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 짤막하게 언급했지만, 저는 아내에게 불만이 있을때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글을 쓰고는 합니다. <div><br></div> <div>이런저런 일화를 옮기다보면, 제가 얼마나 복이 많은지. 그녀는 얼마나 좋은 인간이자 여자이며, 엄마이자 딸이고, 동생이며 며느리인지</div> <div>더 깊게 생각하기 때문이죠.</div> <div><br></div> <div>이전 글을 쓴 날에는, 늘 그렇듯 작은 불씨가 있었습니다.</div> <div>청소와 정리에 재간이 없는 아내 대신 며칠 전 제가 대청소를 하며 정리정돈을 마쳤습니다.</div> <div>그리고 퇴근해보니, 거실 수납장 부근이 엉망이더군요.</div> <div><br></div> <div>수납장에 가지런히 정리해놓은 것들이 전부 거실바닥에 엉망진창으로 떨궈져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아내는 다급하게, 거실바닥에 있던 물건들을 무려 '발로 밀어 소파밑으로 허겁지겁 집어넣으며'</div> <div>제가 오기 전에 정리를 하려고 했다 말하더군요.</div> <div>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정리를 해 놓으니 오히려 물건을 찾을수가 없었다고</div> <div>찾으려고 할 수록 엉망이 되어서 미안하다고 속상해하기에</div> <div><br></div> <div>정리를 안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것같다고, 그래도 잘 정리하는 걸 이제는 습관 들이자고.</div> <div>당신은 노력하면 뭐든 잘하는 사람이니 분명 잘 될것이라고 화이팅하자며</div> <div>좋게 말하고 그쳤습니다만, 정리한 공이 없어 속상하더군요.</div> <div><br></div> <div>딸 아이 자기 전에 같이 책 읽어주려고 방에 갔더니 아이가</div> <div>아빠는 이상하답니다.</div> <div>엄마는 아빠를 고치려고 하지 않고, 아빠는 그저 우리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div> <div>사랑하는 아빠를 이해해주자고 말하는데</div> <div>아빠는 왜 자꾸 엄마를 고치려고 하냡니다.</div> <div>그리고 항상 왜그랬는지를 가장 먼저 묻지 않는답니다.</div> <div><br></div> <div>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아이에게도 사과를 하고 앞으로 아빠도 노력하겠다 얘기를 하고 안방에 돌아오니</div> <div>아내는 일본의 수납정리달인이 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div> <div>부끄러워하며 배시시 웃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제서야 아내의 둘째 손가락 마디가 눈에 보였습니다.</div> <div>칼질을 하다가 손을 다쳤는데, 음식은 불 위에서 끓고 있고 마음은 급해서 반창고를 찾느라</div> <div>서랍장을 급하게 뒤진겁니다.</div> <div><br></div> <div>딸아이의 말처럼, 왜 그랬는지만 먼저 물었어도.</div> <div>나와는 다른 정리법이 있는것이라고 이해하기만 했어도</div> <div>아프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그러면서도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수납정리책을 읽는 아내를 보듬어줄수있었을텐데.</div> <div><br></div> <div>속상하다고 어줍잖게 이런 핑계같은 글이나 쓰고 있었구나.</div> <div>무릎꿇고 펑펑 울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습니다.</div> <div>아내는 당황해하며 자신이 잘못한건데 그러지 말라며, 그럼 간식이 먹고 싶으니 아이스크림을 사러 같이 나가자고 하더군요.</div> <div>누가바 하나를 입에 물고 손을 잡고 걸으며 아내는 제게 고맙다고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봄코트를 사줄테니 주말에 꼭 나가자고 말했습니다.</div> <div>그 코트가 어떻게 생긴건지 어디건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차를 팔아서라도 사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div> <div>이제는, 속이 상할때 글을 쓰지는 않을 겁니다.</div> <div>아이의 말처럼 나와는 다른 아내를 아내의 눈으로 이해하고 항상 먼저 물어봐야겠습니다.</div> <div><br></div> <div>제 부족한 마음에서 나온 글을 읽고 아내를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div> <div>아내를 만난 뒤로, 제 마음은 늘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div> <div>여러분들께도 그런 좋은 사람이 주는, 긍정적인 흐름의 날들이 지속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