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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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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그 책을 발견한 순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라이만의 복소해석학 2판 솔루션! 단순히 본 책의 예제문제의 풀이과정만 적혀있는 답안 참고서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며 올바르게 풀었는지 찜찜한 사람들은 이 책이 얼마나 소중한 책인지 잘 알것이다. 특히 이 책은 출판된지 30년이 넘어서 솔루션이 완전히 소멸됬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나는 그자리에서 바로 구매하고(낡아서 아주 저렴했다.) 방으로 돌아와서 5분만에 과제를 해치웠다. 사실 그대로 베끼기만 했지만 수학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어쨌든 과제를 빠르게 해치웠기 때문에 아주 많은 여유가 생겼고 이 시간을 더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었다. 술 말이다. 당장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흥청망청 마시며 독립된 대학생활을 즐겼다. 이름 모를 철학자씨도 현재를 즐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미래는 현재의 연속이니 현재가 계속해서 즐거우면 미래도 즐거울 것이다. 더이상 과제가 없던 나는 친구와 곯아 떨어지도록 마시고 필름이 끊긴 채 방바닥에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 느즈막한 10시, 나는 깨질것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친구는 어느새 떠났고 방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오늘 수업은 11시에 시작하고 여기서 강의실까지는 10분밖에 안걸리기 때문에 나는 하품하며 밍기적거리다가 대충 씻으며 시간을 보냈다. 밥먹기는 애매하니 수업 끝난다음 먹기로 하고, 챙길건.. 일단 복소해석학.. 레포트 문제풀이 과제가 있었지. 어제 베껴놨던 종이가 어딨더라? 숙취로 머리가 아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어지러운 책상을 더 어지럽히며 찾아봤다. 없다.
어? 이게 왜 없지? 책상 위에도, 책 사이에도, 가방 안에도, 이불 속에도, 쓰레기통에도 없다. 당황해서 침대 밑을 거북이처럼 기어가보기도 하고 외투와 바지 주머니까지 뒤져봤지만 이 좁은 단칸방 어디에도 없었다. 침착하자.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20분의 여유가 있다. 과제를 다시 하는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어제 구매한 솔루션도 없었다. 같이 사라졌다. 어째서? 친구가 가져갔나? 책이 대단한것도 아니고 친구는 다른과라 쓸모가 없어 가져갈 이유는 없었다. 필름이 끊긴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으로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오빠 고마워용~ ٩(๑❛˓◞˂̵✧)۶]
모르는 번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