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갑니다.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날씨가 한참 무더워지기 시작했던 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랑 지하철 타고 가는 중이었는데,
전도하는 아주머니가 타나났습니다.
속으로 '나한테 말걸지 말아라 귀찮으니까 VS 이 아주머니를 어떻게 골려줄까?'
하는 생각이 계속 교차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미국 코미디언 '루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던 드라마 '루이'가 생각났습니다.
3살?4살? 정도의 딸이 있는 아빠 루이는 아침밥을 먹이는데 딸이 계속 "왜?" "왜?"를 연발하며
특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림설명 : 무한 질문 지옥>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던 루이는 지지치고 마는 장편이 퍼뜩 떠오르는 순간
"예수님 믿고 천국 가세요~"
라며, 각자 이어폰을 껴고 목적지까지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던 저와 친구에게 전도 시전
나 : 왜요?
아줌마 : 인간은 태어날 때 부터 죄를 지었는데....어쩌고 저쩌고...그 죄를 씻으려면 회개가 이러쿵 저러쿵...
친구가 귀찮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제가 뭘 하려나 싶은지 슬그머니 이어폰을 뺍니다.
아줌마 : ...그래서 예수님을 믿어야 해요.
나 : 왜 죄를 지었는데요?
아줌마 : 창세기를 보면 아담과 하와가 어쩌고 저쩌고...
아주머니는 신이난듯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고 저는 한쪽 이어폰만 빼고 다른쪽으로는 듣고 있던 음악을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아줌마 : 블라블라....이제 아시겠죠? 그러니 교회 나오세요.
아직 목적지 까지 좀 더 남았네요. 제가 여기서 아주머니를 놓아드리면 다른 사람들이 민폐를 입을 것 같았습니다.
뭐 주변 이목도 어느정도 쏠려있었고, 다드 ㄹ제가 뭐라고 하는지 궁금한 눈치였답니다.
나 : 그런데 교회는 왜나가요?
아줌마 : 교회에서 목사님 말씀도 듣고 어쩌고....
나 : 그냥 가기만 해도 되나요?
아줌마 : 일단 나오면 어쩌고....
나 : 믿음이 없어도 교회만 가면 되나요?
어...그러면 교회에 안가고 믿음만 있어도 되나요?
그래도 교회에 나가야 한다구요? 왜요?
그러면 믿음이 더 세지나요? 어떻게요?
.....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저런 질문을 하면 아주머니께서 화를 내셨겠지만,
저는 정말 교회에 나가고 싶고 마침 종교도 없고, 궁금하기도 하다는 듯한 순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홀스형아의 이런 표정 처럼요.
질문을 이어나갔습니다. 중간중간 끄덕끄덕 하며 리액션도 해주고, 맞장구도 쳐주면서 최소한의 단어로
아주머니께서 계속 말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떡밥을 주고 있었는데, 시간이 왜이렇게 빨리 흐르는지요.
어느덧 내릴 때가 되었네요.
어떻게 피날레를 장식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내릴준비 하자는 신호를 보내면서
아주머니께 질문을 합니다.
친구 : 아줌마 그러면 천국에 가면 아줌마 같은 분들이 많겠네요?
아줌마 : 물론이죠. 하나님만 믿으면 다 천국 갈 수 있어요.
<그림 설명 : 이말년 작가님 감사합니다. 짤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아주머니의 표정은 정말 해맑았답니다.
그리고
친구 : 천국이 아줌마 같은 사람들만 있는 곳이면 난 차라리 지옥갈래요. 수고하세요.
그렇게 아주머니께 지옥갈래를 시전하고
<그림설명 : 오유 보다 주운 짤방 - 어느 금손님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두 손을 꽉 움켜쥐신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저랑 제 친구는 목적지에 내려서 하이파이브 하고
가던길을 마저 갔습니다.
한줄요약
: 전도하는 사람들만 득시글한 곳이 천국이라면 난 차라리 지옥갈래요! 수고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