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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챠챠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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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챠챠브님의 댓글입니다.
    번호 제목 댓글날짜 추천/비공감 삭제
    26 원 게시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새창] 2018-07-12 18:16:21 1 삭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생각나네요. 예비 신들이 학교에서 연습용 행성을 가지고 자신의 종족을 발전시키는...... 제목이 기억 안나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
    25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상상, 최선, 강, 깜찍, 움찔 [새창] 2018-07-08 22:23:21 1 삭제
    -게임 한 판 하자는거야.
    -게임?
    -게임. 재밌어. 어떤 게임이냐면, 넌 이제부터 슈퍼 영웅이야.
    -영웅?
    -그리고 난 악당이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최악의 악당 군단. 영웅이 악당을 막으면 되는 거야.
    -잘 모르겠는데요. 갑자기 무슨 게임에 유치한 영웅 타령이에요? 난 그냥……
    -죽으려 했지. 옥상에서 떨어지고 있었어. 내가 그걸 잠깐 멈췄고. 날 이기면 네가 원했던 대로 죽게 놔둘게.
    -그럼 내가 지면 어떻게 되죠?
    -이런. 영웅은 원래 지는 생각 안하는거야. 자, 능력은 뭘로 할래? 여기 메뉴판을 보면 내가 미리 짜놓은 추천 초능력 셋트들이 있고, 아니면 네 맘대로 구상해봐도 괜찮고. 마음껏 골라봐.
    -시계를 안 봐도 시간을 알 수 있는 능력, 춤을 신급으로 잘 춰짐,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꾹꾹이를 받을 수 있음, 혀가 예민해져 맛을 몇 배로 잘 느낄 수 있다, 방귀를 뀔 때 냄새도 소리도 안난다…… 능력들이 뭐 다 이래요?
    -그럼 어떤 영웅이 되고싶어? 말만 해!
    -그냥 염력이나 괴력같은 건 없어요?
    -안돼! 너무 흔하잖아! 상상력이 그게 최선이야?
    -뭐가 이렇게 까다로워!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넌 분명히 되고싶은 것이 있었어. 그걸 잘 떠올려봐.
    -내가 되고싶은 것…… 난… 난… 날 괴롭히는 녀석들……
    -그래 그래.
    -항상 혼내주고싶었어, 커서도 그런 녀석들 혼내주는 사람, 그러니까, 경찰이 되고싶었어요.
    -좋아 좋아. 경찰. 경찰이 하는 일이 나쁜 사람 잡아가는 거지! 자, 이건 어때. 한 번 봐봐.
    -’죄 지은 사람이 맞으면 자동으로 검거되는 부메랑 수갑’? 이게 뭐에요?
    -말 그대로야! 범죄자에게 수갑을 던져서 맞추면 자동으로 수갑이 채워지고 1인용 감옥이 즉석에서 만들어지지. 어때? 적성으로 보나 난이도로 보나 딱 너에게 맞을 것 같은데.
    -우왓, 옷이 변했어! 경찰 제복!? 망토?
    -자, 거울. 핏 괜찮지?
    -와, 근사해요……
    -좋아, 게임 시작이야. 이제 지구를 1/6000로 줄인 ‘깜찍이 지구’가 나타날 거고, 난 거기서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쁜 놈들을 뿌리고 다닐 거야. 넌 걔들 모두랑 날 제압하면 돼.
    -잠깐만요. 명색이 슈퍼 영웅과 악당인데,이름이라도 하나씩 있어야 하는거 아녜요?
    -이름까지 있어야 하냐. 좋아, 네 이름 뭐로 할래.
    -으음, 부메랑을 던지는 경찰이니까, 부메캅?
    -안돼. 다시 지어. 너 센스 하난 진짜 구리다.
    -수갑… 부메랑… 수가메라… 아냐, 수갑폴… 수메랑맨…
    -수갑맨. 간단하게 수갑맨 해.
    -아, 그래! 수갑맨! 내가 먼저 생각하려 했는데! 형은요? 악당 이름은 뭐에요?
    -난 뭐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아, 그래도 이름이 있어야 부르죠! 이름 없는 형, 정의의 수갑을 받아라! 이럴 순 없잖아요!
    -에이 이름 따위…… 범죄자니까 ‘크리미오’라고 하자.
    -좋아, 미스터 크리미오! 정의의 수갑을 받아라!
    -아까 유치하다고 한 것 치곤 엄청 신났는데, 수갑맨. 내 분신들이나 잘 보고 있으라고. 그럼 난 이만!

    -헉, 헉, 헉……
    -내가 이겼어, 수갑맨. 온 지구가 범죄 조직으로 물들었다고.
    -으윽, 너무 강력하잖아요! 이건 사기야!
    -왜 그래, 거의 이길 뻔 했잖아. 너만큼 열심히 뛰어다닌 사람도 몇 없었어. 그 정신 잊지 말고 이번엔 잘해보라고. 저 쪽에서 말이야.
    -저 쪽이요?
    -너 원래 있던 곳! 악당놈들 말도 못하게 많잖아! 널 괴롭히던 놈들 말이야!
    -싫어요, 난 거기선 그냥… 아, 그냥 좀 죽게 해줘요! 학교를 다니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단 말이야!
    -걱정 마. 넌 죽음이랑 맞먹은 애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뛰어다니던 정신만 잊지 말라고.

    그가 풀스윙으로 내 뺨을 갈겼다. 동시에 나는 잠에서 깼다- 충격으로 얼마나 크게 움찔 했는지 의자 끌리는 소리가 온 아파트에 퍼졌을듯 했다.
    새벽 두 시, 내 방 책상. 그 위엔 삐뚤빼뚤하게 뭐라고 쓰인 종이가 한 장 있었다. 군데군데 눈물에 절은 자국에 맨 위에는 ‘유서’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쭉 읽어내려갔다. 그리고는 그것을 황급히 꾸기다 못해 갈가리 찢어버렸다.
    24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슬픈, 그림, 추억, 이별, 바람 [새창] 2018-07-06 16:18:47 1 삭제
    그 후로 칸은 동방의 창술을 배워와서 후안에게 재도전을 하게 되는데......
    23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저주, 맨발, 지하철, 미소, 천둥 [새창] 2018-07-05 23:51:03 0 삭제
    엌ㅋ 쓰면서 이게 과연 재밌으려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여
    쓰고 나서 안건데 퍼뜩은 충청도가 아니라 경상도 말이라더군요 ㅠㅠ 한 팀장은 경상도 사람과 충청도 사람 사이에서 자란 걸로 쳐야겠습니다
    22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저주, 맨발, 지하철, 미소, 천둥 [새창] 2018-07-05 19:22:56 2 삭제
    그건 분명히 엎어져있는 사람이었다. 좁은 논길 한가운데에 긴 머리는 산발로 땅에 흘러내리고 있었고, 핸드백에서 내용물들이 아무렇게나 쏟아져있으며, 한 발은 신발이 어디로 없어졌는지 맨발이었다. 비록 늦은 밤이었고 가로등도 뜸한 길이었지만 때마침 뜬 보름달이 그 아수라장을 낱낱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발길을 멈추고 쑥덕이고 있었다.

    “야 야, 죽은거 아니냐?”
    “에이, 설마. 딱 봐도 술먹고 뻗었구만.”
    “야 혹시 모르잖아, 명단 한번 조회해봐봐. 회수 대상인데 냅두고 가면 또 일나잖아.”

    재진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안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내 여자를 스캔했다. 가온이 옆으로 바싹 붙어서 화면을 같이 보려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단말기에는 널부러진 여자를 스캔한 화면 위에 텍스트가 한 자 한 자 뜨고 있었다. 이름 한혜진, 출생 19930325, 영혼 회수 대상 여부: 검색중… 네트워크가 불안정합니다. 네트워크를 확인하시고 다시 시도해주십시오.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아~ 이씨……”

    둘이 동시에 내뱉는 짜증.

    “아 또야! 더럽게 안터지네 진짜! 이래갖고 무슨 일을 하라는거야 이거!”
    “아오 지하철도 없는 동네랬을 때 알아봤어. 야 빨리 다시 해봐! 안터지면 우리 명단도 못보잖아!”
    “아 좀 되라, 되라되라되라……”

    재시도. 이름 한혜진, 출생 19930325, 영혼 회수 대상 여부: 검색중…… 해당 없음.

    “어 야 떴다떴다.”
    “해당 없음… 거봐 아니잖아. 얼른 가자, 팀장님 승질내신다.”

    단말기를 품에 넣고 가려는 재진을 붙잡는 가온.

    “아 또 왜!”
    “아니 자식아, 요즘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저런걸 보고 그냥 지나가냐? 저 여자 저러다 뭔 일 나면 어쩔라고 그래?”
    “이승 일에 참견하면 안되는거 몰라?”
    “야 야 그렇다고 저걸 보고 어떻게 그냥 가! 사람이 위험에 처했는데! 암만 명단에 없대도 이건 도리가 아니지!”
    “위험에 처한건지 여기가 얘 집이라서 퍼자는건지 뭐 어떻게 알아. 그만하고 우리 일에나 신경쓰자고. 우리 이제 겨우 두 동네 돌았어!”

    가온이 주변을 둘러봤다. 온통 흙길과 논두렁뿐이 황량하게 뻗어있었다. 건물이라곤 움막 하나조차 없었다.

    “야 이 천하의 벼락맞아 죽을, 말이 되는 소릴 해! 여기가 어떻게 집이야 집은!”
    “아 쫌 가자고 제발, 팀장님 또 한따까리 하기 전에!”
    “니들 뭐하냐?”

    재진과 가온이 동시에 돌아봤다. 정장 차림에 뿔테안경을 쓴 아저씨가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헉……”
    “하, 한 팀장님?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왔다, 왜. 뭐하냐고.”
    “아 저 그게, 길에 누가 쓰러져있어서……”
    “저건 뭐야, 회수 대상이야?”
    “아뇨, 아닙니다.”
    “근데? 연수때 이승 일에 손대지 말라는거 안배웠냐? 이 놈들 이승 물이 덜 빠졌네 이거.”
    “저기 팀장님, 저는 그냥 가자 그랬는데 가온이가 자꾸……”
    “뭐? 참나, 니들 동기 아냐?”
    “예 맞습니다.”
    “동기사랑은 뭐다?”
    “저...저승사랑……”
    “새끼들 이거 둘 다 연수 똥으로 받아먹었네 진짜. 다음 기수때 연수원 다시 보내줄까? 그래야 정신차릴래? 엉?”
    “죄, 죄송합니다!”
    “신입이라고 오냐오냐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언제까지 맞춰줘야되냐? 니들 이제 정직이야, 진짜 저승사자라고! 이 쪽 영혼 회수는 다 하긴 했…… 뭐여.”

    여기저기 눈알을 부라리던 한 팀장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여자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여자를 바로 눕히고는 산발한 머리카락들을 치워서 얼굴을 확인했다. 한 팀장의 얼굴이 경악으로 쫙 펴졌다.

    “혜, 혜진아! 여서 뭐하고 있는겨! 어이구 이거이거 어쩐댜! 야! 야! 빨리 애 업어!”
    “예? 팀장님 이승 일에 간섭하……”
    “아 퍼뜩!!!”

    안그래도 목청 큰 팀장이 소리를 빽빽 질러대니 천둥이 치는 듯 했다. 재진이 팀장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에 벙쪄서 가온을 돌아봤다. 그러나 가온 역시 마찬가지로 얼빠진 표정으로 재진을 마주볼 뿐이었다. 재진이 진짜로 업어야 하나 주저주저 머뭇머뭇 하는 동안 가온이 얼른 가서 여자를 들쳐업었다.

    “이짝으루! 쭉 가서 정미소 지나면 얘네 집 가는 길 있어!”
    “팀장님, 그러면 회수 작업은……”
    “아 어차피 다음 동네 가는 방향이야, 들렀다 가면 돼! 야 야 가온아 빨랑 따라와!”
    “으억헉, 알겠슴다!”

    그렇게 셋, 아니 네 사람은 밤길을 잰 걸음으로 발발거리고 가게 되었다. 한 팀장이야 이미 수천번도 더 넘게 돌아다닌 지역이었지만, 살아있을 때도 도시 밖을 좀처럼 나가본 적 없는 두 사원은 울퉁불퉁한 시골길에 영 적응을 못하는 모양새였다. 재진은 가다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걸려 휘청거리기 일쑤였고, 혜진을 들쳐업은 가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얼마쯤 갔을까, 재진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저기 팀장님, 근데 저 여자가 누구길래 그렇게 놀라셨어요? 잘 알던 사람이에요?”
    “뭐야, 알아서 뭐하게?”
    “아 그냥 궁금해서요.”
    “내 조카.”
    “조카요?”
    “이 근처 내 고향이야 임마.”
    “아. 그러시구나…… 어쩐지~”
    “뭐가 어쩐지야?”
    “아니 아까...프흐흣, 팀장님 당황하니까 방언 터지시더라구요.”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가서 니 동기 교대나 해줘 자식아.”

    재진이 쭈뼛거리며 가온에게로 가려는 찰나, 저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한 팀장이 그것을 쭉 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경찰인데. 젠장.”
    “엇, 잘된거 아닙니까? 이승 사람인 척 하고 이 여자 좀 맡아달라고 하면……”
    “심재진 사원, 야밤에 정장입은 남자들이 아무것도 없는 시골길에서 의식없는 여자 데려가고 있으면 순찰하던 경찰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그거야 잘 설명 하면 되죠!”
    “이 코딱지만한 동네 다 서로 아는 사람인데 어떻게 설명하게. 서울 사람들이 이 시간에 어쩌다가 충청도 시골 구석까지 왔는데 땅바닥에 여자가 누워있어서 이 여자네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습니다? 니들 이승 신분증은 있고?”
    “팀장님은 여기 출신이라면서요. 저흰 잠깐 숨어있으면 되죠.”
    “글쎄. 저 차 타고 있는 친구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내 장례식 왔던 사람들일걸?”
    “그럼 어떻게 하죠?”
    한 팀장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다가 말했다.

    “다 저기 옆에 누워서 붙어.”

    한 팀장이 제일 먼저 길 옆 경사면으로 미끄러져내려갔다. 재진이 그 옆으로 붙었고, 가온은 혜진을 업은 채로 반대쪽 경사면으로 가서 넘어질듯 말듯 기우뚱거리다가 안전히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다들 경사진 바닥에 온몸을 찰싹 붙이고 경찰차가 지나가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이내 밝은 불빛이 부앙 하는 소리와 함께 길 위를 쓸고 지나갔다. 한 팀장이 슬쩍 올라가서 확인하려는 찰나, 경찰차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재진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바로 그 때 까무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온이 있는 쪽이었다. 재진이 헐레벌떡 뛰어가 아래를 단말기 불빛으로 비췄다. 경사면에서 헛구역질을 하며 앉아있는 혜진과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토사물을 한가득 뒤집어쓴 가온이 보였다. 가온이 글썽이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흐어어어… 재진아…… 팀장니임~”

    그 소리에 반응한 혜진이 덩달아 위를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커다래진 눈으로 한 팀장을 쳐다봤다. 이미 알코올을 다 게워내서인지 취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눈빛이었다.

    “어? 삼촌?”
    21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춤, 인터넷, 리본, 밥, 키보드 [새창] 2018-07-03 13:13:21 0 삭제
    ㅋㅋ 감사함다 더 다듬어야겠어여
    20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춤, 인터넷, 리본, 밥, 키보드 [새창] 2018-07-02 20:13:42 0 삭제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시 글의 어느 부분부터 남자가 귀신으로 느껴졌는지,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원래 의도는 엘레베이터에서 남자 목소리 들리는 장면부터 드러나는거였거든요.
    19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춤, 인터넷, 리본, 밥, 키보드 [새창] 2018-07-02 15:48:25 0 삭제
    *비평환영*
    18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춤, 인터넷, 리본, 밥, 키보드 [새창] 2018-07-02 15:47:55 0 삭제
    “출근하는거야?”

    낯익은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췄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대답할 뻔했다- 그러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나는 황급히 백을 뒤졌다. 이건 파우치고, 이건 USB, 그리고, 빌어먹을, 어딨는거야? 아 제발, 오늘 딱 하루만 무사히 넘어가면 좋으련만. 가빠져오는 숨을 애써 무시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는 순간 무언가가 내 팔뚝을 잡아챘다.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절대로 그러면 안됐는데.

    “수연아, 잠깐만.”

    그이는 그대로였다. 거무잡잡한 얼굴도, 짧게 다듬은 수염도, 눈꺼풀에 박힌 점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 표정, 얼굴 근육 하나하나까지도. 그 그대로인 점이 나를 사로잡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내가 그에게 돌아선다면 전처럼 지낼 수 있는걸까. 내가 처음 그이에게 주스를 엎었던 때로, 생각지도 못하게 번호를 따였던 때로, 같이 LA에 떠났던 때로, 크리스마스에 프로포즈를 받았던 때로. 아니. 아니야. 절대 돌아갈 수 없어. 간신히 고개를 몇 번 흔들고나서야 내 뜻대로 말을 할 수 있었다.

    “놔줘.”
    “왜 그러는지 말이라도 해줘. 요즘 계속 말 한마디조차 안하려고 하잖아. 청소 해논게 맘에 안들었어? 아니면 새로 산 카펫때문에 그러는거야?”
    “아니야. 그냥… 좀 놔줘.”
    “아, 프라모델! 그거구나, 맞지! 알았어, 다 치울게, 그러니까……”
    “놓으라고!”

    팔을 쑥 잡아당겼다. 그러면서 건드렸는지 작은 탁상에 놓였던 액자가 떨어져 산산조각났다. 언젠가 같이 휴가가서 찍었던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나는 리본 달린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래, 거기서 그이가 사줬었지. 촌스러웠지만 싫지 않았어, 쓰고 있으면 그이가 날 정말 여신처럼 바라봤거든.
    그러나 지금 그는 세상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 기억으로 남편 앞에서 이렇게 난폭해진 적이 거의 없었다. 단 한 번, 아이 계획 문제로 싸웠을 때.

    “여, 여보…...”

    그래. 차라리 이게 낫지. 화내. 그때처럼 참지 말고, 화내란 말이야.

    “괜찮아? 안다쳤어?”

    망할. 그때도 했던 말이잖아, 등신아!

    “미안해, 이렇게 아침을 망칠 생각은 아니었어. 난 그냥, 음, 네가 그러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어서……”
    “갈게.”
    “어, 어. 저녁에 봐.”

    밖으로 나왔고, 현관문을 닫았다. 심호흡을 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눌렀다.

    “그러니까, 그 영화가 로맨스 소설 원작으로 만든거래.”

    또. 또 그이의 목소리. 연애하던 시절과 다름없이 꿀 떨어지는 목소리가 베일처럼 날 휘감았다.

    “여주는 발레리나고 남주는 사진작가거든, 뭐 막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한대 라라랜드처럼. 자기 그런 영화 좋아하잖아. 인터넷 평점도 높고 내 친구들도 다 재밌다고 하더라. 아마 후회하진 않을거야.”

    그만, 제발 좀 그만해. 부탁이야. 나 좀 내버려두라고.

    “게다가 잘생긴 일본 남자가 주인공이라고. 딱 자기 취향 영화야. 일본에서 뮤지컬 영화라니, 진짜 의외지?”

    지금 고개를 들면 어떤 영화 배우보다도 매력적으로 웃는 남자가 나를 보고 있겠지. 하지만……

    “당신은, 죽었어.”

    이미 예전에 몇 번이나 건넨, 아니 되뇌인 말이었다. 당신은 죽었어. 분명히 죽었다고. 그 미친 트럭 때문에, 당신 옆에 앉았던 나 때문에.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으레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 난 당신 덕에 살아있는거야.”

    그건 내가 언젠가 장난처럼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라고 물었을 때 답해준 말이었다. ‘맞아. 난 당신 덕에 살아있는거야.’ 소름끼치도록 유쾌하고 느끼하고 그리운 목소리. 눈망울이 젖어들고 턱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그만 벗어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지. 엘레베이터는 아직도 10몇층이었다. 약, 약이 있어야 돼. 백을 다시 한 번 뒤졌다. 아깐 당황해서 제대로 못찾았을 수도 있어.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아니고…… 찾았다. 하얀 플라스틱 통. 황급히 꺼내 손에 털었다. 그러나 빈 병이었다.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이는 계속 뭐라고 뭐라고 달콤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 영화 끝나고 드라이브갈까, 밤바다라도 볼래, 아니면 어디 높은데 가서 야경이나 볼까. 그 감미로운 목소리에 정말 어디에라도 따라갈 것만 같아. 안돼, 저건 진짜가 아니야. 망할 놈의 약만 제때 챙겼어도...
    그치만 약이 없으니까 죽은 남편 얼굴도 보잖아. 안그래?
    시끄러워.
    거봐, 아니라곤 못하잖아. 얼마나 좋니? 없어진 줄 알았던 네 남자가 생각만 하면 어디에서나 나타난다고.
    아니야. 이런 식으로는 아니야. 이런 걸 원하는게 아니야...
    잘 생각해봐, 얼마나 환상적일지! 넌 그 사람과 언제 어디서나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게 된거야. 카페에 가면 그이가 언제나처럼 자리를 맡아놓을 거고, 식당에 가면 네 옆에서 늘 먹던 볶음밥을 시키겠지. 백화점에 가면 엄마 눈치 보는 아이처럼 조심스레 커다란 프라모델을 가리킬거야.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만해. 부탁이야, 그따위 생각 추호도 없다고.
    퇴근하고 집에 가면 그이가 작업하는 소리, 키보드를 신들린듯 따각따각 쳐대는, 네가 반해버린 바로 그 소리가 매일처럼 들릴거라고.
    닥쳐, 제발 좀 닥치란 말이야!
    띵. 열리는 엘레베이터 문 사이로 밝은 전등 빛이 비쳐들어왔다.

    “오, 다 왔네. 내리자.”

    그이가 열림 버튼을 꾹 누르고는 나에게 먼저 내리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나는 우두커니 서서 숨을 들이키며 눈물만 훔쳐낼 뿐이었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혔다.
    17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냉기, 의자, 선두, 고급, 참패 [새창] 2018-06-26 20:40:43 2 삭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자 냉기가 뱃속까지 흘러들었다. 카페 안은 해가 졌는데도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흰 모자에 카모 민소매를 입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9시 43분. 폰을 던지듯 테이블에 놓고 다시 커피를 마셨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아, 내 불타는 토요일 밤이 이따위로 낭비되다니. 참자, 선미야, 참아. 화내면 니 피부만 늙는다. 백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음, 화장도 잘 먹었고, 머리도 잘 됐고. 아무리 봐도 웨이브 너무 이쁘게 잘 들어갔단말이야. 이제 머리는 그 언니한테만 해야겠어. 거울을 넣고 백 안을 정리하는데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디 ‘선두루미’님, 맞으시죠?”

    그가 앉으며 말했다. 아, 드디어! 아이디 ‘참패빌런’, 약속시간보다 25분쯤 후에 도착! 흰 모자에 카모 민소매. 복장도 약속한 그대로...인데, 거기에 모자 밑으로 보이는 노란 머리, 귀에는 까만 피어싱. 팔뚝에는 알아보기도 힘들만큼 복잡한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뭐야 이 양아치새끼……

    “네 맞아요.”
    “와, 생각보다 엄청 미녀분이 나오셨네.”
    “물건은요?”
    “물건… 아, 차에요. 근데 팔기 전에 확인하고싶은 게 있는데.”
    “네? 확인이요?”

    남자는 난데없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삐까번쩍한 팔찌들 사이에서 금빛 십자가가 달랑이고 있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서너개쯤 떠올랐다. 내가 가만히 있자 남자는 십자가를 내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뭐하시는거에요?”
    “엥… 윽,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허, 참나. 십자가? 아재도 아니고 아직도 저러는 애가 있어? 아이씨, 이런 애랑 굳이 거래를 해야되나.

    “지금 그쪽 엄청나게 지각한거 아시죠?”
    “아핫,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가시죠.”

    몇 분 뒤, 주차장. 어슴푸레한 조명이 차 안을 조심히 비췄다. 나는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와 단 둘이 차 안에 앉아있었다. 남자는 의외로 초조한지 애꿎은 핸들만 주물럭 거리고 있었다.

    “준비 됐어요?”
    “엇, 아, 네! 준비 됐죠!”
    “그럼.”

    나는 얼굴을 남자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잠시나마 움츠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남자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긴장으로 얼굴이 굳은 것이 역력했다. 이렇게 보니 좀 귀엽네. 그리고 계속, 계속 얼굴이 가까워져갔다. 남자가 내뿜는 은근한 향수와 거친 입김이 내 뺨을 스쳤다……
    콰직.
    송곳니가 남자의 목 근처를 뜷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달콤하고 따스하고 빨간 피가 솟구쳐나왔다. 그래, 이 느낌이야. 열심히 빨고 있자니 간간히 신음을 내던 남자가 마치 큰 수술을 앞둔 사람처럼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조심히 빨고 있는거 맞죠? 갑자기 힘이 확…… 빠지는거...같은데……”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나는 아예 남자가 앉아있는 좌석 위로 올라탔다. 그래, 이거야. 사랑스러워-이 사람은 별로지만, 갓 뽑아낸 남자의 신선한 피는 언제나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남자가 뭐라고 지껄였다.

    “저기, 이봐요! 너무 많이… 야, 야!”

    남자가 나를 만졌다. 날 붙잡으려는건지 밀치는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손에 힘이 빠져 있었다. 그랬다가 이번엔 나를 어떻게든 때려보려고 등을 탁탁 쳐댔다. 그럴수록 나는 남자를 더 강하게 움켜잡았다.

    “헉...허어...허억……!”

    마침내 날 때리던 손이 널부러졌고, 나는 입을 뗐다. 아아, 너무 오랜만에 피를 빨았어. 행복감에 취해 배시시 웃으며 입가에 흘러내린 핏줄기를 훔쳐냈다. 아까워. 남자는 자기 위에 올라타서 손등의 피를 핥짝이는 날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흘러나오는 피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한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아떼서 치우고 남자의 상처를 핥으려고 했다. 남자는 다시 피를 빨리는 줄 알고 벗어나려 했지만, 간단하게 제압당하고 목을 내주었다. 스읍, 핥짝.

    “엄살은.”

    나는 백에서 파우치를 하나 꺼냈다. 언제나 갖고 다니는 의료용품들이었다. 지혈제와 알콜솜을 털어서 재빠르게 남자의 상처에 바르고 반창고도 붙여주었다. 음, 완벽한 응급처치. 다행히 시트까지 피가 흐르진 않았네.

    “너 이씨… 신고할거야…… 죽을...뻔……”
    “푸하핫. 그 정도로 절대 안죽어. 너 피 파는거 처음이지?”
    “제기랄, 보통은 팔뚝 정도 깨문다던데, 왜 목을 물고 난리야……”
    “그럼 나보고 문신투성이 팔뚝을 깨물으라고?”
    “뭐 어때서!”
    “잉크맛 난다고! 너 목욕은 언제 했어!”
    “그저ㄲ.. 아까 나오기 전에 했어!”
    “아 썩을, 피가 맛있으니까 봐준다. AB형이지?”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

    “피에서 고급진 맛이 나더라. 보통 AB형이거든, 그런 맛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5만원 한 장에 만원 두장. 그리고 초코파이 하나까지 얹어서 남자에게 툭 던졌다.

    “먹어.”
    “초코파이?”
    “귀여워서 주는 서비스. 한 세 달쯤 후에 또 팔 생각 있으면 연락해.”
    “젠장, 다시는 안 팔아. 이 놈의 호기심……”
    “뭐, 그냥 연락해도 되고. 근데 쓸 데 없이 호기심갖고 그러는 것도 인종차별이다, 너.”
    “윽, 나 뭐 잘못되면 진짜 각오하고 있어라. 우리 아빠가 누구……”
    “갈겡~ 안녕~”

    차 문 닫히는 소리가 주차장 여기저기에 튕겨다녔다. 아직 막차 시간은 있지만, 기운도 나고 하니 오랜만에 날아서 가볼까. 야간비행 단속만 안만나면 완벽할텐데말이야.
    16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손, 예상, 새, 반대, 먼저 [새창] 2018-06-20 19:31:12 1 삭제
    "여기요?"

    "네,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이 머그컵, 혹시 파실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만 손님, 식기를 따로 판매하진 않습니다. 판매처라도 알려드릴까요?"

    "아니요, 꼭 이 컵이어야만 해요. 새 것은 필요 없어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왜 이 컵을 구매하시려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말해봐야 이해 못하실거에요. 이 컵이 아니면 안되요, 이 흠집 가득하고 그림이 살짝 벗겨진 따듯한 머그컵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냥 흔한, 수없이 사용된 머그컵인데요."

    "맞아요. 하지만 딱 이 지점에 이 깊이와 이 길이의 흠집, 그리고 딱 이 정도로만 벗겨진 그림을 가진 머그컵은 이 세상에 단 하나일거에요."

    "말씀하신대로 잘 이해가 안가는군요."

    "그럴 줄 알았어요. 아무도 예상조차 못하죠.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이 컵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요. 모든 것을 내주고싶은 그런 진짜 사랑 말이에요.”

    “......”

    “제가 별난 사람같죠?”

    “아뇨, 그런건……”

    “괜찮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전 아주 별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반대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별나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왜냐면, 우리도 이 컵들처럼 똑같지만 모두 다르니까요. 금이 간 컵도 있고, 그림이 없는 컵도 있고, 손잡이가 없는 컵도 있고, 엄청나게 큰 컵도 있어요. 모두 다 컵이지만 모두가 달라요. 그래서 서로를 별나다고 생각하죠.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모두 한 가지씩 별난 구석이 있는거에요. 전 단지 별난 구석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을 뿐이구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별난 사람이라는 말이지요? 저도 포함해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지만, 맞습니다.”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당신이 유별나게 컵을 사랑하는 이유요.”

    “아, 그거 참 어렵더군요. 사랑만큼 이유 없는 현상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15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왼쪽, 조언, 진지, 빙글, 발자국 [새창] 2018-06-11 20:16:15 0 삭제
    엇.. 혹시 병산이가 제일 맘에 드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사실 셋 중에 제일 급조한 캐릭터라서요 ㅋㅋ
    14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왼쪽, 조언, 진지, 빙글, 발자국 [새창] 2018-06-11 03:04:16 1 삭제
    “있지. 나는 남자들이 좋아.”

    여자가 전자 담배를 한껏 빨았다가 내뱉었다. 어슴푸레한 미완공 건물의 어느 복도에서 하얀 수증기와 의외로 새콤한 향기가 그들 주변으로 퍼져갔다. 바닥에 떨궈진 휴대폰에서는 전자음이 가미된, 리듬감 넘치는 재즈가 울리고 있었다. 여자가 취한 듯 비트를 타며 다가서서 남자의 고개를 어루만졌다.

    “응? 왠지 궁금해? 말 해줄까? 음~ 글쎄, 아직은 비밀로 담아두고 싶은데. 히힛.”

    남자는 말 없이 여자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사실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견딜 수 없는 감정에 다리를 달달 떨다가, 그것 마저 여자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힘들여 멈췄다. 무슨 말이나 한들 머리에 씌워진 복면과 재갈을 뚫고 내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여자가 의자에 앉은 채 묶인 남자를 찬찬히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어머, 화장실도 아닌데 쉬를 하면 어떡하니.”
    “읍, 흐흡……”
    “혼나야겠네. 그치? 우선 이건 돌려줄게.”

    여자가 전자 담배를 바닥에 대충 던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진 기계에서 니코틴 혼합액이 흘러나와 남자가 지린 오줌에 섞여들었다. 그리고 그 오줌은 여자의 왼쪽으로, 그러니까 남자의 동료들이 토막나 있는 피바다로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오른 손가락을 한껏 구부려서 위로 들었다. 남자를 할퀴기라도 하려는 자세였다. 그러나 패닉에 빠져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갯짓을 해대는 남자를 보고는 검지 하나만 내밀었다.

    “푸후훗, 걱정마. 마지막 애기니까 소중히 대해줄게. 마치…...”

    여자가 손가락을 아랫쪽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 아래, 바닥에 닿아있던 남자의 발가락들이 후두둑 잘려 날아갔다.

    “끄으으으으! 으우우우우우으으으읍!”
    “네가 네 비서를 귀여워했던 것 처럼 말이야.”
    “흐으으우우으으으으! 으흐으으으윽!”
    “으후후후, 친구들처럼 달달한 소리를 내네. 듣기 좋으니까 반대 쪽도 귀여워 해 줄까?”

    여자가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콘크리트 바닥이 흔들렸다. 여자가 시선을 돌린 곳에 한 남자가 쫙 달라붙은 정장 차림으로 돌 조각을 털어내며 서 있었다. 뚫린 벽으로 달빛이 비쳐들어와 남자의 우람한 풍채를 부각시켰고, 우연찮게도 폰에서 드럼 소리가 둥둥거리며 흘러나와 남자의 등장을 한껏 장식했다. 남자는 살짝 풀어진 땡땡이 넥타이를 조정하면서 험상굳은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그와 반대로 여자는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심심해서 마지막 인질까지 죽일 뻔 했잖아.”

    그러면서 태연하게 자신의 단발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 헐거워진 고양이 귀 모양 머리띠를 다시 정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말에 손목 시계를 들여다 봤다. 핑크빛 토끼가 그려진 디지털 시계가 12시 33분을 출력하고 있었다.

    “2분이나 빨리 왔다. 이제 인질은 풀어줘.”
    “재미 없다~ 옛 동료끼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일 얘기부터 하기야?”
    “시간 아까워. 본론만 말해.”
    “아하.”

    여자가 한 손으로 손톱을 매만졌다. 무거운 공기였지만 신나는 재즈풍 음악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이제 공무원도 됐으니까 나같은 하찮은 능력자에게 내줄 시간은 없다?”
    “권혜연. 본론만 말하라고.”
    “본론. 으흐흣, 사실 그런 거 없어. 그냥 너희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거야. 하나 하나, 빠짐 없이.”
    “예전에 얘기 끝난걸로 아는데. 넌 너대로, 우린 우리대로 일하기로.”
    “니들대로 일하는게 날 수배자로 만드는 건줄은 죽어도 몰랐지.”
    “그건…”
    “아~아~ 변명 노노야 아저씨. 내가 아는 래빗맨이면 진작에 주도권 휘어잡고 사람들 부려먹었어.”
    “사정이 있었어. 그건 금방 해결할테니까 더이상 엇나가지 말라고.”
    “그거, 맘에 안들어. 너희들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건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고 누구건 무죄로 만들 수도 있고. 우리가 처음에 모였던 이유가 뭐야? 그런 짓 하는 쓰레기 새끼들 싹 치우고 투명한 세상 만들려고 했던거 아냐?”
    “지금 네가 어긴 법이 몇 갠줄 알아? 아무리 그래도 더 사고치면 수습해주기도 곤란하다고!”
    “수습? 네가 여태 한게 뭐가 있는데? 내 손톱이 뽑힐 뻔 했을 땐 아무 소식 없더니 이제와서 날 수습한다고?!”
    “그러니까……!”

    여자가 따귀를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나타난 쇠사슬이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 묶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쇠사슬의 끝에는 뱀 가면을 뒤집어쓴 사람이 창문 틀에 앉아있었다. 래빗맨의 표정에 당황과 놀라움이 동시에 차올랐다.

    “뭐 하는거야! 부르기 전엔 절대 나오지 말랬잖아! 당장 풀어!”
    “어… 그치만 공격당할 뻔 했잖아요. 그 여자 능력이라면서요? 안 보이는 손톱……”
    “풀으라고!”
    “쳇. 지켜준건데.”
    “가지가지 한다. 혼자선 무서웠나봐?”
    “권혜연, 이건……”
    “됐어. 진짜 늙었구나, 당신.”

    혜연이 반대쪽 손을 들어 사슬에 대고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스냅을 따라 사슬들이 절단되어 조각조각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와, 무슨 국수 가락 자르듯이…… 소문보다 쩌는데!”

    뱀 가면이 신난 사이, 혜연은 재즈 비트를 음미하며 도도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톱을 살짝 핥았다. 그리고는 다시 창문 쪽으로 던지는 시선. 래빗맨은 그 동작에서 묘한 익숙함과 불길함을 동시에 감지했다. 같은 팀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그녀가 으레 하던 행동이었다.

    “조병산! 피해!”
    “아, ‘스네이키드’라고 불러달라구요!”
    “피하라고! 등신아!”
    “대체 뭘…… 어?”

    눈 깜짝할 새에 혜연이 뱀 가면 앞에 날아들고 있었다. 물론, 그를 ‘할퀼’ 손톱들도 함께. 그러나 늦지 않게 뛰어온 래빗맨이 그녀를 옆으로 밀쳤다. 중심을 잃은 혜연의 공격은 창문에 있던 병산이 아닌 천장을 긁었다. 위에서부터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콘크리트 부스러기들을 넋 놓고 쳐다보던 병산. 이번엔 고개를 안으로 들이밀어 긁힌 그 천장을 올려다봤다.

    “오… 워어……”
    “조병산, 정신 안차려!”
    “실망이야, 저런 애송이를 지원군이라고 데려오고.”
    “권혜연, 우린 싸울 생각 없다. 그냥 인질만 우리에게 넘겨!”
    “고문하다가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인다고 약속하면 넘기지. 그래도 싼 놈이거든.”
    “말이 되는 소릴 해!”
    “그렇다면 죽어도 넘길 생각 없는데~”
    “그럼 죽여야겠네요, 몸매 쩌는 누나?”
    “조병사안!”
    “아, 스네이키드라니까요!”
    “그래, 병신아. 나 되게 오랜만에 남자한테 안겨서 진지한 대화 하는데 방해하지 말아줄래?”
    “......방금 뭐라그랬어요?”
    “네 이름 아니니? 조.병.신.”
    “젠장할, 둘 다 그만 해!”

    병산이 허공에 손을 돌리자 사슬 채찍이 촤르륵 나타나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혜연의 이마를 노려 휘둘렀다. 그러나 사슬에 부딫힌 것은 혜연의 머리가 아니라 래빗맨의 정장이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리던 사슬은 래빗맨의 강철같은 근육에 전혀 충격을 주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나갔다. 그가 킹콩이라도 찢어죽일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면 벗어.”
    “왜그래요 대체? 위에서도 죽여도 된다고 허가 났다면서요? 2:1이에요, 쫄 필요 없다구요!”

    그들의 뒤에서 혜연의 자지러지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래빗맨의 손목 시계가 떨어져나갔다. 혜연은 한 손가락만을 치켜들고 서 있었다- 창문으로 들이치는 달빛이 그녀의 쫀쫀한 가죽 의상에 광택을 더했다.

    “시작한거지? 2:1도 스릴 있어서 좋더라. 어-머, 근데 토끼 아니랄까봐 한 명은 벌써 끝났네.”
    “티… 팀장님 토끼시계…… 힘의 원천……”
    “괜찮아.”

    래빗맨이 넥타이를 고쳐멨다. 그리고 뒤에서 날아오는 혜연의 할퀴기. 일반 사람의 몸뚱이정돈 우습게 토막내는 위력이었다. X자로 그어진 손톱 자국(차라리 검의 궤적에 가까운)들이 래빗맨의 등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혜연과의 기대는 달리 정장이 좀 헤진 것에 그칠 뿐이었다.

    “어라? 당신 아이템도 없어졌는데 어떻게?”
    “예나 지금이나, 주의력이 부족하네.”

    래빗맨이 돌아섰다. 혜연은 궁금증에 래빗맨을 구석구석 뜯어봤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코앞까지 다가서서는 그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래빗맨은 그저 가만있을 뿐이었고, 병산은 뒤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찾았다, 넥타이! 이거 땡땡이 무늬가 아니고 토끼였네! 토끼땡땡이! 꺄하핫, 당신 치고 재치 있었는데!”
    “알았으면……”

    퍼억. 느닷없이 래빗맨이 혜연을 걷어찼다. 그게 스위치라도 되는 양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폰에서 새로운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작은 화면 속에서 고양이 인간들이 술집에 들어가는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었고, 듣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절로 들썩일 비트가 모든 콘크리트 사이에 끼얹어졌다. 한편 인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각력에 복도 저 끝까지 나가떨어진 혜연. 그녀의 ‘손톱’으로 바닥을 긁는 것으로 간신히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다. 혜연은 손발이 모두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야수와도 같았지만 입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래빗맨 또한 틈을 주지 않고 점프해오고 있었다. 콰앙, 래빗맨의 구둣발에 콘크리트가 박살나고 뿌연 흙먼지가 일었다. 그러나 혜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래빗맨은 재빨리 뒤돌아 병산에게 명령했다.

    “결계 쳐!”
    “에...예?”
    “결계 치라고! 너한테 간다!”

    병산이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의 주변을 잽싸게 쇠사슬로 휘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슬로 둘러싼 공간은 완성되자마자 갈래갈래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쇠가닥들 사이에서 혜연이 웃음짓는 모습이 드러났다.

    “있지, 지금 나오는 노래, 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거거든? 기억해둬. Caravan Palace의 Lone Digger라는 곡이야. 신나지?”

    병산이 얼굴을 구긴 채 다시 쇠사슬을 마구 펼쳐 던졌다. 그러나 혜연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장난치듯 사슬들을 잘라낼 뿐이었다. 뒷쪽에서 래빗맨이 뛰어들었다. 또다시 맨 땅. 혜연이 싱글거리며 래빗맨의 가슴팍을 할퀴었고, 래빗맨은 잽싸게 팔을 올려 막았다. 혜연의 손톱에 의한 풍압으로 넥타이가 한차례 나부꼈다. 래빗맨의 반격, 그러나 혜연은 간단하게 몸을 트는 것으로 회피했다. 갑자기 발목에 뭔가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바닥을 뚫고 들어온 병산의 사슬이 혜연의 한 발을 붙잡은 것이었다. 래빗맨이 다시 한 차례 주먹을 날렸다. 안면부...가 아닌, 귀 장식 머리띠를 노린 일격이었다. 머리띠만 벗겨지면 그녀도 일반 여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그의 몸이 튕겨나갔다. 병산이 섣불리 날린 쇠사슬 뭉치가 하필 그와 부딪힌 것이었다.

    “젠장, 뭐하는거야! 넌 묶기만 해!”
    “고의는 아니었어요! 근데 저도 전투력은 안꿀리거든요?”
    “이래선 둘 다 무사하지 못한다고!”
    “잘들 논다. 그렇게 안맞아서 날 만족 시키겠어?”

    혜연이 한 바퀴 돌며 발의 사슬을 끊어냈다. 그리고는 곧장 돌진했다. 병산 또한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뒤로 빠지며 사슬 그물을 만들어 던졌다. 그러나 혜연에겐 종잇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저 수평으로 한 번 그었을 뿐이었다. 세 줄의 ‘손톱’들이 그물을 가볍게 가르고 병산과 만나려는 찰나, 래빗맨이 뛰어들어 병산을 넘어트렸다. 넘어지는 와중에 미처 숙이지 못한 병산의 고개가 맨 아래쪽 손톱에 닿았다. 그리고 손톱이 남자들의 바로 위 벽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병산이 일어나 자신의 얼굴과 머리를 더듬었다. 다행히 머리통이 잘리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가면에 손이 닿자 그의 손이 곧바로 얼어붙었다. 떨리는 손으로 가면을 벗어보았다. 머리 위쪽까지 치솟았던 가면이 정확히 정수리 높이에서 잘려있었다. 나름대로 실전 임무 몇 번 다니면서 상처 없이 완수해내고 우등생으로 취급받던 병산에게, 현장에서 가면이 파괴당하는 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머. 너 얼굴 너무 애긴데? 설마 미자니? 이게 무슨 일이야, 정부가 청소년을 범죄 현장으로 내모는거야?”
    “스무 살 성인이거든요? 민증 보여드려요?”
    “글쎄, 성인? 하는 짓은 안 그래보이는데. 안 그래 아저씨?”

    혜연이 고갯짓으로 래빗맨을 가리켰다. 등의 베인 상처에서 피를 흘리며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잘리진 않았지만, 혜연의 손톱은 래빗맨의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육체에도 무리가 가는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말세라고 해도 되지? 토막살인 현장에 저런 애를 데리고 왔다고? 공무원이란 작자들이 말이야? 역시 너희들은 틀려먹었어.”
    “내가 데려온 게 아니야. 맹세코 끝까지 반대했어. 그리고 네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한참 덜 미친 짓이고.”
    “뭐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날 상대하는데 저런 갓난 애를 데려오다니. 있지 애기야, 누나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19금, 아니 한 25금인 사람이거든? 봐줄 때 얌전히 돌아가서 공부나 해라.”
    “그래, 넌 돌아가. 더 이상은 지켜줄 수가……”
    “팀장님만 준비성 좋은 줄 알아요?”
    “뭐?”

    병산이 손을 뻗었다. 사슬 한 줄이 부메랑처럼 혜연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기습적으로 혜연의 목을 감아 조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혜연이 뻗은 한 손가락에 사슬은 맥없이 동강나 혜연의 양 귀 아래로 스쳐갔다. 사슬 조각들이 치고 간 그녀의 머리칼이 한 차례 찰랑였다. 병산의 허리에 채워진 가죽 허리띠가 눈에 띄었다. 아마 뱀 가죽인 모양이군.

    “아무 조언도 안 듣는 타입이라. 맘에 드네.”

    병산이 다시 한 번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래빗맨이 한 손으로 병산의 목을 움켜잡고 들어올렸다.

    “그런 건 준비성 좋다는 게 아니라 무모하고 멍청하다는 거야. 본부로 돌아가서 손수, 똑똑히 가르치도록 하지.”
    “컥… 크허걱……”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다. 인질은 그냥 마음대로 해.”
    “그렇게 쉽게? 너무 빠른거 아냐 토끼씨? 니들한테 중요한 놈이라 인질로 잡은건데.”
    “그럴 만 한 놈이라며. 우리가 졌다. 네가 이겼어. 하지만 이게 마지막은 아니야.”
    “앗, 그거 내가 지면 치려고 했던 대산데.”
    “또 보지.”

    래빗맨이 병산을 데리고(모가지를 잡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못해도 20층은 될 높이. 그러나 래빗맨 특유의 각력으로 안전하고 시끄러운 착지에 성공했다. 그는 뛰어내리면서 기절한 병산을 오른 어깨에 들쳐메고 팀 차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혜연이 그의 착지로 생긴 굉장한 발자국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 저래서 남자들이 좋다니까.”

    그리고는 밤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의 도시를 수놓은 건물 창문들의 불빛, 그 위로 흐드러지는 달빛, 그리고 아직까지 신나게 흘러나오는 일렉트로 재즈.

    “뭐, 아쉬운대로 쓰레기나 마저 처리할까.”

    그녀는 장난스럽게 ‘손톱’으로 벽을 긁으며 인질들의 방으로 들어섰다. 복면 속의 남자, 그러니까 선량한 시민인 동시에 수많은 가장을 죽이고도 법적 절차를 권력과 재력으로 모두 피해간 파렴치한, 국가 보안의 요직에 지폐를 깔고 앉아있는 남자, 수십 명의 비서를 개인적인 욕망의 도구로 유린한 그 남자는 아직도 발가락에서 피를 흘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13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물, 두근, 잠옷, 머리끈, 게 [새창] 2018-06-08 22:24:21 0 삭제
    ㅋㅋ 답글들 감사합니다
    12 (문장 연습 오늘의 단어) 물, 두근, 잠옷, 머리끈, 게 [새창] 2018-06-08 16:22:40 1 삭제
    탁.
    급하게 켜진 불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그런 와중에도 남편의 비명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다 뜨지도 못 한 눈으로 침대를 더듬어가며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오빠? 오빠? 오빠!”

    그제서야 눈을 뜬 남편. 급하고 빠르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뱉는 소리가 몇 번 반복되었다.

    “괜찮아?”

    남편의 얼굴이 나를 향했다가, 귀신이라도 본 마냥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렀다. 그러더니 자신의 온 몸을 혼자 주물럭대는 게 아닌가. 기가 차서 물었다.

    “뭐야, 왜 그러는데?”
    “아. 아니- 잠깐만, 나 지금, 지금……”

    남편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어버버 거리며 내 얼굴과 자기 몸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미니테이블에 있던 자리끼를 컵에 따라 내밀었다.

    “잠 좀 깨봐 멍청아. 마셔.”
    “어, 어……”

    물을 받아 그대로 원샷을 때린 남편은 아직도 진정이 안되는지 고개를 흔들어댔다. 땀 범벅으로 축축해진 잠옷을 벗어서 아무 데나 던지더니 이번에는 마른 세수를 시작했다. 빈 컵을 건네받으며 내가 말했다.

    “아니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진저리를 쳐?”
    “어. 아…… 미치겠다, 아직도 두근거리네. 그렇게 무서운 꿈 꾼 적 처음이야.”
    “허이고 겁만 많아가지곤. 불 끈다?”
    “아 잠깐만, 잠깐만.”
    “아 왜.”
    “나… 끄고 손 좀 잡아주라.”

    꿈 좀 꾼 것 가지고 왜 저리 호들갑이람. 나는 다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잠깐 핸드폰 화면을 켜봤다 - 4월 23일 월요일, 3:42 am. 안 읽은 메시지 4통. 화면을 끌까 말까 하다가 바탕화면 잠금을 풀려는 찰나, 남편이 내 한 손을 살며시 잡아오며 말을 걸었다.

    “여보야.”
    “왜.”
    “자나?”
    “자면 대답하겠냐.”
    “진짜, 진짜 이상하고 무서운 꿈이었어.”
    “뭐 누구 죽기라도 했나 꿈에서.”
    “죽는 것 보다 무서웠다니까.”
    “뭔데.”
    “그, 우리 저번에 자기 친정에서 게장 받아온 적 있잖아? 간장 게장?”
    “그랬지. 오빠 얼마 먹지도 않았잖아.”
    “응, 꿈 속에서 자기가 그 게장을 또 가져왔는데 말이야. 게장을 먹고 며칠 지나니까 피부가 막 가렵다 싶더니 껍질이 생기더라고.”
    “껍질?”
    “응, 게 껍질.”
    “우리 겁보 꿈도 차암 드라마틱하게 꾼다. 그래서?”
    “이게 게 껍질이 점점 퍼져서 온 몸이 다 꽃게처럼 변했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자기한테 살려달라고 막 소리질렀는데……”
    “흐어아아아~음, 졸려… 질렀는데?”
    “자기가 날 자기 연구실로 데려가더니, 막, 날 해부하려고 하는거야, ‘여보 몸 너무 신기하다’ 이러면서……”
    “뭐?”
    “진짜 무슨 실험용 쥐처럼 묶어놓고 이상한 기구 같은거 가져와서 나한테 들이대려 하더라고. 와, 영화에 나오는 싸이코패스 살인마처럼 씩 웃으면서 한 발 한 발 다가오는데, 와 진짜 쌀 뻔……”

    퍽. 어두운 와중에도 베개가 남편의 안면을 정확히 강타했다. 물론 한 대로 끝내줄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 이어서 내려치는 불같은 연타.

    “야 이 새끼야, 평소에 날 얼마나 거지같이 봤으면 그딴 꿈을 꾸고 자빠졌어? 뒤질래 진짜?”
    “아, 아악! 아 꿈이 그렇게 꿔졌는데 어떡하라고!”
    “뭐, 싸이코패스? 야 내가 암만 쥐새끼 데리고 실험하는게 직업이어도 그렇지! 날 뭘로 보고 이게!”
    “아 아 그만, 아퍼! 아퍼!”
    “이씨…… 잠이나 자! 내일 일찍 출근해야 되는데…...”
    “자기 근데 진짜 나 막 뭐 어떻게 하려는거 아니지? 그치? 아무리 꿈 속이라도 날 죽이려 했…...”

    퍽.

    “되도 않는 소리좀 하지 마.”

    털썩, 베개를 걷어 제대로 놓고 다시 누웠다. 얼마나 신나게 팼는지 숨이 다 찰 지경이었다. 내가 어쩌다 저런 바보같은 겁쟁이랑 살게 된 건지…… 남편이 눈 감은 걸 확인한 뒤에 다시 핸드폰을 틀었다. 3:48 am. 어후, 일어날 시간이 세 시간도 안 남았네. 손가락이 전원 버튼을 향하려다가, 다시 화면을 터치했다. 메신저 어플이 최근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연구소 동기 최태준:ㅋㅋ 미영아 집엔 잘 들어갔니. 간만에 좋았다 이제 바쁜 것도 끝나가고 자주 좀 하자
    연구소 동기 최태준:비용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내가 좋아서 내는 거니까 신경쓰지마
    연구소 동기 최태준:그런데 너 진짜 이혼할 생각 없어? 너도 내가 더 괜찮다며
    연구소 동기 최태준:ㅎㅎㅎ 농담이고 오늘 하고 나온 머리끈 예쁘더라. 자주 하고 다녀. 아무튼 출근해서 보자.

    머리끈이라, 태준이가 민트 색을 좋아했구나?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다음부턴 좀 더 조심히 만나야겠다. 남편이 연애시절부터 겁이 많은 만큼 촉도 좋았던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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