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감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음슴체 달림. <div><br></div> <div><br></div> <div>스물한살때였음.</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시 나는 준비하던 의무소방원에서 시원하게 떨어진 상태였음. 체력장도 하나 빠짐 없이 통과하고 필기도 꽤 잘봤다고 생각했는데 왜 떨어졌는지는</div> <div>아직도 알 수 없음. 나마스떼 하게 생겨서 그랬나...</div> <div><br></div> <div><br></div> <div>뭐 좌우지간, 시험에서 떨어지고 특기병으로 4월에 입대하기로 한 난 딱히 할일도 없고,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당시 기준으로는 심지어</div> <div>여자친구도 없....아, 이건 원래 없었지. 좌우간 있는게 없어서 방구석에 까질러져서 만화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게 일상의 전부였음.</div> <div><br></div> <div><br></div> <div>심지어 당시엔 스마트폰이 아니니 핸드폰은 그저 시계일 뿐이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고 있는 와중에 친구 소개로 편의점에서 주말에 일하게 되었음. 사실 지금 생각하면 이때부터 쎄했다고 느껴지는게, 그때는 뭣도 모르고 최저시급</div> <div>도 안되는 돈 받고 일했었던 것으로 기억함. 당시 3,100원이 최저시급이었고 내 시급이 2,500원 정도였음.</div> <div><br></div> <div><br></div> <div>아무튼, 난 주말 오전 알바였고, 망하기 좋은 편의점 답게 일은 별로 많지 않았음. 내 근무 시간이 담배 들어오는 시간이라서 담배 채워놓는 것 정도,</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외엔 물건 빈거 체크하거나 청소하거나...였는데, 사람이 와야 물건이 빌텐데 사람이 별로 안왔음.</div> <div><br></div> <div><br></div> <div>손님 진상이 하나 둘 있긴 했는데, 내 성격이 좀 무딘 탓에 그땐 진상인지도 모르고 이 손님 웃기네. 하고 말았던 걸로 기억함.</div> <div><br></div> <div><br></div> <div>아무튼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월급때가 다가옴</div> <div><br></div> <div><br></div> <div>나로선 아부지 공장에서 일했던 것 빼면 다른 사람에게 받는 첫 월급이었기에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월급날이 와서 통장을 딱 하고 까봤더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줌?</div> <div><br></div> <div><br></div> <div>어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하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 하고 점장에게 전화했더니 오늘 일이 있어서 은행에 못갔다고 내일 준다고 함.</div> <div><br></div> <div><br></div> <div>...사실 이때부터 눈치를 챘었어야 했음. 자기 사업하는 사람이 돈을 미루기 시작해?</div> <div><br></div> <div><br></div> <div>히히 오늘은 줄꺼양! 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일주일이 흘렀음.</div> <div><br></div> <div><br></div> <div>돈이 안들어오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버림.</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제서야 깨달았음. 아 진상에게 걸렸구나. 친구를 조져야겠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제서야 친구를 닥달해보니 그 친구도 월급이 밀려있던 상황이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이건 뭐 등신도 아니고...아니 애초에 그런데에 왜 날 끌어들인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난 얼마 안있으면 군대에 가는 상황이었고, 비록 20만원도 채 안되는 돈이었지만 내 돈 못받고도 허허 웃을 정도의 호인은 아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아직 어렸기 때문에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됨.</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시 들은 바로는 3시간 이상 포스기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영업소에서 해당 점주쪽으로 연락이 간다고 했음,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음.</div> <div><br></div> <div><br></div> <div>덧붙여, 나한테 18만원을 주지 않겠다면 내 18만원은 네놈들 가게 수익을 내려버리는 데에 써버릴테야. 라는 마음가짐도 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주말 아침, 혼자서 농성하면 심심하니까 고등학교때부터 같이 지내던 친구 한놈을 대동하고 알바하던 편의점으로 가서는</div> <div><br></div> <div><br></div> <div>a4용지에 장사 안한다는 글과 함께 셔터를 내려버렸음.</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여러가지로 문제가 되는게 있었던 행동이었지만, 그땐 어리기도 했고, 상당히 눈이 돌아있던 때였음.</div> <div><br></div> <div><br></div> <div>옆 만화방에서 만화책 빌려다가 노닥노닥 하고 있으려니 전화가 들어왔음. 일단 전화를 받으니 고함고함을 지르며 쌩난리를 치기 시작함.</div> <div><br></div> <div><br></div> <div>뭐, 그땐 나도 반쯤 맛이 가 있던 상황이라. 아몰랑빼애액내돈내놔. 를 시전중이었음. 한창 그렇게 싸우고 있으려니 돈받는다고 나간 아들이</div> <div><br></div> <div><br></div> <div>계속 안들어오고 있자 걱정되신 어머님이 친구에게 위치를 물어선 아버님 대동하고 들어오심.</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전화통에 대고 빼애액 거리고 있는 꼴을 보신 아버지께서 말도 없이 전화기를 갈취해가시더니 "네 안녕하세요.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를 마치 콜센터 직원처럼 상냥한 목소리로 읊으시며 표표히 나가셨음. 다만 아버지 등에선 순옥살 쓰는 고우키 맨치로 오오라가 일고 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한 10여분 있다가 나갈때처럼 표표히 들어오신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씀하셨음.</div> <div><br></div> <div><br></div> <div>"응. 돈 준댕 ㅎㅎ"</div> <div><br></div> <div><br></div> <div>-진짜 저렇게 말씀하심.</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거짓말이 아니라 정확히 5분 후 입금이 완료됨.</div> <div><br></div> <div><br></div> <div>나갈때 아버지 포스로는 "내가 지금 우리 공장 장정들을 동원해서 네놈의 가게에 무공해 천연 인진쑥을 재배할꺼야 ㅎㅎ" 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아서</div> <div><br></div> <div><br></div> <div>아버지께 대체 그때 뭐라고 말씀하신거냐고 몇번 여쭤봤지만, 아직까지 대답해주지 않으시며 그냥 ㅎㅎ 웃고 마심.</div> <div><br></div> <div><br></div> <div>...어, 결론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좌우간 여러분 무슨 일 생기면 일단 가족과 상담하세요. 데헷.</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