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글이 의외로 추천을 많이 받아서 얼떨떨하네요.  <div><br></div> <div>딱히 사이다라 올렸다기보다는 페북에 어떤 분이 "수험생 여러분들 기도하신만큼 점수 잘 받으셨으리라 믿습니다"라는 식의 글을 봐서 써본 글인데..  <div><br></div> <div>여하튼 내일 아침 수업 있어서 잠은 자야하는데 잠은 안오므로 제가 생각하는 인생 최고의 사이다썰 하나 풀고 가보렵니다.</div></div> <div><br></div> <div>뭐가 없다해야할지 알수가 없으므로 음슴체.</div> <div><br></div> <div><br></div> <div>학부시절 수학과에 나보다 2년위인 놈이 한명 있었음. 외국인인데 이름이 E로 시작하므로 이씨라 부르겠음. 이때 당시 내가 1학년 이씨가 3학년이었는데</div> <div><br></div> <div>이씨는 우리학교 수학과 탑이었고 전국적으로도 꽤나 유명해서 유명한 대학원에서 러브콜을 받던 아이임. 어느정도였냐면 수학 전공자들은 잘 아는</div> <div><br></div> <div>Putnam 시험에서 60점을 넘김. 이 시험이 무슨 시험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120점 만점인 경시시험인데 학부생 이하 애들만 치름.</div> <div><br></div> <div>그런데 거의 매년 응시자중 50% 이상이 0점을 받고 10점 이상 받으면 상위 10% 라고 보면될 정도의 극악의 난이도임. 내가 기억하기론 그때 이놈이 전국</div> <div><br></div> <div>랭킹이 100위 안인가 50위 안인가 이랬음. 이정도면 대충 이놈이 얼마나 잘난 놈인지 알거라봄. 교수들도 인정하는 똑똑한 놈이었는데 문제가 있음.</div> <div><br></div> <div>흔히 천재라 불리는 애들이 그렇듯이 엄청 자부심이 강함. 걔가 당시 수학 조교 비슷한걸로 일했는데 내 친구놈이 걔한테 질문했다가</div> <div><br></div> <div>"너 바보냐?" 라는 소리를 들음. 여하튼 이 놈이 수학 잘 모르는 애들이랑 얘기할때 엄청 깔봐서 수학 전공하는 애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었음.</div> <div><br></div> <div>게다가 더 짜증나는건 수업시간에 교수가 하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하려함. 얘는 학기 시작하기 전에 책 사서 그 책 미리 다 읽고 지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직접 노트까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만들어서 수업에 들어옴 (아니 그러면 수업을 왜들어??!!). 그래서 당연히 교수들이 하는 질문에 답을 알았고 질문을 할때마다 손을 잽싸게 번쩍 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교수가 자기 이름을 안 불러주면 막 손을 미친듯이 흔듬... 심지어 몇몇 교수는 너는 이제 손좀 그만들라고 할 정도. 여하튼 이런 이유로 이씨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수학과에서 기피대상이 되었지만 이씨의 능력이 워낙 출중하기에 누구도 함부로 이놈을 씹진 못함.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런 데! 일이 터짐. 대부분의 대학교가 그렇듯이 우리학교도 Putnam 시험을 치르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서 교수들과 함께 문제풀이를 하는 시간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었음. 나는 Putnam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은 상당히 흥미로워서 1학년 때 이 문제풀이 시간에 참여함. 그리고 당연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씨도 거기에 있었음. 그러던 어느날 내가 딴일을 하다가 한 30분정도 늦게 이 풀이 수업에 들어갔는데 이씨를 포함한 전부가 한 문제를 못풀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었음. 교수도 정답을 모르는 상황이었고(교수가 가르친다라기보단 교수와 다같이 푼다라는 개념의 수업임) 교수는 늦게 들어온 나보고 내가 늦었으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번 풀어보라고 함. 당황스러웠지만 문제를 읽어봤는데 왠지 풀이를 알거 같음. 그래서 내 생각엔 이리이리 풀면 될것 같은데? 라고 말해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다 같이 해보니 정말로 풀림. 나는 내 풀이를 나름 자랑스러워하는데 이씨의 똥씹은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음. 아마 </div> <div><br></div> <div>"내가 못푼걸 저런 듣보잡이 풀다니"</div> <div><br></div> <div>라는 식으로 생각한것 같음. 하지만 난 1학년이었고 당시엔 이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서 크게 신경을 안씀. 그런데 이후부터 풀이시간에 이씨가</div> <div><br></div> <div>짜증나게 구는거임. 지가 풀수 있는 문제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풀고서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봄. 그러고선 </div> <div><br></div> <div>"답 알아? 모르겠어? 알려줄까?"</div> <div><br></div> <div>막 이런식으로 물어봄. 처음에는 못 알아들은 척 넘겼지만 계속 그러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나도 어느샌가 이씨랑 조금 다투는 식으로 문제를 풀게됨.</div> <div><br></div> <div>그런데 결국 나는 Putnam 시험을 안 치뤘고 이씨는 60점이라는 대단한 점수를 받으면서 이 신경전은 나름 그놈한테 만족스럽게 끝남.</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이씨가 나보다 잘한다는 것도 인정한 상태라 잊고 다음 학년을 맞음. 이때 내가 통계학을 들었는데 이씨가 </div> <div><br></div> <div>같은 수업을 들음. 첫날 내가 이씨보다 먼저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이씨가 오더니 내 얼굴을 보고선 내 옆에 앉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처음으로 이씨랑 같은 수업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있었던건데 한 1주일 경험해보니 내 친구들이 이놈을 왜 싫어하나 이해가 감. 덕분에 나는 저 놈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목소리를 듣느니 그냥 자고말겠다라고 결정을 했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후로 수업에 들어가서 그냥 푹 자다 나옴 (교수님 죄송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고 첫번째 시험을 치룸.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험 결과가 나온날 교수는 통계학 수업답게 시험점수를 알려주기전 평균, 최고점수, 최저점수 등을 칠판에 적어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때 최고 점수가 98.5인가 99.5인가 그랬음(편의상 98.5점이라 하겠음). 그리고 교수가 시험지를 돌려주는데 이씨가 맨 처음 받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씨 얼굴은 점수를 보기전부터 싱글벙글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데 시험지를 보는순간 웃음기가 싹 사라짐. 내가 왜 저러나 하고 스을쩍 봤더니 98점! 을 받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씨 얼굴이 곧 분노로 가득 차더니 미친듯이 주위를 둘러봄. 농담안하고 그때 이씨가 앉은 의자책상이 덜컹덜컹되고 교수도 좀 놀란 눈치였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속으로 매우 유쾌해하며 내 차례를 기다림. 나는 이때 내가 시험을 잘 치뤘다곤 생각했지만 최고점수를 받았다곤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차분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다림. 받고나서 살며시 점수를 보려하는데 앞에 9가 보임. 앗싸 90점 넘겼구나 하고 좋아하는데 다음 숫자가 8임. 이 순간 무의식적으로 이씨쪽으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선이 돌아감. 이씨가 내 바로 옆자리에서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음. 진짜로 아, 이거 잘못하면 쟤한테 총맞아 죽겠다 라는 생각이 듬. 나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살며시 시험지를 내 가방안으로 넣고 이씨의 눈초리를 피함. 그리고 그날 수업이 끝나고 이씨가 교수한테 가서 누가 최고점수 받았냐고 물어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연히 교수는 못 가르쳐준다했고 이씨는 쿵쾅거리며 강의실에서 나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두번째 시험을 치룸. 교수는 역시나 시험 통계를 알려주고 시험지를 나눠줌. 이번에도 이씨가 나보다 먼저 시험지를 받았는데 이씨 표정으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짐작컨데 최고점을 받은것이 분명함. 나는 아~ 2번이나 이기는건 욕심이었구나 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음. 그런데 이게 웬일? 내가 최고점임. 아마</div> <div><br></div> <div>내 생각엔 이씨랑 나랑 똑같은 점수를 받은거 같음. (교수가 최고점수가 한명이라곤 말안했으니..) 그래서 난 내심 지진 않았네 하고 좋아했는데</div> <div><br></div> <div>수업이 끝나고 이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옴.</div> <div><br></div> <div>"너 몇점 받았냐?"</div> <div><br></div> <div>난 고민을 함. 뭐라고 어떻게 대답을 해야 이놈이 가장 열받아할까? 조금 고민을 하고 내가 대답함.</div> <div><br></div> <div>"Better than you(너보다 잘받음ㅋ)" </div> <div><br></div> <div> 둘다 최고점이었으면 내가 걔보다 잘본건 아니지만 여하튼 내가 최고점이었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음.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이씨가 진짜</div> <div><br></div> <div>부들부들거림. 나는 다시한번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데 옆에 친구가 위험을 눈치챘는지 웃으면서 나를 끌고 강의실에서 나와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로 기말이 있었는데 기말은 돌려받을 일이 없었으므로 내가 이씨보다 또 점수를 잘 받았는지 알 길은 없음. 그런데 그 다음학기에 이어지는</div> <div><br></div> <div>통계학 수업에 이씨가 안 들어옴. 필수적으로 두개를 다 들어야하는건 아니지만 이 두개 수업이 묶음 형식으로 되있는거라 대부분 둘다 들음.</div> <div><br></div> <div>나는 왜 안 들을까 의아해하던 어느날 통계학 숙제를 친구들과 수학과실에서 하고있는데 이씨가 들어옴. 나는 이씨를 보고</div> <div><br></div> <div>"너 이번 통계학 안 듣더라?"</div> <div><br></div> <div>라고 그냥 별 의미 없이 물어봄. 그랬더니 이씨가 나를 보며</div> <div><br></div> <div>"응, 다 아는 거라 들을 필요가 없겠더라고"</div> <div><br></div> <div>라고 하고 곧장 과실에서 나감. 이씨가 나가고나서 나랑 친구들은 전부다 포복절도를 했고 그 학기 이후 이씨는 결국 나에게 복수다운 복수를</div> <div><br></div> <div>못해보고 졸업함. 덧으로 그 다음해에 이씨가 학교를 다시 찾아왔는데 이때 나보고 인사도 안하고 지나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하튼 이일 이후로 나는 내 친구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숭배(?)되었음. 내가 알기로 지금 이씨는 어느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데.. 동료 연구원들이랑</div> <div><br></div> <div>잘 어울리는지 모르겠음. 다 쓰고보니 나도 참 유치하게 대응한것 같긴 하지만.. 내가 수학 공부하면서 벌어진 최고의 사이다썰이라 생각함.</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