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저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습니다. 나름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살고 있지요.</div> <div><br></div> <div>그런데 이주 전 쯤 어떤 에이전시 사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회사에 정직원으로 일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구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지금 일하는 사람이 이번주에 나가는데, 이어서 일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span></div> <div>저는 일단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고, 당신이 제안하는 직책을 한 번도 수행해 본 적이 없다, 라고 했습니다.</div> <div>그 사장은 괜찮다고, 신입으로 뽑는 거라고 하더라구요.</div> <div>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div> <div>그래서 미팅을 잡았구요.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대망의 미팅날.</div> <div>(당연히) 미팅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은 시간보다 15분 늦더군요.</div> <div><br></div> <div>그래도 예의바르게 웃으면서 인사하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00씨 실력은 고수까지는 아니고 중수 정도이고, 어쨌든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느니</div> <div>실력이 있지만 정식으로 이 분야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 않냐느니</div> <div>이전에 일하던 사람은 그 분야의 대학원을 나왔다느니</div> <div>여기는 굉장히 조용히 할 일 하는 분위기인데 00씨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느니</div> <div>담배 피우는 것 같던데 우리 회사에서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받지 않는다느니</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더군요?? </div> <div>음??</div> <div>네가 일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해서 전화까지 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고?</div> <div>이게 흔히 듣던 압박면접이라는건가? 뭐지?</div> <div><br></div> <div><br></div> <div>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얼굴에 웃음기도 가시게 되더라구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처구니가 없더군요.</span></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 전화로 제안을 받았을 떄, 저도 나름 여기저기 알아보았습니다.</div> <div>이전 책임자가 당장 이번주에 나가는데 후임자를 이제야 뽑는다는 것도 이상하고</div> <div>제 직종이 원래 전화로 얘기하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해외와 일이 많아서 보통은 메일로 연락을 합니다.</div> <div>조사 해 봤을 때 사기집단이거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 회사는 아닌 것 같았지만 </div> <div>저에게 제안한 직책을 매 년 구인했던 것이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일단 미팅이 그런식으로 흘러가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div> <div>최종 결정이 언제 나느냐, 그리고 내가 최종 수락 연락은 언제까지 해 줬으면 하느냐라고 물었더니</div> <div>갑자기 어처구니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을거라면 할 마음이 없는거 아니냐(니가 나랑 일 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div> <div>연봉이나 이런 걸 듣고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할 생각이 없는거다, 이러더군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서 제가 저는 당장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div> <div>전화로 얘기하지 않았느냐. 나는 당신이 제안한 직책에 대한 경험이 없고, 당신이 그걸 설명 해 줄테니 직접 만나자고 했다.</div> <div>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일은 네가 제안했다.</div> <div>나는 여기에 회사 분위기를 보고 같이 일 하게 될 사람들을 보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온 것이다.</div> <div>만약에 시간을 주지 않을 거라면 나는 이만 가보겠다고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들고 있던 수첩을 덮고 펜을 정리하고 있으니 갑자기 사장이 당황하더니 말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div> <div>갑자기 막 횡설수설하면서 제가 못 일어나게 얘기하더군요.</div> <div>솔직히 속으로 피식 했습니다. 절박한 주제에 온갖 똥폼은 다 잡더니 이제 또 아쉬운가보네?</div> <div><br></div> <div><br></div> <div>뭔 얘기를 했는지도 기억 안 나고 사실 안 듣고 있었습니다. </div> <div>대충 요약하자면 우리는 같이 일 하고 싶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저는 아까도 말했듯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지 못하겠다면 가보겠다고 했습니다.</div> <div>정 그러면 두시간을 주겠다고 하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하, 두시간?</div> <div>그리고 그 짓거리를 해 놓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알았다고 하고 나오는데 정말 재수가 없더군요.</div> <div>일자리를 '먼저'제안해서 미팅에 시간을 내서 왔고, 그나마도 사장이 늦어서 기다리고,</div> <div>제가 자부심을 가지고 해 온 일이 '중수' 정도라고 깎아내리고</div> <div>내 프리랜서로의 경력이 분명히 제안한 직책과 관련 있음에도 불구하고</div> <div>(일 내용을 들어보니 제 경력으로 교육없이 인수인계 받고 바로 커버 가능한 정도)</div> <div>그런 경력이 무의미하다고 모욕을 주는데</div> <div>기분이 좋을리가 없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미 그 미팅 중간에 마음은 굳어져 있었습니다. </div> <div>이 회사는 큰 프로젝트를 따냈는데 그걸 해야 할 전임자가 나갔고,</div> <div>나는 마침 눈에 들어온 프리랜서고(심지어 두 분야의 일을 다 할 수 있는데 돈은 한 명한테만 주면 되네? 개이득)</div> <div>저는 혼자서도 잘 해먹고 살고 있으니</div> <div>절박한건 그들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도 2시간을 받아낸 건 기다리게 하고 싶어서였어요.</div> <div>내가 그 회사를 방문하느라 오가는데 쓴 시간과, 미팅에 사장이 나타나기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div> <div>너도 좀 기다려봐라라는 심보였죠. 유치하죠? 근데 그러고 싶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시간 후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드렸습니다.</div> <div>대충 요약하자면 이렇게 보냈어요.</div> <div><br></div> <div><br></div> <div>9시 출근이니 당연히 8시 50분까지 와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div> <div>미팅에는 15분 늦었네요? 제 첫인상 운운하기 전에 본인 첫인상이 어떨지 생각이나 해 보셨나요?</div> <div> <div>당신이 사람에 대해서 재고 판단할 때 다른 사람도 너에 대해서 판단한답니다.</div> <div>저는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라 네 면전에서 그딴 얘기를 안 한거구요. </div></div> <div>당신이 사원을 뽑는데 신중해야 하듯이 저도 잡 오퍼를 받을 때 신중하게 결정합니다.</div> <div>매 년 같은 직책을 구인하시더라구요? 제가 들어간다고 해도 내년에 구인공고 또 쓰실 것 같으신데요?</div> <div>그리고 지식 업데이트 좀 하셔야겠어요. 00에 대해서 말씀하신거, 틀렸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엄청난 사이다는 아닐지 모르지만 저 나름대로는 속이 참 시원했습니다.</div> <div>그리고 스스로에게 고마웠어요.</div> <div>저런 싸가지 없는 사장에게 노 라고 말하고도 걱정없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놓은 스스로가 기특하더라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제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을거라면 가보겠다고 했을 때 그 사장의 표정을 보셨어야 됐는데ㅋㅋㅋㅋㅋ</div> <div>가려고 하니까 얼마나 태도가 달라지던지 ㅋㅋㅋ</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저는 프리랜서로 살아야겠습니다. 하핫</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