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남편은 동향 출신입니다. <div>남편은 고향 도시 이름 붙은 **고를 나왔고 저는 그 옆에 있는 **여고를 나왔지요. </div> <div>둘다 서울로 대학와서 만나서 결혼해서 서울살이중입니다. (우리 엄마는 넌 서울까지 가서도 **고 애를 만나니... 라고... ㅠ.ㅠ 글게요.)</div> <div><br></div> <div>그 이전 이야기들은 다들 생략, 결혼 이후의 명절 이야기를 해 볼게요.</div> <div>결혼을 11월에 해서 곧 설이 있었지요. (결혼 첫 명절.) 그 설 즈음해서 임신을 해서 그해 추석에 애를 낳았으니 두번째 명절에는 시댁에 못갔구요. </div> <div>세번째 명절엔 젖먹이에 낯선 시댁 환경인 저를 배려한 것인지 조용히 지나갔고, </div> <div>그해 추석, 돌쟁이를 데리고 시댁에 내려갔는데,</div> <div>오후가 되니 남편이 저를 두고 나가는 겁니다. -_- 아니 님하, 이 낯선 곳에 날 두고 어딜가오??? 잠깐 친구 만나고 올게, 하더군요. </div> <div>설마 그럴까 했는데 네, 새벽 두신가에 들어왔어요. 진짜 '개 어이 없음' 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지요. </div> <div>너무 어이가 없어서 싸움도 안했어요. (저희 부부가 참 안싸우는 부부이긴 합니다. 둘다 문제 회피형 인간들이라.)</div> <div><br></div> <div>다섯번째 명절인 이듬해 설, 한돌 반도 안된 애를 데리고 있는데 이 인간이 또 '기어'나가요. 네, 이건 '기어나가는' 겁니다. 무슨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아요. </div> <div><br></div> <div>그 낯선 집에서, 시어머니는 춥다고 선풍기형 난로를 들여주는데, 켜 놓으면 불날까 무서워서 잠을 못자고, 끄면 추워서 잠을 못자고, </div> <div>오래된 옛날 집이라, 조그만 창문은 방범창도 없이 골목을 향해 나있는 단층집인데, 그 허술한 유리창으로 누가 치고 들어올까 무서워서 잠을 못자고.</div> <div>그 밤에. 애를 끌어안고 하얗게 밤을 새웠어요. 잠깐 잠깐 깜빡 졸 때는 불나는 악몽, 누가 방에 들어오는 악몽으로 소스라쳐 깼어요. </div> <div>그리고 그 밤에 제 불안장애의 스위치가 탁 하고 켜졌어요. </div> <div>(이후 저는 불안장애로 정신과를 다니게 되지만 이건 아주 훗날의 일이니까 일단 여기서는 접어두지만, 어쨌든 저는 알아요. 제 불안장애의 시작이 어딘지를.)</div> <div><br></div> <div>정말 너무너무 분한 거예요. </div> <div>그리고 뭐 이딴 집구석이 다 있나 싶은 겁니다. </div> <div><br></div> <div>일년에 많아봐야 네번, 적으면 명절 달랑 두번 시댁에 내려갑니다. </div> <div>연애시절부터 그랬어요, 남편은. 대학 들어간 이후로 집에 가는 건 일년에 단 두번 명절이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당일 1박 2일 하고 올라온다는 겁니다. </div> <div>저는 달랐어요. 대학 시절부터 3달에 두번꼴로 집에 내려가지 않으면 엄마에게 혼이 났고,</div> <div>방학엔 당연히 집에 있었고, 명절엔 연휴 앞 뒤로 월차를 써서라도 최소 1주일씩 집에 있었죠.</div> <div>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자식이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효도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였어요. </div> <div>근데 이 인간은 뭡니까 대체. </div> <div>입만 열면 나한테는 못해도 우리 엄마한테는 잘했으면 좋겠다(사연이 있어요. 저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하는 인간이,</div> <div>그래 일년에 고작 두번 내려와 하룻밤 자고 가면서 그 하루를 온전히 부모님 앞에서 짝짜꿍을 못해요?</div> <div>그리고 우리 시부모님은 또 그게 아무렇지도 않네요?</div> <div><br></div> <div>우리말에 그런 말이 있죠, 개도 주인이 귀히 여겨야 객도 귀히 여긴다고요. </div> <div>오냐, 너희집 가풍이 이런거고, 너는 니 엄마를 이딴식으로 대하는구나. 알았어, 접수. </div> <div><br></div> <div>여섯번째 명절, 추석이 되었어요. </div> <div>저는 둘째를 임신해서 그때가 임신 6개월을 막 넘어서고 있을 때였죠. </div> <div>제가 둘째 임신이 순탄치가 않았어요. 그때 이미 몸이 많이 망가져 있을 땐데, 남편도 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div> <div>단지 두돌된 첫째를 보면서 임신하니 몸이 많이 힘든가 보다 할 시기. </div> <div>(둘째 임신 막달에 입원 한달 넘게 해서, 응급으로 제왕절개 해서 애를 꺼내니 마니 난리치고 낳았어요.)</div> <div>신경이 정말 극도로 예민해져 있을 때였어요. </div> <div><br></div> <div>내려가는 차에서 제가 남편에게 물었죠. </div> <div>너 이번 명절에도 친구 만나러 갈거니? 했더니 남편이 글쎄...? 봐서. 그러더군요.</div> <div>그래서 제가,</div> <div>너 **고 나왔지? 난 **여고 나왔어. 니친구 **시에 많으면 내 친구도 **시에 널리고 깔렸다. 니가 친구만나러 갈거면 나도 친구만나러 갈 거니 그리 알아라. 그리고 차키는 나한테 양보해라. 애(당시 두돌)는 내가 데려가야 하니.</div> <div>했더니 남편이 그래그래 그러더군요. (설마 했겠지요.)</div> <div><br></div> <div>시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정말 급 피곤해서 쓰러져서 졸고 있는데, 남편이 부스럭 부스럭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div> <div>잠결에 남편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div> <div><br></div> <div>나갈거면 차키 주고 가.</div> <div><br></div> <div>차키 주더라구요. 그리고 또 깜빡 졸았어요. 한 10분? 눈 떠보니 남편 나갔더라구요. 시어머니께 이 사람 어디갔냐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만나러 간다더라, 하는 거예요. </div> <div><br></div> <div>그자리에서 딸을 챙겨서,</div> <div><br></div> <div>어머니, 저도 친구 만나러 갔다 오겠습니다. </div> <div><br></div> <div>하고 나와버렸어요. 나오면서 남편에게 문자를 날렸어요. @@동(친정. 시댁에서 차로 15분 거리.) 간다. 시댁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게 너 친구들하고 헤어질 때 문자 해라. </div> <div><br></div> <div>그리고 애 데리고 친정으로 가서 차 주차하는데 남편 문자가 왔더군요. 그때가 오후 4시쯤이었는데, 6시쯤 들어갈테니 친정가지말고 그냥 집에 있으라구요. </div> <div><br></div> <div>@@동 집 앞 주차중이다. 여섯시에 갈거면 그때 다시 문자해라. </div> <div><br></div> <div>하고 친정에 들어가서 퍼져 쉬었어요.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시댁은 난리였겠죠. -_- 아 놔. 그러거나 말거나. 낳아서 애지중지 길러 키운 아들도 버린 부모, 피가 섞였어요 살이 닿았어요. 며느리는 왜 못버릴까요? 심심하든가 말든가. 아 언제는 안심심했답니까. 심심하기 싫으면 아들을 잡으시든지요. 아들은 며느리 대리 효도 시켜놓고 친구 만나 놀아도 되는데 며느리는 왜 안됩니까. </div> <div>그때 제가 임신중이어서 정말 예민해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 문제로 이혼하면 했지 이대로는 안산다 했어요. </div> <div><br></div> <div>저녁 일곱시쯤, 남편에게서 집에 간다는 문자가 왔구요. 저도 애 챙겨서 시댁 갔죠. </div> <div><br></div> <div>뭐. 그 이후에 시댁에서 큰 소리 난 일은 없었습니다. 시부모님이 대체로 대단히 무난한 분이시거든요. (뭐 그러니 저도 그런 똥배짱을 부려봤겠지만.)</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음날 친정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남편과 싸웠어요. </div> <div><br></div> <div>남편은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는 거죠.</div> <div>그래서 저도 그랬어요. 너 잘못한 거 없으면 나도 없다고. </div> <div>그랬더니 또 그러데요. 처가 가서 너도 친구 만나러 나가라고. </div> <div>그래서 그랬어요. 싫다고. 일년에 엄마 얼굴 며칠이나 본다고 그 시간을 또 잘라서 친구 만나러 가냐고. 우리엄마는 나 좋아하지 너 좋아하지 않아. 니 엄마는 왜 넌 안좋고 안봐도 되고 나는 좋고 봐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는 너 안좋고 나 좋아. 명절 말고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를 굳이 명절에 만나야 하니? 왜?</div> <div><br></div> <div>타도시로 흩어진 친구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명절 뿐이라서 그런답니다. </div> <div>그래서 응 그래 계속 만나, 야, 나도 친정 가서 퍼져 쉬니까 좋더라. </div> <div>내년 설에도 또 가. 나도 또 친정가서 쉴테니까. 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뒤로, 두번다시 남편은 절 시댁에 놔두고 혼자 친구만나러 안갑니다. </div> <div><br></div> <div>제가 결혼해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div> <div><br></div> <div>명절에 마누라 본가에 쳐박아두고 친구 만나러 나가는 것들(사람들 아닙니다.) 반성하세요!!!!!! 아들자리 사퇴하세요!!!!!!</div>
난 까칠하다.
왜냐하면 까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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