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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oju_9696
    작성자 : 빵구쟁이
    추천 : 6
    조회수 : 1031
    IP : 221.152.***.19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2/07/25 14:24:12
    http://todayhumor.com/?soju_9696 모바일
    bgm) 술이 문제, 술 먹은 사람이 문제






    BGM정보: http://heartbrea.kr/2888231>


    학원에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이 있다. 

    뭐, 학생인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사실 학생치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고, 

    직장인 치곤 조금 어려 보이는 그런 정도다. 

    하지만 미소 지을 때 앳된 얼굴이 학생임을 가늠케 했다. 

    7시 수업 시작이지만, 6시에 퇴근해서 바로 가면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는다. 

    그 덕에 언제나 1등으로 책상에 앉는 난, 강의실을 청소하는 그 알바와 항상 눈이 마주친다. 


    얼마 전의 일이다. 

    알바도 이젠 내가 어느 시간쯤에 올 거란 걸 알 때도 되었을 때쯤. 


    강의실 문을 여니 언제나처럼 알바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가벼운 묵례를 하려다 먼저 묵례하는 그녀와 순간 얽혀서 쭈뼛쭈뼛 거리다다 둘 다 빵하고 터져버렸다. 


     '그래, 타이밍 좋아!'란 생각을 하며 먼저 말을 걸었다. 

     "아르바이트하시나 봐요?" 

     /"네. 학교 방학이라..." 

     "아, 학생이시구나. 제가 여기 학원 6개월 차라 알바 몇 명 봤거든요. 게 중에 제일 미인이시네요." 

    나 사실 이런 말 잘 못하는데, 뭐에 씌었나 보다. 그냥 말이 술술술. 


     /"풉. 제가 좀 그렇긴 하죠." 

     '이 냔이 죽을라고!' 

     "하하하. 농담이었는데, 이런 말 기다리셨나 봐요." 

     /"아, ㅎㅎㅎㅎ" 

     "알바하면 몇 시에 마치세요?" 

     /"그건 왜요?" 

     "아. 네. 전 10시에 마치거든요." 

     /"ㅎㅎㅎㅎㅎㅎ 알고 있어요. 수업 끝날 때 그 출석부 제가 가져다 놓거든요." 

     "아, 그래요? ㅎㅎ 그럼 밥이나 먹읍시다." 


    여기까지 마치 노트에 메모한 걸 읽는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내가, 천하의 정병구가, 무뚝뚝해서 표현 잘 못 하는 경상도 남자인 내가 말이다. 


     /"밥 먹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데요?" 

     "아, 그런가. 아참, 나 다이어트 중이지." 

     /"푸하하하하하 아쉽네. 그럼 술도 못하시겠네요?" 

     "아니에요. 인체신비학적 견해로 볼 때, 그쪽이랑 마시는 술자리는 최고의 다이어트가 될 듯합니다.(손발 없어짐)" 

     /"윽... 오글거려요. ㅎㅎㅎ 전 수업 끝나고 뒷정리해야 해서 그쪽보다 좀 더 늦게 나와요. 마치고 봬요." 

     "네, 그래요. 주차장에서 기다릴게요." 


    가슴이 떨렸다. 아랫니도 떨리고, 눈동자도 떨렸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인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수업이 끝나자 우당탕거리며 차로 달렸다. 

    그리고 청소부터 했다. 

    밤 10시에, 뭐 먼지도 안 보이겠구만 그래도 아껴둔 물티슈로 여기저기 닦기 시작했다. 

    방향제도 뿌렸다.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있을까, 최신 음악은 어때? 그냥 조용한 게 좋으려나? 

    그러는 찰나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어숍쇼~." 

     '아오 병신. '어숍쇼.'가 뭐야 웨이터도 아니고. 내려서 문이라도 열어 주든지.쯧쯧쯧' 


    자책을 채 다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배고프죠?" 

     /"ㅎㅎ 저도 다이어트 중이랍니다.ㅎㅎ" 

     "뭐, 그럼 우리 내일부터 해요. 근처 사상에 수제 소시지 맛있는 집있는데, 괜찮아요?" 

     /"네." 


    그녀의 짧은 대답을 듣고 다음 말을 생각하기 바빴다. 


     '하여튼 경험 많지 않은 놈들은 이래서 문제야. 말이 뚝! 끊겨 버리잖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하여튼, 경험 많지 않은 놈들은 이래서 문제야. 말이 뚝 끊겨 버리잖아. 에잇.ㅎㅎㅎ" 

     /"말만 잘하시구만요 뭘.ㅎㅎ" 


     그렇게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이미 술집에 도착했다. 

     병 맥주 몇 병을 시키고 이런저런 얘길 하다 보니 이 여자 너무 잘 웃는 거다. 

    내 말이 재밌든, 청자의 예의든 뭐든,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웃어 주는 게 사람을 기분 좋게 하더라. 

     참, 나 맥주 못 마시는 거 알지? 캔 두 개만 먹으면 취하는 놈이거든. 내가. 

    소시지는 손도 안 대고 맥주는 몇 병을 비웠는지 모르겠다.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잠이 들었던 듯하다. 

    미친놈. 이 상황에, 이 분위기에, 잠을 처자다니 미친 거야. 돌아이. 돈 놈. 뭐 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괜찮냐는 그녀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허우적대며 계산했다. 

    대리운전 전화하고 뒷자리에 앉아 그녀를 불렀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이다. 

    괜찮다는 거절에 몇 번을 끌다시피 해서 나란히 앉았다. 


     "zz..zz...z.. 아니 그래서..z..zz...zz..아, 마쭁? 이히히 zz..z...zzzz.zz.."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무슨 지랄이었는지 원. 

     그녀의 웃는 소리가 귓등을 타고 혀로 들어오는 듯 단내가 나기에 눈이 살짝 뜨였다. 


     /"집 구경 좀 시켜 줘요." 


     사실 알 사람은 알 거다. 

    술자리에서 잘 잠들지만, 잘 일어나고 금방 깬다는 걸. 


     '헉, 아...이거 정신을 차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냥 취기에 몇 마디 내뱉어? 에이 몰라.' 

     "아, 그럽시다. 갑시다. 고고~"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대리운전을 보내며 그녀와 함께 입구에 섰다. 

    그리고 슬쩍 손을 잡았다. 또다시 가슴이 떨렸다. 아랫니도 떨리고, 눈동자도 떨렸다.

     역사는 엘레베이터에서 이루어진다 했던가? 

    엘레베이터 문이 닫힘과 동시에....엘레베이터..엘리베이터 아니었나? 엘레베에터? 엘리베터? 

    한글 표기가 뭐더라. 잠깐만 찾아보고 올게.

    빵구쟁이의 꼬릿말입니다
    '입 대신 손으로 말하다'

    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 최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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