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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wedlock_9439
    작성자 : 밤하늘엔
    추천 : 3
    조회수 : 1814
    IP : 175.223.***.228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7/07/25 23:11:14
    http://todayhumor.com/?wedlock_9439 모바일
    남편 한 방 먹인 썰.SSUL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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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친정이라 남편이 옆에 없으므로 음슴체로 쓰겠습니당.


    ---------------


    울 남편은 무기를 몇 개 지니고 있음. 마치 까방권처럼... 그 중 하나가 내 화장임.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했던 나는 대학시절, 그리고 남편을 만나던 시절에도 거진 파운데이션만 바르고 살았음.

    TV 같은 데서 이쁘게 화장하고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 부럽다가도, "흐흥 아냐 마음이 중요하다구"를 외치며 다시 원상 복귀...

    오죽하면 울 아부지가 화장 좀 해라.... 화장 학원이라도 있음 보내야 하나 에효.. 할 정도. 

    (아버지...!)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내가 참 웃기지만.. 그 때 나는 변화가 두려웠었음.

    화장이란 게 단순하게 보자면 치장이지만 외모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거니까..

    혹시라도 제대로 못해서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랬었음.



    그러다 남편, 당시는 남친을 만나서 사귀던 중. 자꾸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함.

    "지금도 충분히 이쁜데, 화장을 조금만 하면 더 이뻐지지 않을까? 그걸 보는 너도 좋을 거야!"

    약간 기묘한(?) 연인의 말에 나는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다 짜서 화장에 도전했음.

    사실 그 첫 결과는 "예쁘다! 환상이야"할 정도는 결코 NAVER 아니었음.

    "와 쟤 화장 이제 시작하네 ㅋㅋㅋㅋ 근데 졸랭 어색함ㅋㅋㅋㅋ" 할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아이라인은 눈밑에 다크서클마냥 번지고 난리도 아니었음.

    남친은 그걸 보고 "이쁘다. 왜 진작 안했어! 이리 이쁜데" 라고 함.



    그 때 부터.. 슬슬 나의 화장하는 빈도가 늘어나더니 지금은 금손은 아니지만 곰손 탈출 수준까지 옴.

    그렇게 되고 나니 남친은 서로 틱틱거리며 싸우기라도 하면 이걸 이용하기 시작함.

    남친: "근데 너 나한테 화내야 하는게 아니고 고마워 해야 하는거 알아?"

    나 : "???"

    남친: "나 때문에 이뻐졌자늠 ㅋㅎㅎㅎㅎ"

    나: (할 말이 없어 대꾸 못함. 또 짐. 속으로 부글부글)

    이렇게 되고 나니, 나중에 내가 뭐로든 한 방 제대로 먹여주리라! 하는 오기가 생김.



    그러다 결혼 준비를 하게 되어 드레스를 입으러 감.

    근데 그 당시 나의 화장 수준은 여전히 비슷해서.. 파데 + 눈썹 (그렇습니다 그 전엔 눈썹도 안그렸습니다 허허) + 약간의 쉐도우 정도로 하고 감.

    처음 추천 받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면서도, "아 드레스 이쁘다. 근데 내가 안 이쁘네." 하는 심정에 조금 우울했..

    그렇게 싱숭생숭한 맘으로 커튼이 걷혔는데... 남친 입에서 "헉"하는 소리가 나옴.



    ??? 이 반응은 뭐지 싶어서 자세히 보니까... 눈에 약간의 눈물 + 어쩔 줄 모르고 벌어진 입 + 오줌 마려운 것 마냥 1초 마다 바뀌는 자세... 

    난 약간 벙찜. 이 남자...?

    샵 직원들은 막 놀리고 장난도 아니었음.

    "신랑님 어떻해~ 너무 좋아하시는거 아니에여 호호호호"
    "이렇게 좋아하시는 신랑님은 또 첨이네 호호호"

    갑자기 난 되게 기분이 좋아짐. 그리고 드는 생각... 하하 한 방 멕였구만!

    남친한테 배운 비기(?)를 가지고 남친을 쓰러뜨린 용사 느낌이랄까 -.-;;
    (이쯤에는 남친이 "이 옷 자기한테 어울릴 거 같아! 이쁘당"하면서 추천해서 화장 외에도 패션이라는 까방권이 생겨서 더욱 그랬음)



    아무튼 그 날 가슴 한 켠이 따스해짐을 느꼈음.

    남친은 그 애교 없다는 경상도 남자, 그 중에서도 대구 남자임.

    연애 시절 '좀 살갑게 해봐' '애교 조금만 부려보면 안 돼?'라고 요구하면 항상 "나 그런거 잘 못하는거 알잖아"하고 정색 아닌 정색...

    첨엔 톡도 잘 안하고 짧아서 펑펑 울기도 했음. 그래도 고친다고 약속을 하더니 조금씩 고쳤는데... 애교는 변할 생각을 안함.

    짧은 톡하는 걸 고치는 걸 보니 날 많이 생각해주고 사랑한다는 거는 알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서운함이 있었음.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지...

    근데 드레스 입어보던 날 그 서운함이 한방에 날아감. "진짜 표현을 못한 거였군"싶은 맘이 들면서 마음이 개운해졌달까 ㅋㅋㅋ...



    이후로 놀랍게도.. 결혼이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 떄문인지, 이후로 구 남친 현 남편의 말과 애교(?)는 늘어났음.

    심지어는 내가 남편한테 "여보... 여보가 이렇게 유머러스한 사람이었어..?"하는 말까지 함...

    남편은 "나 원래 한 유머하거든요?" 하더니.. 내 눈초리를 맞고는 덧붙임.

    "음.. 왠지 모르겠지만 한계 같은 게 풀린 느낌이라서? 하하하"... 흠흠 끝을 어떻게 하지.

    해피엔딩 해피엔딩 이랄까 ㅡ.ㅡ;;


    출처 새 옷이나 화장품 사서 꾸미면 지금도 "이쁘당 헤헤헤헿..."하는 내 남편을 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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