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요즘 일이 매우 바빠져서 밤늦게 들어가는 일이 잦았다.</div> <div><br></div> <div>주말에도 출근을 하다보니, 딸아이와 함께하는 독서나 놀이시간은 거의 누릴 수 없었다.</div> <div>잠든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조심히 나와 아내가 차려주는 야식에 맥주 한 잔을 하며</div> <div>위안을 얻기는 했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린다고 이야기했다.</div> <div><br></div> <div>며칠 뒤, 늦은 퇴근을 하고 씻으려는데 아내가 샤워하면서 들으라며 신기한 것을 들고 들어왔다.</div> <div>방수가 되는 스피커라는데 틀어놓고 샤워를 시작하니 너무나 사랑하는 딸아이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div> <div>아아, 그래 나는 너의 목소리가 참 듣고싶었구나...</div> <div><br></div> <div>아이는 조잘조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스타벅스에 들른 이야기</div> <div>저녁 메뉴와 숙제와 여타 자잘한 하루의 이야기들을 쉼없이 풀어내고 있었다.</div> <div>녹음기가 있어서 너무 좋다고, 방에 들어와 녹음을 하며 엄마 흉도 몰래 보면서</div> <div>아이는 아빠가 늦는 건 슬프지만, 이렇게 둘만의 비밀 시간을 갖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다고 말했다.</div> <div><br></div> <div>아이는 엄마가 아빠가 다니는 회사의 자리를 사진으로 보여줬다고 했다.</div> <div>저기에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div> <div>자기는 뛰어놀 시간이 있는데 아빠가 밤늦게까지 앉아서 일하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아주 고맙다고 했다.</div> <div><br></div> <div>아내는 아이에게</div> <div>'그리워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그 마음이 자라서 사랑이 되는거야' 라며</div> <div>아빠도 00이를 그리워하면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사랑하고 있어- 라며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div> <div>다같이 캠핑을 가자고 말했다한다.</div> <div><br></div> <div>샤워를 하는 동안 너무 즐겁고, 그립고, 눈물이 났다.</div> <div><br></div> <div>샤워를 마치고 나니, 먹고 싶었던 잔치국수를 예쁘게 내어놓고 아내는 또 웃는다.</div> <div>피식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너무 울컥해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div> <div><br></div> <div>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의 모든 일에 소홀하고 또 세상의 모든 피곤을 끌어안은 듯 찡그리며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동안</div> <div><br></div> <div>아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따뜻한 아침을 만들어주고, 고맙다며 양말도 신겨주고</div> <div>아이를 키우고 집안일도 하고, 우리 아버지와 장모님과 형님 내외도 챙기고</div> <div>딸아이와 데이트도 하고, 또 밤늦게 들어오는 나를 위해 늦은 밤에도 맛있는 야식을 늘 챙겨주고...</div> <div><br></div> <div>내가 잔 뒤에는 내 옷을 갈무리하고 다음날 입을 옷을 걸어놓겠지.</div> <div><br></div> <div>그럼에도 늘 웃고 고맙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난 늘 덕없는 남편이다.</div> <div>늦은 밤, 아내가 야식 먹은 것을 치우는 동안 방으로 들어와 나 역시 녹음기에 주절주절 딸아이와 나누고픈 이야기를 담는다.</div> <div><br></div> <div>회사이야기, 야식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프로젝트가 끝나면 나도 아이와 함께 커피숍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div> <div>엄마는 청소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엄마와 무슨 음료수를 먹었는지 물어도 본다.</div> <div><br></div> <div>아이는 이 녹음한 것을 언제 들을까, 또 뭐라고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진다.</div> <div><br></div> <div>사는게, 뭐 별 게 있는가.</div> <div>또 뭐 별 게 있어야하나. 난 아내가 있어 오늘 하루도 참 좋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