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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5: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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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세요?
그림은 모양만을 그려내는게 아니에요.
질감까지 표현해서 그리는거에요.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배경을 그리는 것만 해도 초점이 흩어지거나 틀어지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해요.
석고상. 얼굴이랑 가슴까지 나온 흉상.
옛날부터 돌, 특히 석고는 세밀한 묘사를 위하는 경우에 가공하는 재료였습니다.
지금은, 살결과 더욱 비슷한 질감을 가지는 재료들이 나타났는데도 유지보수가 편하다는 장점과, 살색으로 인한 인종차별 논란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명암이 아주 심하게 두드러진다는 점을 보고 유지하지요. 이건 간단한 물체조차 나타내기를 어려워 하는 사람이나 사람 자체를 그려내는 데에 힘겨워 하는 견습생들을 위한 방법입니다.
물체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형상을 띄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사람들이 슥슥거리고, 시간은 지나갑니다. 배경을 그리고 싶습니다. 배경안에 석고상이 두드러진 모습과 사람들이 느긋하게 그림을 즐기는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못합니다. 조명은 아주 불편하게 사람과 비슷한 것 같지도 않는 석고상을 비추어 현실과는 동떨어진, 석고상의 명암이 아주 두드러지게 보여지도록 합니다.
사람을 잘 그리는 사람은 눈빛과 표정의 떨림이 없는 겹쳐진 석고상 앞에서 때굴멍하고, 물체를 잘 그리는 사람은 평소에 그리기를 곤란해 하던 사람의 두상이 저 물체에 겹쳐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런데 저걸 15분 안에 그리라고요?
15분?
15분?
배경은? 주위 환경은? 조명은? 명암을 강조하는데 흘러들어오는 불빛도 못 막는 곳이 있어. 저렇게 하려면 암실에서 시험보라 하고 싶어.
네, 네, 물론 30분까지는 주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1시간도 모자라해요.
여러분. 저거 그리도록 하는 사람의 반절 이상이 저거라도 못그리면 불합격 + 니가 저거 못그리면 다른거 잘그려도 우리 위로 못올려보내줌 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저게 최소이긴 해요.
그런데 명암이 어떻게 두드러지는지도 모르고 똑같은 걸 빨리 그려라? 알아서 배워라? 많이 그려라?
네, 최적화 되네요. 저 명암 기억하느라 모양과 재질 보던 감각은 다 사라지고 그리다보면 그림이 특색이 없는 데다가 저렇게 흐음~ 기분 안 나빠 합격선 안에 서고 튀지는 않는 그림만을 그리게 됩니다.
배경을 포함한 사진을 그려내는 극단적 현실주의 화가는 바랄 수가 없고 어릴 때의 감각을 다시 살려 한 면에서만 보기 좋은 뒤틀어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조차 몇 없어요.
꼭 사람 모양의 석고상을 그려야 하나요? 그릴 배경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사람 사이에서 살다 보면 그릴 물체라고는 사람과 관련 있는 것 밖에 없으니까?
웃기고 있네.
입시체라고 불리는 그림체를 보면 죄다 간단하게 그려요. 꼭 평가하는 사람들이 지겹다고, 자라날 학생들에게 조금만 보고도 빠르고 쉬이 결정 내리기 위해 그리라고 세뇌시킨 듯, 3~4분 평가하고 나가라 하기 딱 좋게.
한명이서 20명 이상 받아 키우려 드는 원장대감님들, 화가를 키우려고 하는겁니까 아니면 그냥 영주님 대감님 후빨하며 얼굴 조각같이 그리는 사람을 바라는겁니까?
한 미술학원에서는 가르치는 선생님 2명에게 60명 가까운 사람을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다종목도 문제입니다. 미술에 태권도 보습까지. 한 학원에서 도맡아 하고 한달에 200만원. 우와! 실제로 들어가 보니 선생님 몇 없어요. 학교랑 똑같아. 방 안에 특색있는 애들 밀어 넣어 놓고 군기 강조하며 재능 썩히는거야.
학원은 그냥 돈은 존나게 털어내고 약간의 명성이랑 있을지 없을지 모를 자리 사는거에요. 하지 마요. 할거면 그냥 고등학교때 공부 제대로 하고 미대가서 대학원까지 나오세요. 그럼 기반 제대로 닦는거야.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 되던가.
교육열이 타오르는 건 좋음. 그런데 그 교육이 도움이 되냐는건 다른 문제임. 실력 좀 되는 사람들이 세워서 먹고 살기 참 좋은 곳이 학원이야. 세력 좀 커지면 입소문으로 브랜드 짓 하기도 좋지. 비싼 데 좋은 곳 없다. 싼 데 비싼곳보다 나은 곳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