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설쳤다.
자다가도 문득문득 잠에서 깨어나 너의 죽음이 꿈이 아닐까 생각했다.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 하는 내가 우스운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매장을 홀로 지키며 할일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상주가 멤버들이라는 글을 보고 눈물을 질금 거리는데 내가 뭐하나 싶더라.
순간 언젠가 김기범이 '우리는 비지니스로 이어진 동료' 라고 말했던게 생각났다.
비지니스 동료가 상주를 하냐.
뜻이 있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솔직하지 못한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한 녀석.
웃고 있는 영정사진도, 상주에 올라온 멤버들 이름도 왠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보는 거 같았다.
종현아.
세상 사람들이 너의 죽음에 대해서 떠들어 댄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쉽이더라.
한 사람의 죽음이 그저 점심시간에 커피 한 모금에 씹어버릴 가쉽거리가 된다는게 슬펐다.
네가 썼던 알려져서 힘들었던 거엔 이런 것도 있었겠지.
네가 괴로워했던 그 삶이 죽어서도 너를 아프게 하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더라.
난 처음에 네가 레지던스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읽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너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사람이 아닌데.
집이나 차가 아닌 타인의 레지던스에서...
의아했고, 의문스러웠다.
무엇이 널 기어코 레지던스로 가게 했을까.
유서에는 네가 얼마나 살고자 했었는지가 절절하게 적혀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다 해봤구나. 다 해보고도 안되겠다 느낀거였구나.
만약 내가 너와 아는 사이였다면,
그래서 네가 상담도 받으며 애썼다는걸 알았다면,
나는 다른 병원을 찾아 보자고 했을거야.
좋은 의사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그 사람 말에 상처 받거나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너랑 맞는 의사 찾아 다른 곳도 가보자고,
그리고 이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까 힘들어도 버텨보자고,
나도 겪어 봐서 이해 한다고 했을거다.
내 방 한 구석엔 아직도 유서가 있다.
죽어야겠다 결심한 날 적은 거였는데, 그 마음을 접고도 혹시 몰라 한 곳에 잘 두었다.
우울증이란게 그런거더라.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다가도 죽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버리지 않고 그냥 두었고, 죽음에 대한 고민은 마치 사람들의 오늘 저녁 메뉴 고민 같이 내게 남았었다.
나는 너보다 더 강해서 살아 있는게 아니란다.
넌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너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고 했지만, 최소한 나는 아니란다.
나는 약해서 살아 있는 거야.
죽음에 이르기까지 결단을 실행 할 용기가 없어서.
죽지 못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 거야.
네가 약했던 것도 아니야. 단지 마음이 아주 많이 아팠던 것 뿐이지..
동생도 나도 오랫동안 팬이었다.
둘이서 노래방 가면 같이 노래 부르며 즐거워 했었는데,
바로 일주일 전에도 그랬었는데,
이젠 동생도 나도 더 이상 부르지 못할 것 같다.
아마 난 듣지도 못하겠지.
내 20대 전부를 채운 너희 중에 이제 네가 없고, 그걸 받아 들여야 하는데 노래엔 네가 있잖아.
남아있는 널 보면 떠난 네가 생각날거 같아서, 나는 그냥 남은 너를 포기하려 한다.
우습게도 내 20대도 끝나가는 구나.
20대 시작부터 좋아했던 네가 내 20대 끝에 간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곧 다가올 내 30대엔 네가 없겠구나.
그리고 넌 영원히 28살로 남아 있겠지.
나는 조문도 가지 않을거다.
내 눈으로 끝을 확인 할 용기가 없어.
며칠만 더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거야.
아마 오늘 밤도 잠을 설치겠지.
대신 난 계속 살려고 한다.
네가 가버렸으니, 나는 살아야지.
살아서 아줌마도 되고 할머니도 될거다.
죽어야겠단 생각이 들 때마다 널 떠올리며 할머니가 되야겠다고 생각 할거다.
네가 가지 않은 시간들을 살며 널 기억 할 거야.
그걸로 너에 대한 조의를 대신 하고 싶다.
참 열심히 살았어.
참 애썼어.
이만하면 잘했어.
고생했어.
네가 찾던 걸 이제는 찾았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