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선수가 전범기와 관련하여 UFC회장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하네요
정말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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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실제 편지 내용
로렌조 퍼티타 회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코리안좀비' 정찬성입니다. 이는 우리들이 옳다고 믿고 있고, 또한 UFC의 경영진에서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격투기 블로그 중 하나인 '이종격투기' 카페의 80만 회원을 대표해 직접 전해드리는 편지입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바로 '욱일기' 의류 및 장구류 관련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주장은 '욱일기는 전법기이다. 따라서 첫째로 정의를 위해, 그 다음으로는 UFC를 위해서라도 이 전범의 상징을 과감히 내쫓아야 한다.'입니다.
문제는 UFC 선수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가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아마 단순히 일본 국기를 본떠 만든 일종의 멋들어진 패션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일장기, 혹은 '히노마루'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옷을 입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욱일기'가 문제입니다. 이것은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처럼 전범의 상징입니다. 나치들과 마찬가지로, 일제도 '군국주의'라는 미명 하에 온갖 잔혹한 행위들을 저질렀습니다. 바로 이 깃발 아래에서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짓밟히고 희생당한 것입니다.
적당히 좀 하라고요? 지난 일이니 잊어버리라고요? 부당한 침략, 고문, 학살, 성노예(위안부), 생체실험 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는데, 이를 어떻게 잊겠습니까? 이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역사입니다. 더군다나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 추악한 역사를 왜곡하고 정당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전쟁 피해자들은, 오늘도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조르주 생피에르는 지난 닉 디아즈와의 타이틀전에서 욱일기로 디자인된 도복을 입었습니다. 그걸 본 저는 바로 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겼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저는 한 지인의 도움으로 제 페이스북에 영어 편지글을 올리게 됐고, 이는 곧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생피에르와 그의 후원사 '하야부사'가 앞으로 관련 상품을 더 이상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공식 사과했습니다.
'욱일기는 전범기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제 두 번째 메시지를 또다시 무시하는 건 그들이 자기들 때문에 전쟁 희생자들의 억장이야 무너지든 말든 상관 안 한다고 만 천하에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이는 그야말로 당연한 결과였다. 우리가 잘못된 것을 보고 항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고의든 아니든 그런 디자인으로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면 그 무지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저는 우리가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이 사실을 전세계에 제대로 알린 것 같고, 적어도 옥타곤 주위에서는 그 전범의 상징을 안 봐도 될 것 같아 기뻤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이번에는 여성 종합격투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론다 로우지가 그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UFC 챔피언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전범의 상징을 몸에 걸치고 있다니! 이는 군 관련 자선·위문 활동도 많이 하는 우리 단체의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 아닙니까?
종합격투기라는 스포츠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UFC가 그 최선봉에 있습니다. UFC는 국경을 아주 쉽게 넘나듭니다. 유럽, 호주, 브라질에서 대성공을 거뒀으니 이젠 아시아 차례입니다. 전 종합격투가로서 우리 스포츠의 성장이 몹시 흥분됩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그 전범의 상징을 걸친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그걸 보고 분노한 수많은 사람들이 UFC 불매운동을 벌일 것이고, 그럼 UFC는 많은 (잠재적인)팬들을 잃고 아시아 시장에도 아주 안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나치 옷을 입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모습, 상상이나 가십니까? 욱일기는 우리 아시아인들에게 똑같은 존재입니다.
이 문제는 백 번을 강조해도 부족할 만큼 중요합니다. '정의'. 옳은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 단어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 회사의 미래를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시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저는, 아니 우리는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