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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4 18: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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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동의보감 편찬 목적 자체가 당시 의학적 자료는 물론 민간요법이나 주술적인 치료까지 다 정리하려는 목적입니다. 그러다보니 황당한 이야기가 다 적혀 있죠. 투명인간이 되는 법은 스펀지에서도 다룬 적 있었고, 부부 금실 좋게 해 주는 처방, 아들낳는 법, 심지어 죽은 사람을 살리는 법도 적혀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동의보감에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이 적혀 있으니 한의학은 다 개사기다." 라고 치부해 버리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위에 언급한 민간요법이나 주술치료 말고 의료처방 적혀 있는 것들 중에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가지고 한의학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의학적 한계를 생각해야죠. 그렇게 따지면 양의학에서 전두엽 절제술로 정신병을 치료하는 100년도 되기 전 일이며, 심지어 이걸 주창한 사람은 노벨의학상을 수여하기도 했었습니다.
반대로 "동의보감에 이렇게 써 있으니까 이게 다 옳다." 라고 맹신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동의보감 편찬시기는 1500년대 말에서 1600년대 초입니다. 지금 400여년 전에 써 놓은 의학서가 다 옳다고 맹신하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조금의 상식만 있다면 알 수 있겠죠. 동의보감에 보면 '장기간 수은을 장복하면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 되어 있습니다. 한번 먹어볼까요? '월경 끝나고 1,3,5,7,9 홀수날 수태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적혀 있는데 진짜 되나 시험해 볼까요? 동의보감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입니다. 문화재청 관리에 있죠. 물론 당시 한의학을 집대성한 훌륭한 책이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으며 심지어 중국이나 일본에까지 널리 퍼졌던 책이지만 (어떤 사신이 중국에서 편찬되는 조선 책이 뭐가 있나 둘러봤더니 무슨 성리학이 어쩌고 유고가 저쩌고 하는 책들은 하나도 없고 유일하게 펼쳐진 책이 동의보감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맹신하고, 심지어 자신의 어떤 주장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 안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