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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13: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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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외국으로 곧 떠나는 아들 내외가 아쉬워 매주 부르시던 저희 시부모님이 생각나네요.
한번은 삼계탕을 준비해 가겠노라 말씀드렸는데, 고심해 작은 닭으로 두명에 한개 꼴로 손질해 준비해 갔죠.
사촌까지 다 부르셔서 (거의 매주) 14명이 먹는데, (20대 남자만 4명)
제 손이 크다시며, 시할머니가 준비하신 토종닭 한마리랑, 제가 가져간 작은 닭 한마리 이렇게 두마리를 삶으시더군요.
상끝에 앉아 삼계탕 국물도 맛을 못 봤습니다.
못먹어 아쉬운 것보다도, 주 메뉴를 하나도 못먹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아무도 모르는게 너무 충격이었죠.
나도 우리 집에선 사랑받는 장녀인데, 내가 준비해 온 것도 못먹고,
내가 도대체 왜 여기와서 이런 대접을 받고 앉아있나.....생각이 들더군요.
나쁜 맘에 그러신 것도 아니었고, 아끼는게 몸에 배신 시할머니께는 그게 그냥 당연한 거였을 겁니다.
아마 제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걸 꿈에도 모르셨을 거구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났는데, 누구에겐 당연한게 누구에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 당연한 기준으로 한 행동이 누구에겐 '손이 큰' 행동이 되는 거죠.
맞춰가는 과정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건 전통적으로 며느리구요.
저런 별거 아닌 것들이 앃여, 결국 한 주말엔 위경련이 나더라구요. ㅎ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시길 바래요. 한 사람이 들어와 맞춰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고, 상황을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좋은 시부모님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시부모님은 절대 절대 친정 부모님이 될 수 없습니다.
친부모처럼 존경해도, 친부모처럼 대할 수도 없고, 친부모처럼 날 절대적으로 사랑해 주시지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