에 뭘 들고 온거야! 그거 치워! 당장 꺼져어어어!”

    되는대로 아무거나 집어던져대는 마리나. 그 잡동사니들을 맞으며 뺨을 긁적이는 이고르. 그의 반대편 손에는 오늘의 일당, 그러니까 아직 사무소에서 환전하지 못한 우주 벌레의 갈색 머리 대여섯이 더듬이부터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빵 터진 손님들.

    “크하하하하하! 저 녀석 최고다! 마리나에게 벌레 대가리를 들이밀 생각을 하다니!”
    “으하하, 이건 좀 신선한데!”
    “마리나, 여기 한 잔 더! 그 표정으로 서빙해줘! 크하하하!”
    “으아아, 다들 시끄러워욧! 놀릴거면 빨리 술값들이나 내고 다 나가버려! 그리고 이고르! 현금만 받는다고 몇 번을 말해요! 매번 이상한거 가져오지 말란 말이야아!”
    “이것도 돈인데… 오늘 사무소 일찍 닫아서 못 바꿨단 말이야.”

    이고르의 손에 들린 녀석들은 아직 숨이 붙어있는지 입과 눈, 더듬이 등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최대한 움직여대는 중이었다. 마리나가 그걸 보고는 진저리를 치며 다시 악을 쓸 준비를 했다.

    “아 잠깐, 잠깐!”

    구석에 혼자 앉아있던 남자가 마리나의 주의를 끌었다. 이고르가 그를 알아보고는 말했다.

    “니콜라이? 먼저 와 있었군.”
    “그래, 그래. 상식 없는건 여전하구나, 이고르.”
    “너만할까.”
    “우리 안부 이야기는 이따 하고. 어때, 꼬마 마담? 이 멍청이들 덕분에 재밌는 구경을 했으니, 내가 이 둘에게 한 잔씩 사고싶군. 물론 현찰로.”

    니콜라이가 지폐를 내밀자 마리나는 그것을 홱 낚아챘다. 그리고는 불타는 눈길로 이고르와 보리스를 번갈아 보다가 한 마디를 남기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저씨들, 이번만 봐주는줄 알아요.”

    보리스가 근처의 테이블에 앉으며 궁시렁거렸다.

    “어이구, 매번 잘만 넘어갔는데 오늘은 왜저런담.”

    니콜라이가 답했다.

    “이해하게. 요즘 비실한 녀석들이 하도 죽어나가니 불안한 모양이야. 얼마 전에도 한 팀 박살났잖아.”
    “표트르네 말이지. 쳇, 그 녀석도 외상 값 장난 아니었는데, 나만 갖고 그래.”
    “그래서. 부른 이유가 뭔데.”

    이고르가 배낭에 벌레 머리를 쑤시며 말했다.

    “표트르 이야기야. 그 녀석이 말이지… 자, 가까이.”

    세 남자의 코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 녀석, 항상 차고 다녔던 목걸이 있지.”
    “목걸이?음, 그러고보니.”
    “그래. 그리고 그 자식이 보스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것도 알지?”
    “어… 몰랐지만 알고싶지 않았던 사실이군. 그래서 요 며칠 계속 무기력해 보인건가.”
    “맙소사, 그 털복숭이랑 몸을 섞는다고? 보스가 보통 사람이 아닌건 알았지만…”
    “자,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 목걸이, 보스에게 선물받은거야. 연인의 증표로.”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보스도 그 문양이 그려진 팬티를 매일 입거든.”
    “......보스 팬티 문양은 어떻게 매일 아는건데?”

    이고르가 물었다. 보리스는 조금 꿈뻑이다가 뒤늦게 고개를 뒤로 훅 젖혔다. 잔뜩 찌푸린 오만상과 함께.

    “아니 아니, 좀 중요한 거에 집중하자고. 생각해봐. 벌레에게 당한 연인의 유품, 자네들같으면 얼마에 살 수 있겠어?”
    “그 따위 목걸이에 누가 돈을 내겠어. 마리나의 팬티라면 모를까.”
    “그래. 마리나가 오늘 입은 팬티를 판다면 내 일당 다 줄 수 있어.”
    “이런 젠장, 보스한텐 그게 자네들의 마리나 팬티나 마찬가지라고.”
    “그래요?”

    세 남자가 동시에 화들짝 놀라서 물러섰다. 어느새 마리나가 쟁반 위에 컵 세 잔을 들고 와있었다.

    “내 팬티가 그렇게 비쌌단 말이지? 하루 일당을 다 줄 수 있다고요?”

    보리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색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참나. 아무튼 용병들이란… 고생해서 번 돈 그런데 쓸 생각 말고, 외상 갚을 거나 모아요.”

    마리나가 잔을 차례로 내려놓았다. 석유같은 시커먼 액체가 찰랑였고, 셋은 마리나가 떠나자마자 건배를 했다.

    “그래, 보리스. 못해도 자네 외상값 정돈 충분히 갚을거야. 보스가 돈이 좀 많냐? 증표까지 나눈 연인 사이였는데 한두푼 주고 끝낼 그게 아니란 말야.”
    “그렇지만, 다른 팀에서 시체 회수하려 해도 신호 반응도 없었다던데. 신호기도 박살난 모양인데 어떻게 찾아?”
    표트르 녀석이 당했을 만한 곳은 내가 대충 알아. 놈이 자주 순찰돌던 길에 숨겨진 몇 군데만 뒤지면 되는거야! 긴장할 것 없어, 식은 죽 먹기라고!”
    “음, 이고르. 자네 생각은 어때?”
    “솔직히 못미덥지만…… 요즘 벌이도 시원치않고. 딱히 안 할 이유가 없군.”
    “좋아. 얘기 된거군.”

    니콜라이가 다시 잔을 들어올렸다.

    “자, 일확천금을 위하여!”
    “하! 먹고살기 위하여!”
    “마리나의 팬티를 위하여!”
    34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시장, 심부름, 손님, 총각, 이사 [새창] 2019-02-08 23:53:45 0 삭제
    헉 정말 오랜만에 썼는데 기억해주시고 좋은 평도 달아주셨네요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3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시장, 심부름, 손님, 총각, 이사 [새창] 2019-02-08 03:48:11 1 삭제
    엄마는 별안간 날 부르시더니 심부름을 보내셨어요. 시장에서 사과를 좀 사오라더군요. 갑자기 무슨 사과를 사냐며 따졌지만, 엄마는 시키는대로 사오기나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실 뿐이었습니다. 한참 게임하던 중에 끌려나온 제가 표정을 있는대로 찌푸렸죠. 이제 다 이겨가는 게임인데 그깟 뜬금없는 심부름때문에 망하게 생겼거든요. 엄마는 그 모습을 보시더니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냈습니다. 남는건 가지라면서요.

    사과 한 봉다리를 사 들고 돌아오니, 현관에 못 보던 구두가 한 켤레 놓여있었습니다. ‘왔으면 안들어오고 뭐 해.’ 안 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하지만 엄마보다 먼저 보인건, 우리 집 식탁에 아주 편안하게 앉아있는 낯선 남자였습니다. 깔끔한 스웨터에 단정하게 자른 머리, 그리고 동그란 안경. 남자가 말을 걸었습니다.

    ‘야, 네가 동현이구나. 똘똘하게도 생겼네. 얘 공부 잘 하죠?’
    ‘어휴, 저 녀석이야 사고만 안 치면 고맙죠.’
    엄마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처음 보는 삼촌과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참, 인사 드려야지 동현아. 1302호에 사는 삼촌인데, 아주 유명한 분이란다. 그러고보니까 너 몇 번 봤지?’

    그러고보니 저번 반상회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이 나더군요. 엄마랑 친한 옆집 아줌마가 ‘안경 총각’이라고 몇 번이나 부르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틈만 나면 엄마와 함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죠. 뭐 혼자사는 모양이다, 아침에 봤는데 고급차를 타고 나가더라,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요. 아무튼 제가 꾸벅 인사하니 안경 삼촌(옆집 아줌마의 표현이 짧고 좋네요) 역시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었습니다.

    ‘그래, 사과 이리 주렴. 권 이사님 사과 좋아하시죠?’
    ‘아, 사과야 좋아하지만요, 지금 예약 시간이……’
    ‘어머 어머 내 정신좀 봐. 얼른 출발해야죠, 그래요.’

    엄마와 안경 삼촌은 동시에 일어서서 현관으로 향했습니다.

    ‘동현아, 엄마 나가서 저녁 먹고 올거야. 밥솥에 밥 있는거 알지? 냉장고에 반찬이랑 계란후라이 있으니까 데워먹고, 찌개도 남은거 있으니까 끓여서 먹어. 귀챃다고 라면해먹지말고. 알았어?’

    제가 알았다고 대답했어요. 안경 삼촌은 그런 모습을 보더니 왠지 흐뭇하게 웃더랍니다.

    ‘아 참, 엄마 늦어지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렴. 그럼 다녀올게?’

    그 말을 끝으로 엄마는 안경 삼촌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닫힌 문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베란다로 뛰쳐갔습니다. 81로 7979.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항상 타고 다니는 새하얀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어요. 엄마가 이 시간에 나가서 늦게 들어온다면, 이제부터 전 자유라는 말이지요! 저는 조그마한 괴성을 내지르며 잽싸게 단톡방을 켜서 게임 밤샘 파티를 모집했습니다. 잔소리 없는 밤샘 게임! 이제야 제대로 된 겨울방학이 찾아온 것 같아요!
    32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밤, 순간, 계획, 맥주, 환자 [새창] 2018-08-31 22:12:59 1 삭제
    *비평환영*
    31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밤, 순간, 계획, 맥주, 환자 [새창] 2018-08-31 22:12:01 1 삭제
    오르미스는 녹아드는 검을 황급히 던지며 뒤로 물러섰다. 과연 ‘산성 늪’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큼지막한 웅덩이를 둘러싼 나무 숲 사이에서 크고 작은 슬라임들이 꾸물꾸물 기어나오는 중이었다. 오르미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내던진 자신의 검을 봤다. 역겹게 끈적이는 녹색 덩어리 속에서 강철 검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가고 있었다.

    “쳇.”

    오르미스는 혀를 차며 두 번째 검을 뽑아들었다. 혹시나 이런 일이 생길까 보험처럼 가져온 싸구려 검이었다.

    ‘망할 영감, 슬라임이나 좀 처치하면 되는 일이라더니. 여태 본 슬라임들이랑은 아예 격이 다르잖아.’

    그 말대로였다. 보통 슬라임이라 하면 애송이 모험가들도 쉽게 처치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몬스터였다. 어쩌다 슬라임에게 봉변을 당했대도 그건 무기나 갑옷이 조금 녹슨 정도에 불과한 거지, 목숨이 왔다갔다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르미스와 레나 앞의 슬라임은 그런 선입견을 산산히 부숴주는 존재들이었다. 일단 물체를 녹이는 속도부터도 엄청나게 차이가 났고, 슬라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동성, 게다가 적의 무기를 먼저 없애거나 방심한 틈을 타 기습을 하는 등 지능적인 면까지 있었다. 까딱 잘못했다간 온몸이 녹아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레나! 산성저항 버프 걸어줘!”
    “그냥 돌아가는 건 어때요? 평범한 슬라임들이 아닌 것 같은데.”
    “맡은 일을 취소하라고? 애송이다운 발상이구만! 얼른 버프나 걸어!”
    “이게 엄밀히 말해서 제대로 된 일도 아니…… 하아.”

    오르미스의 고집을 모를 레나가 아니었다. 지난 2주간 동행하면서 단 한 번도 그의 의견이 꺾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같은 길드 사람들이 그에게 ‘미노타우르스’라는 별명을 붙였을까. 레나는 하릴없이 지팡이를 꺼내들면서 핀잔을 덧붙였다.

    “그러게 대장간에서 내산성 코팅이라도 하라고 했잖아요.”

    재빨리 주문을 외우니 지팡이에 박힌 보석에서 핑크색 빛이 흘러나와 오르미스의 검과 방패를 감싸면서 빙글빙글 돌았다. 회전이 끝나자 핑크빛들은 토끼 캐릭터의 형상을 갖추며 ‘뀨~’ 하는 소리를 냈다.

    “이놈의 토끼 이펙트는… 엥? 뭐야, 전신 버프 아니었어? 왜 칼이랑 방패만 걸려?”
    “마나 모잘라요.”
    “뭐, 뭣!? 너 마법사잖아! 왜 전투 시작하자마자 마나가 없어!”
    “아까 여관에서 싸움 난 거 막느라 마나 엄청 썼거든요? 지금 마나 물약도 없어서 마법 아껴야 되니까 그걸로 알아서 해요!”
    “야, 말이 돼! 무슨 마법사가 마나 물약도 안 갖고 다녀! 꼴랑 칼방패에만 걸면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아 아저씨가 오늘 안으로 다녀오겠다고 뛰쳐나가는 바람에 짐도 못 챙기고 그냥 나온 거잖아요! 파우치도 지갑도 간식 주머니도 아무것도 못 들고 왔다고! 하여간 맥주 좀 얻어 마시겠다고 그 난리를 피워서는!”
    “야, 슬라임만 좀 잡으면 술이 계속 공짜라잖아! 그 여관에서 몇 밤 잔다고 바가지 쓴게 얼만데 맥주 한 잔이라도 챙겨야지! 됐어, 누군 이런 토나오는 이펙트 온몸에 휘감고 싶은 줄 아냐! ”
    “어휴, 고생을 사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랑 주먹다짐해가면서까지 생고생을 하려는 사람이 내 파티장이라니……”

    오르미스가 발끈해서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슬라임 한 덩이가 튀어 올랐다. 오르미스가 반사적으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버프 걸린 방패에 막힌 슬라임이 뭐라도 녹이겠다고 끈적하게 달라붙었고, 오르미스는 곧바로 방패를 바닥에 내리찍어 슬라임을 짓이겨버렸다. 순간적인 압력을 이기지 못한 슬라임이 터지는 소리와 방패에 걸린 마법의 ‘뀨~’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다른 녀석이 오르미스의 검을 노리고 덮쳤다. 그러나 검에 걸린 마법이 침식을 막았다. 오르미스가 검을 그대로 힘껏 휘두르자 ‘뀨~’ 소리와 함께 슬라임의 한 쪽이 찢겨나가면서 나가떨어졌다. 이번엔 한 마리가 발밑을 노렸다. 마법이 걸리지 않은 부츠를 노려 아래에서부터 솟구치려는 심산이었다. 오르미스는 잽싸게 물러서며 아래로 검을 찔러넣었다. 슬라임이 잠시 멈추는 동시에 칼 끝에서 ‘뀨~’ 하는 소리가 났다. 다시 방패로 힘껏 내리찍었다. 퍼억, 물폭탄이 터지는 듯 경쾌한 소리. 저 정도 레벨의 슬라임이면 저런 상처쯤은 손쉽게 재생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산성을 중화시키는 레나의 마법이 녀석들에게는 제법 치명적인 모양이었다.

    “으하! 내가 바로 웬즈밸리의 미노타우르스, 오르미스 님이시다! 얼마든지 덤비라고, 오우거 콧물같은 새끼들아!”

    레나는 그런 파티장을 보며 더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버프 걸린 방패에서 슬라임 조각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토끼가 녹색 체액을 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으, 다음부턴 그냥 토토군 이펙트는 빼야겠어……”

    오르미스가 외친 말에 녀석들이 반응했는지 그 주변으로 슬라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녀석들과 오르미스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고, 덕분에 레나는 큰 마법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한 번에 정리해야 해. 여러 번 쓸 여유도 마나도 없어. 단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 마법… 내가 배운 화염계 주문 중 가장 큰 마법!’

    레나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황급히 멈췄다. 오르미스를 둘러싼 놈들 중 몇몇이 가스를 뿜으면서 다니는 것이 보였다. 만약 저게 불이 붙는 가스라면? 숲 안쪽에 저런 녀석들이 훨씬 더 많다면? 거기에 레나가 대규모 화염 마법을 쏟아붓는다면?
    레나는 처음부터 다시 영창했다. 지팡이의 보석이 청백색의 빛을 발했다. 발 밑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격렬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레나가 걸친 로브와 그녀의 머리칼이 격류에 미친듯이 펄럭였다.

    ‘빙결계 주문은 자신 없지만, 방법이 없어…... 어떻게든 제어해야만 해!’

    한편 오르미스는 여기저기서 덮쳐대는 슬라임들 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덮치는 인해전술만으로도 복잡한데, 놈들이 뿜어대는 가스 때문인지 가면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짜증 나는 건 검과 방패를 휘두를 때마다 나는 ‘뀨~ 뀨~’ 거리는 소리였다.
    그러던 중 한 녀석이 오르미스를 향해 튀어 올랐다. 오르미스는 방패를 세워 막았지만, 녀석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몇몇 슬라임들이 녀석을 따라 방패로 뛰어서 착착 들러붙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스스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퍼버엉. 끓어오르던 덩어리가 엄청난 압력으로 폭발했다. 충격으로 방패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오르미스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갑작스러운 폭발을 맞은 와중에도 검은 손에 꼭 붙잡고 있었다. 그는 기침을 뱉으며 간신히 일어서서 검을 양손으로 고쳐 쥐었다.

    “크윽… 개자식들이…”

    녀석들이 다시금 기어오고 있었다. 이제 오르미스에겐 녀석들이 덮쳐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가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뛰어드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차례차례 베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오르미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들어와! 덤벼! 죄다 내 방패 꼴로 만들어줄테니까, 이 개밥버러지 같은 것들아! 으아아아!”

    이어서 슬라임 떼가 무차별적으로 돌격해왔다. 오르미스는 분노에 휩싸여 미친듯이 녀석들을 베어나갔다.

    “뀨~ 뀨~ 뀨~ 뀻뀨~!”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슬라임들이 동강나 널부러졌다. 하지만 방패가 없는 틈을 타 한 녀석이 오르미스의 어깨를 덮쳤다. 어깨 보호구가 녹아들어가는 사이에 오르미스가 폼멜로 놈을 내려치고 보호구째로 던져버렸다. 놈의 체액이 조금 튀어 갑옷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계속 싸워나가는 사이 어느새 장갑이며 부츠 등이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고, 녀석들은 끝이 없는 듯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아저씨!”

    레나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머리 위로 거대한 눈토끼같은 형상이 떠올라 숨을 크게 들이키고 있었다. 레나는 눈토끼를 감싼 무시무시한 풍압에 몸조차 겨우 가누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마력으로 가득 찬 눈동자는 강렬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르미스는 검을 크게 한 바퀴 휘둘렀다. 그리고는 슬라임 밭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껏 달렸다. 한 놈이 잽싸게 오르미스의 발을 노리고 몸체를 쭉 뻗어서 손가락처럼 전개했다.

    “아악!”

    한참을 뛰다 발이 걸린 오르미스. 몇 바퀴를 굴렀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났다. 걸린 발이 욱씬한 것이 놈의 체액에 화상이라도 입은 듯 했다. 그러나 아파할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마법에 휩쓸리거나 놈들에게 잡아먹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 아저씨, 빨리요! 더는 못 잡아둬요!”
    “제기랄, 알았다고!”

    오르미스가 일어서며 검을 뒤로 휘둘러 견제했다. 그리고는 곧장 다시 달렸다. 살짝 녹은 발목의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눈토끼의 풍압이 아까보다도 거세게 느껴졌다.
    간신히 몸을 날려 레나의 근처에 도착했다. 고개를 젖힌 오르미스의 눈에 한 녀석이 점프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제길, 피해야… 안돼, 너무 늦었어!’

    오르미스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때마침 숨을 다 모은 눈토끼가 절대영도의 하얀 숨결을 전방으로 쏘아냈다. 거대한 눈사태 같은 기운이 눈앞의 모든 것을 삼키며 지나갔다. 빨려들듯한 광풍에 고개 들 엄두도 나지 않았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하얀 폭풍이 끝나고 희생양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온도 변화에 약한 슬라임들은 물론이고 일대의 나무, 바닥에 이르기까지, 문자 그대로 보이는 모든 것이 새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 지옥이란게 이런 광경일까.
    레나의 눈에서 시퍼런 마력이 빛났다. 그녀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가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눈토끼가 거인 같은 앞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용에 버금가는 포효를 내지르며 얼음 지옥 한복판에 내리쳤다. 굉음, 그리고 뭔가 깨지는 소리들, 그리고 지진과 얼음 가루의 안개. 그 모든 것들이 가라앉고 나서 보인 것은, 모르는 사람에게 여기가 처음부터 눈밭이었대도 믿을 만한 광경이었다. 몬스터를 퇴치했다기보다는 숲의 아주 약간이 궤멸했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았다.
    역할을 마친 토끼 형상이 스르륵 사라져갔다. 레나의 눈에서도 마력이 풀렸다. 기운을 다 썼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는 허리춤을 더듬다가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적으로 손을 늘어트렸다.

    “아… 간식 주머니……”
    “이거라도.”

    레나의 눈앞에 꼬질꼬질한 주머니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올려다보니 오르미스가 씩 웃으면서 그걸 내밀고 있었다.

    “마른안주.”
    “엥... 웬 안주를 챙겨왔어요?”
    “그냥 갖고 다니는거야. 언제 어디서 술을 먹을지 모르니까.”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한 입 크기로 잘린 육포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나저나, 언제 봐도 마법 실력만큼은 대박이란 말이야. 어느 학교에서 나왔다고?”
    “파르미아 마법대학교요.”

    육포를 한 조각 꺼내려는 찰나, 오르미스의 발이 보였다. 한 쪽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다리, 다리 왜 그래요? 물렸어요!? 어디 봐요.”
    “아, 뭐, 별거 아냐. 마을 가서 아무 힐러한테 맥주 좀 사주면 봐줄거야. 우린 이제 맥주가 공짜잖냐.”
    “어후 진짜, 힐러 한 분 진작 구했으면 금방 고치고 돌아가잖아요! 전 치료 마법은 젬병인데……”

    그러면서도 레나는 지팡이를 집어 응급치료의 주문을 외웠다. 맑은 초록빛이 지팡이에서 흘러나와 오르미스의 상처를 감쌌다. 그것은 이내 토끼풀같은 형상이 되어 다친 발목을 반창고처럼 덮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꼭 힐러 한 분 구하자구요, 아저씨 말대로 맥주로 꼬시든 뭘 하든. 환자 하나 생기는게 파티에 얼마나 부담되는 일인지 몰라요? 아저씬 베테랑이라면서 무슨 이런 계획 하나 없이……”
    “레나.”
    “네?”

    오르미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빨리. 이쪽으로 와.”
    “무슨…”

    레나가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그것이 뭔지 제대로 보진 못했다. 그녀의 뒤에 있던 늪 웅덩이가 순식간에 일어나 그녀를 통째로 삼켰다. 오르미스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산성 늪’은 늪이 아니라 고여있던 하나의 거대한 슬라임이었던 것이다.
    30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마요네즈, 언니, 방정, 알갱이, 미립자 [새창] 2018-08-04 23:14:36 0 삭제
    헐, 생각보다 너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독성 손보는거랑 따로 글 올리는건 시간 날 때 해볼게요 ㅋㅋ
    29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마요네즈, 언니, 방정, 알갱이, 미립자 [새창] 2018-08-04 09:03:44 0 삭제
    ‘김밥천당’ 가게 간판을 보고 나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참이었거든요. 단박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죠. 바로 주문을 했어요. 오므라이스 하나요, 마요네즈 많이 얹어주세요. 그랬더니 물통 갖다주던 홀쭉한 이모가 기겁을 하면서 쳐다보시더라구요. 근데 뭐 솔직히 자주 있는 일이에요. 사람들이 마요네즈 맛있는 걸 참 모른다니까요. 그냥 그렇게 달라고, 저 그렇게 많이 먹는다, 생각보다 맛있다 그랬어요. 그랬더니 이 아줌마가 무슨 미정 언니?미경 언니? 뭐 암튼 언니이이~ 하면서 방정맞게 주방으로 들어가더라구요? 난 뭐 주문넣으러 가시나보다 하고 있었어요.
    핸드폰이나 좀 볼려는데 다른 아줌마가 오데요. 아니 그러더니 다짜고짜 절 주방으로 끌고 가시는거 아닙니까. 제가 이래뵈도 운동은 좀 해놔서 웬만해선 힘으로 안 질 자신 있는데, 와 그 이모님 장난 아니데요. 팔뚝이며 복근이며 역도 좀 하겠다 싶은 게 딱 느껴져요. 세상에, 저보다 승모근이 쩌는 60대는 진짜 난생 처음이었다구요. 아무나 좀 도와달라고 소리지르다보니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저 말고 다른 손님이 아무도 없는거에요. 처음 봤던 아줌마는 어느새 가게 문 잠그고 블라인드같은거 치고 있구요. 와, 이거 진짜 X됐다, 내가 이렇게 실종자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결국 힘 센 이모가 날 주방 깊숙히 앉혀놓더니 그러더라구요. 어디서 왔냐, 어떻게 알았냐, 누가 시켰냐, 바른 대로 대답 안하냐… 눈알 부라리는게 진짜, 어후, 살기라는 말이 저걸 표현하는구나, 딱 느낌이 오더라니까요. 뜬금없는 질문에 어버버 하고 있으니까 이 이모가 바깥에 처음 그 홀쭉이 이모를 부르지 않겠습니까.
    홀쭉이 이모가 와서 절 의자에 잽싸게 묶어놓고는 주방 칼을 디밀었어요. 목에다가요. 그러면서 사투리로 그러는거에요. 아따 아그야 싸게싸게 말해라잉 배때지 토실토실헌거 째갖고 후라이판에다 고추장이랑 지져서 거시기 제육 덮밥으로 올려불기 전에. 똑바로 말 안하면 거시기에 알갱이 두 쪽 다 똑 하고 따서 믹서기에 들들들 갈아갖고 만두 빚어서 얼려놨다가 우리 단골 아그들 오면 라면에다 서비스로 넣어버릴랑께.
    당연히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발악을 했죠. 대체 뭘 불으라는거냐고,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근육 이모가 보다 못했는지 싸대기를 퍽, 그러니까 철썩이 아니라 퍼억 하고 칩디다. 무슨 합금 철판에 맞는 줄 알았어요. 의자에 묶인 채로 같이 날라갔다니까요. 바닥에 얼굴이 퍽 하고 닿았는데, 짬 냄새가 어우… 또 울면서 말 했어요. 그냥 너무 배고파서 밥이나 먹으러 온 거라고. 제발 살려만 달라고. 다시는 마요네즈 안 먹겠다고. 홀쭉이 이모가 제 귀에다 대고 말했어요. 느 시방 우리가 장난 노는 걸로 보이니. 느그 아가리를 그냥 쪽 하고 찢어부러서 젓갈 담가갖고 반찬으로 내간 다음에 햇바닥 뽑아다 오뎅 국물 감칠맛 보태는데 써야겠구마잉. 이제와서 모르는 척 갈라고 해봐야 소용 없당께. 싸게싸게 불라거 안허냐잉. 그러면서 진짜 칼로 제 뺨을 툭툭 치는거 아닙니까.
    지렸어요. 아랫도리에서 뜨끈한 게 흘러나왔다구요. 솔직히 그 정도면 그래도 되는거 아닙니까.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 지도 몰랐어요. 살려주세요, 저는 연신내에 사는 양현준이라고 합니다, 비성테크 개발부 사원이구요, 이번에 우리 회사가 신형 미립자 추출기 개발하고 있거든요, 김대리라고 개자식 있는데 걔 때문에 이 시간에 일하다가 밥 먹으러 온거구요, 집에는 곧 결혼할 여자 친구가 세상 모르고 자고 있구요, 우리 엄마 재작년에 종양 때문에 돌아가셨구요… 또 뭐랬더라. 아무튼 그런 얘기 울먹이면서 막 저도 모르게 지껄였어요.
    그러니까 이모 두 분이 어리둥절하게 서로 쳐다보더라고요. 홀쭉이 이모가 제 아랫도리 축축한 걸 보더니 말했어요. 아그야 느 시방 한 말이 거시기니. 제가 뭐라고 했겠습니까. 제대로 된 대답도 못 하고 살려달라고만 울먹였죠. 홀쭉이 이모가 근육 이모 보고 말했어요. 옴메 언니야 이거 우째쓰까잉, 아무래도 생 사람 잡은 것 같소. 근육 이모가 말했죠. 야 저거 연기 아니야? 저번에 그 놈도 저렇게 지랄발광 떨더니 결국 장충동에 보쌈파로 정보 빼갔잖아. 아따 언니 요놈 요거 말쑥하게 생긴거 안보이요. 비쩍 꼴아갖고 배때지만 나온 것이 영락없는 거시기요 내가 보기엔. 아 조폭이라고 다 싸움 잘 하나 일부러 꼴은 애 골라서 보냈을 수도 있지. 세상에 오므라이스에 마요네즈 얹어먹는 놈이 어딨어. 백프로 암호 알고 들어온 놈이야. 아 먹을 수도 있지 안 그렇소, 내가 볼 땐 아니랑께.
    한참을 이모 둘이서 옥신각신 하던 참에 저는 주방 싱크대 밑 어두운 바닥을 보고 있었어요. 거기엔 하얀 가루가 꽉 들어찬 투명 봉투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죠.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가, 그제서야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게 됐습니다. 네, 마약이요. 바로 그거였어요. 그 가게는 비밀리에 마약을 거래하는 곳이었고, 제가 주문한 마요네즈 오므라이스가 우연찮게도 마약을 사러 왔다는 암호였던 거에요. 이모님들은 단골 위주로 거래하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마약을 주문하니까 경계했던 것 같아요. 거기까지 알아채고 나니 설령 제가 마약사러 온 것이 아니라고 밝혀진다 해도 곱게 보내주진 않을 것 같더라구요. 저는 침착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어요. 우선 저는 의자에 묶여 꼼짝 못 하는 상태에, 두 이모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고, 이모들은 날 언제라도 제압할 수 있고. 여러 생각 끝에 전 싱크대 아래, 그러니까 마약을 쌓아놓은 그 곳으로 머리를 넣었습니다. 의자를 굼벵이처럼 어떻게든 움직여서요. 그리고는 무작정 비닐 봉투들을 입으로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완전 미친 짓이었죠.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뭐라도 해야만 했어요. 두 이모가 제가 뭘 하는지 보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허겁지겁 절 끌어내더군요. 그럴수록 전 더 들어가서 봉지를 물어뜯었습니다. 그렇게 옥신각신 하던 중에 발에 묶인 줄이 어쩌다가 풀렸어요. 아마 이모가 들고 있던 식칼이 어떻게 걸려서 그랬나봐요. 전 그 길로 벌떡 일어나 아줌마들을 밀쳐내고 쏜살같이 정문으로 뛰어갔습니다. 등 뒤로 아직도 의자가 묶여있는 상태로요.
    그대로 문을 몸으로 밀고 나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되려 제가 튕겨나왔습니다. 맞아요, 문이 잠겨있던 거에요. 전 손이 묶여있었구요. 뒤에서 이모 둘이 따라오고 있었어요. 저는 어떻게든 문을 열어보려고 계속 발로 차고 몸을 부딪쳤습니다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와 유리문이 엄청 단단하데요. 뒤돌아보니 근육 이모가 제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펀치를 날리는데… 으으,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쫙 돋아요, 거의 반달곰이 앞발을 날리는 것을 코 앞에서 보는 모습이었달까요.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등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모양이 되었어요. 아줌마의 펀치는 제 머리 위를 지나 유리 문을 강타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발악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던 문이 그 한방에 깨졌어요. 아줌마가 주먹을 거두고 절 내려다보며 말했죠. 마치 티라노사우르스같은 표정으로요. 너 이 새끼, 이럴 줄 알았어. 감히 중곡동 아나스타샤의 주먹을 이렇게 간단히 농락해? 도대체 어느 파 똘마니야, 엉!? 말해! 말하라고!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제 얼굴을 치려고 하더래요. 그 우악스런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잽싸게 일어서서 뒤로 돌았습니다. 교통사고라도 당하는 듯한 충격이 의자를 뚫고 그대로 전해졌어요. 결국 나무로 된 의자는 산산조각나고, 저를 묶고 있던 줄들도 같이 헐거워졌습니다. 전 유리 문에 내팽개쳐졌구요. 타격받은 허리가 미칠 듯이 아팠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곧바로 일어나 다른 쪽으로 도망갔습니다. 가게 출입구는 아까 그 문 하나 뿐이었고, 창문이라도 깨고 탈출하려니 다른 통유리 창들도 블라인드가 다 내려져있어서 바로 나갈 순 없을 것 같았어요. 좁은 공간, 다가오는 두 조폭 아줌마. 근육 이모는 목을 이리저리 돌려 뚜둑 소리를 내면서, 홀쭉이 이모는 식칼을 핥으면서 양 옆에서 다가오고 있었어요. 아따 오늘은 운수에도 없이 피 맛 보는 날이구마잉, 너무 나쁘게 생각치 말아브러 총각, 우리도 이렇게 된 거 어쩔 수가 없당께. 라고 하면서.
    제가 말했어요. 이모님들 진정해달라고, 이거 아무한테도 말 안 할테니까 제발 보내주시기만 해달라고. 근육 이모가 한 발짝 나서면서 그러더라구요. 그거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까 이리 와보라고. 그 사이에 홀쭉이 이모가 테이블을 밟고 뛰어올라 절 덮치려고 하는겁니다. 전 잽싸게 몸을 숙여 가까운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어요. 그러고나어 일어나는데 어디서 웬 의자가 날아오는겁니다. 다시 숙여서 피했고, 의자는 바닥에 부딪쳐서 박살났어요. 제 반응속도가 그 정도인지 진짜 몰랐습니다, 사람이 위협을 느끼면 각성한다는게 진짠가봐요.
    아무튼 그렇게 요리조리 도망가다가 한 바퀴를 돌았어요. 다시 제가 문 근처에 이모들이 주방 쪽인 상황이었죠. 근육 이모가 괴성을 지르며 의자를 던졌어요. 한 손으로요! 저는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고, 의자는 문에 부딪쳐 부서졌습니다. 안 그래도 금이 가있던 문이 그 일격으로 균열이 심해졌어요. 저는 이때다 싶어서 얼른 핸드폰을 꺼내서 힘껏 던졌습니다. 유리 문에 작은 구멍이나마 생긴겁니다. 희망의 구멍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문으로 몸통박치기를 했어요. 유리들이 깨지는 소리가 마치 저의 탈출을 축하하는 빵빠레처럼 들렸다니깐요. 그러나 빵빠레도 잠시, 막 탈출하려는 제 목덜미를 뒤에서 누가 턱 하고 잡아챘어요. 근육 이모였습니다. 전 겁에 질린 채, 도마뱀이 제 꼬리 자르듯, 그대로 제 마의를 훌렁 벗어 탈출했습니다. 핸드폰 따위 찾을 생각도 못 했죠, 목숨이 왔다갔다 했으니. 곧장 달리고 달려서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어요. 지하철역 근처 출근하는 인파에 휩싸이니, 더 이상은 이모들이 쫓아오지 않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진정되질 않아서 곧바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래서 연락도 안 받고 두 시간이나 지각을 한 것이다, 이 말이지? 김밥천당에서 조폭 아줌마들한테 잘못 걸려서?

    그렇다니까요 과장님.
    28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푸념, 허벅지, 도둑, 눈빛, 계단 [새창] 2018-07-29 11:33:02 1 삭제
    “안돼. 절대 안돼!”

    광용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그는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숟가락이 된장 찌개가 끓고 있는 뚝배기로 내려가다가, 급하게 방향을 꺾어서 소연의 코 앞에서 위협적으로 흔들거렸다.

    “꿈도 꾸지마. 절대 안돼.”

    후루룩, 찌개 국물 한 입. 구수한 온기가 입 안 가득 퍼졌다가 좋은 꿈이 달아나듯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아니 도대체 왜!”
    “안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안돼!”
    “아빠, 나 이제 성인이야! 아니 몇 년 전부터 성인이었어! 나도 그 정도 책임은 질 수 있다고! 아빤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내가 다 알아서…....”
    “알아서? 너 자식아 알아서 한다고 제대로 한게 뭐 있어! 방청소 알아서 한다더니 저 꼬라지가 여자애, 아니 사람 방이야? 엉? 설거지 알아서 한다고 냅뒀다가 깨먹은게 몇 개야! 아침에 깨울 때 마다 알아서 일어난대놓고 지각한게 몇 번이고! 뭘 알아서야 알아서는!”
    “아 쫌! 진짜 잘 할거라고!”
    “지 방 청소도 알아서 저렇게 해놓는게 잘도 뭘 알아서 하겠다. 흰소리 말고 밥이나 먹어! 찌개 이거 누가 끓였는지 몰라도 드럽게 맛있네.”
    “지가 끓여놓고……”

    광용의 숟가락이 국물을 뜨려다가 뚝배기 위에서 멈췄다.

    “뭠마, 지? 이 자식이 이게 아빠한테 말버릇 좀 봐? 지? 지이이?”
    “아 도대체 안될게 뭐냐고! 아빠 범수 본 적도 없잖아! 걔가 얼마나 착하고 나한테 잘해주는지 알아?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애 아니야!”
    “잘해주긴 뭘 잘해줘 그게! 개 풀뜯어먹다가 사래들리는 소릴 하고 있어! 안돼. 안돼 안돼. 진짜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뭐, 같이 살아? 같이 살겠다고? 놀고 있네, 놀고 있어. 쯧쯧쯧.”
    “아 아빠 진짜!”

    소연이 젓가락을 탁자에 내리쳤다. 광용도 질세라 눈을 커다랗게 부릅뜨고 숟가락을 내리쳤다.

    “너야말로 진짜 이럴거야!”
    “아빠가 이유도 안말해주잖아!”
    “당연히 안되지 무슨 놈의 이유야!”
    “아 아빠!”
    “아 딸램!”
    “왜애옹!”

    갑작스럽고 이질적인 소리에 광용과 소연이 동시에 일시정지했다. 광용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연을 쳐다봤다. 그러나 소연은 아빠의 눈길을 살금살금 피하는 눈치였다.

    “바… 방금 무슨 소리니?”
    “어, 음… 저기… 힁… 그게… 으...”

    소연의 옆 의자에 놓여있던 가방이 갑자기 혼자 꿈지럭 거렸다. 그러더니 잠기지 않은 윗 틈으로 범수의 고개가 폭 하고 튀어나왔다.

    “이미… 데려왔거든……”

    광용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달갑지 않은 놀라움은 이내 당황으로, 그리고 ‘안돼’라는 되뇌임으로, 그리고 한숨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이마를 감싸쥐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범수가 광용과 소연을 번갈아보더니 한 번 ‘냥’ 소리를 내고는 다시 가방 속으로 쏙 들어갔다.

    “저기, 그, 아빠? 진짜 내가 밥 주는거랑 똥 치우는거, 아플 때 병원 데려가는거 다 할테니까, 응? 아빠 진짜 아무것도 안해도 돼. 뭐 사료랑 그런것도 다 내가, 응? 내가 다 살게. 아빠는 그냥! 여태 해왔던 대로! 신경 1도 안쓰고 아빠 일만 하면 되는거야. 진짜 이걸로 손 안 벌릴게. 응? 아 그래, 용돈! 용돈도 이제 안 줘도 돼. 안 받을게.”

    광용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또다시 두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이었다.

    “뭐? 용돈을 안 받겠다고? 너 지금도 돈 없다고 절절대면서 다니잖아! 똑같은 옷 잔뜩 사다니면서!”
    “아 그거 다 다른 옷이라니까! 아무튼 그건 그거고, 알바 하나 더 구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너 주말 알바 있잖아!”
    “응. 금요일에도 구했어. 공강이니까.”
    “너 쉬는 날이 없잖아 그럼! 아니 세상에, 저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오바하는거야! 취소하고 당장 내다 버려!”
    “아 아빠아아아~ 딸이 오죽 외로우면 이러겠어, 응? 얘 집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나 주워먹고 다니는 애란 말이야, 불쌍하지도 않아?”
    “외로우면 남자를 만나야지 무슨 고양이야 고양이는!”
    “아니 언젠 남자 함부로 만나지 말라며! 웃겨 진짜!”
    “니가 허구헌날 순 기생오래비같은 놈들만 보여주니까 그렇지! 미치겠네 진짜로!”
    “미치는건 내가 미칠 지경이거든!? 다른 집도 다 키우는데 뭐가 문제야!”

    광용이 다시 이마를 짚었다.

    “여보… 보고 있어? 세상에, 우리 소연이가 글쎄, 도둑고양이를 집에다 들이겠대……”
    “지금 이런 걸로 엄마 찾는거야? 완전 어이 없어 진짜.”
    “하등 쓸모없는 짐승 하나 키우겠다고 지 아빠한테 막말하고… 쌩고생 할려고 알바 시간 늘리고… 밥 차려주는 아빠는 안중에도 없고 막… 엉엉……”

    소연이 재빨리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내가 질 줄 알고! 엄만 원래 내 편이었거든 맨날! 엄마 엄마, 아빠가 글쎄 불쌍한 고양이 한 마리를 길바닥에서 굶겨죽이려고 그래! 내가 뭐 아빠한테 고양이 핑계로 돈 달라 그런것도 아니고! 딸이 착한 일좀 하고 인생의 질을 높이겠다는데 도와주진 못할 망정 소리나 꽥꽥 지르고 막~. 그리고 요즘은 길고양이라고 해야되는 것도 모르나봐! 도둑고양이래, 도둑고양이! 대체 몇 년 전 단어야 그게? 기가 막혀서 진짜.”

    다시 범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한 살이나 됐을까 싶은 앳된 모습이었다. 흰 털에 군데군데 검은색과 갈색이 뒤섞인 얼굴이 음식 쪽으로 향하며 킁킁거렸다. 그러더니 광용과 소연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기 시작했다.

    “애앵! 매애앵! 먕!”
    “으구으구 우리 범수 가방 안에서 답답했어? 바끄로 나오까? 앗, 범수 간식 머꼬시퍼용? 이루 와바, 읏차차차~”
    “야 야! 밥이나 다 먹고 해! 털 날리게!”

    그러나 소연은 아랑곳 않고 범수를 꺼내다 무릎에 앉혔다. 범수가 어리둥절하게 두리번 거리는 동안 소연이 가방 옆주머니에서 고양이용 육포를 꺼내 뜯었다. 범수가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진한 고기 향기를 좇아 고개를 흔들거렸다. 소연이 육포를 범수 앞에 가져다대자 범수가 기다렸다는듯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몇 입을 허겁지겁 먹더니 아예 일어서서는 두 앞발로 소연의 손을 붙잡고 신나게 고기를 뜯어댔다. 소연의 얼굴에 황홀한 미소가 번졌다.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눈빛이 범수에게로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광용은 넋을 놓고 입을 떡 벌린 채 쳐다볼 뿐이었다. 광용이 기억하는 한, 근 10년 이내로 광용에게는 단 한 번 밖에 보여주지 않은 딸의 표정이었다. 그게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회사에서 된통 깨지고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치킨 두 마리에다가 용돈까지 따따불로 준 날이었다. 소연이 범수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아빠, 얘 좀 봐봐! 내 손 막 잡고 먹어! 으아아, 너무 귀여워어! 아 미치겠다 어떡하지, 나 심장마비 걸리겠어!”
    “허, 참, 헐……”

    광용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고는 찌개 국물을 밥그릇에 몇 숟갈 넣고 비볐다.

    ㅡㅡㅡㅡ
    “아우, 진짜. 아빤 왜 저렇게 고집불통인지 모르겠어.”

    범수가 소연의 방 바닥과 침대와 책상을 계단 삼아 차례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있는 소연의 허벅지에 내려와 몸을 말고 누웠다. 소연이 함박미소를 지으며 범수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표정이 팍 구겨졌다.

    “내일 해 뜨는대로 내다 놔? 아니 얘가 무슨 음식물 쓰레기야 뭐야? 생명 하나 살리는게 그렇게 안될 일이야? 못됐어 증말.”
    “애옹.”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사람이 어떻게 그러냐? 우리 아빠지만 진짜 이해가 안가요. 아니, 자기 딸을 그렇게 못 믿나? …...음, 내가 못 믿을 짓을 좀 하긴 하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저언혀 피해 안가게 하겠다는데! 비용부담도 내가 다 하겠다는데! 청소도 이제 내가 하겠다는데! 왜! 뭐 때문에! 아 진짜.”

    그런 푸념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범수는 자기 앞발만 핥고 있을 뿐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과일 먹어라.”

    소연이 범수를 안아다가 바닥에 내려놨다. 방문을 열어보니 아빠가 사과를 잔뜩 썰어놓은 접시를 내밀었다. 소연이 받으며 물었다.

    “어? 이건 뭐야? 왜 이렇게 잘게……”
    “거, 고양이도 사과 먹지 않냐?”

    의외의 말에 소연의 눈이 크게 뜨였다가 다시 장난기로 채워졌다.

    “오~올~ 아빠~”
    “집에 있는 동안만 잘해주는거야. 집에 있는 동안만.”
    “에이~ 아빠도 차암~ 솔직하지가 못해 솔직하지가~”
    “시끄러. 내일 내보내는거다?”
    “아 아빠 진짜 이러기야? 얘가 가면 어딜 간다 그래.”
    “아 원래 도… 길고양이라며. 지 알아서 잘 살어 그런 애들.”

    소연이 입을 삐쭉하게 내밀었다. 광용도 한 번 입을 쭈욱 내밀어주고는 방 문을 닫았다. 그러나 소연이 접시를 책상에 놓자마자 다시 방문이 열렸다.

    “근데 걔 이름이 왜 범수냐?”
    “몰라도 돼.”
    27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욕, 못, 병, 키, 돈 [새창] 2018-07-14 07:46:43 2 삭제
    내 친구 얘긴데, 애는 착한데 좀 욕심이 많거든. 갖고싶은건 어떻게든 무조건 가져야 직성이 풀린대. 애가 어렸을때 진짜 못살았어서 남들 다 먹는 과자 한 봉지 먹어보는게 소원이었거든. 그게 그거 뭐라 그러지, 그 무슨 병 이름 있잖아. 타 뭐더라, 타마… 타미우나? 타라노마? 타… 아, 아! 그래 그거 그거! 아 진짜 나이 먹으니까 이런 단어가 생각이 안나네. 아무튼 뭐 그런거같아. 어렸을 때 하고싶은 걸 못했다보니까 커서라도 다 하고싶은거지. 지금은 돈 엄청 벌어 걔.
    걔가 어느 날은 친구한테 그러더라고,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회사에서 만났다는데, 잘생기진 않았어도 키도 크고 매너도 좋고 목소리가 너무 취향이래. 너무 좋아서 진짜 학생때 아이돌 좋아했던거처럼 계속 생각나고 그런다대. 그래갖고 남자한테 막 들이대는데… 아 얘가 성격이 좀 그래. 트라우마같애 그것도. 근데 남자가 무슨 사귀면 죽을 것처럼 철벽을 쳐댄다는거야. 응응, 보니까 여자친구 있는거같다더라고. 친구가 근데 성깔이 성깔이다보니까 막 미치겠는거야. 여자 친구 찾아가서 돈다발 주면서 헤어져달라 그러고… 어 진짜 완전 아침드라마 ㅋㅋㅋㅋㅋ 심지어 부모도 아냐 ㅋㅋㅋㅋㅋ 업무중에도 남자한테 막 다 해줄테니까 넘어오라 그러고… 근데 그게 되냐? 괜히 지만 X친년 취급받는거지.
    그러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 뒀어 친구가. 대놓고 그런 짓을 하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있냐. 근데 걔 회사 관두고 뭐하러 다니는지 아냐? 출퇴근시간 맞춰서 그 남자 기다려. 어, 그 동네 가서. 남자 집 알아내갖고. 아무리 내 친구지만 소름 쫘악 돋는게 어쩔 수가 없더라. 어? 아 당연히 말려봤지, 친구들 다 모여서 얘기했어. 근데도 소용 없더라. 어떡해야 좋을까?
    아, 지금 몇 시야? 나 가봐야겠다, 그… 뭐 좀 만날 사람 있어서. 먼저 갈게~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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