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일과의 평가전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 A매치 역사상 가장 통쾌한 승리이면서도 매우 불가사의한 경기로 꼽힌다. 불가사의하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하이라이트에 나오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시라. 독일은 미드필더에 발락과 슈바인스타이거와 슈나이더, 스트라이커 클로제와 골키퍼 올리버 칸 등 사실상 2002 한일월드컵 준우승 멤버들이 주축이 된 최정예 멤버였다. 반면 한국은 2002 한일월드컵 멤버로는 이운재와 차두리 뿐이었고, 이동국을 비롯한 나머지는 순수 국내파들로만 이루어진 거의 1.5~2군 수준의 멤버들이었다.
더욱 이 평가전이 비관적이었던 건 한국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고전 끝에 통과한 직후인데다가, 또한 이 날의 스타팅 멤버에서 확인하듯 아직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 본프레레 감독의 들쑥날쑥한 선수 기용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 당시 한국의 라인업에는 박재홍과 박동혁, 박규선과 김상식 등 아주 잠깐 동안 국대에 선을 보였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당한 쓰라린 패배를 설욕하기란 너무나도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전반 초반에 적토마처럼 독일 우측 진영을 파고드는 차두리의 움직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 16분 김동진의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곧바로 발락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독일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전반전을 마친다. 그리고 후반전에서 그 유명한 이동국의 그림같은 오른발 터닝 발리슛과 교체투입된 조재진의 마무리 골로 한국은 전차군단 독일을 3:1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동점위기를 막아낸 이운재의 페널티킥 선방도 있었고 경기의 전반적인 내용에서 한 마디로 흠잡을데가 없는 완승이었다. 무엇보다도, 2002 한일월드컵 최고의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을 상대로 3골을 넣은 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였다.
결과적으로 이 독일과의 평가전은 조 본프레레 감독의 단 한 번의 깜짝쇼로 그치고 말았다. 결국 이듬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으로 본프레레 감독은 경질되었고, 후임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로 2006 독일 월드컵에 임하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경기에서 멋진 결승골을 선사했던 이동국이 월드컵을 불과 몇개월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결국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강호 독일의 정예 멤버를 상대로 승리를 한 2004년 12월 19일 저녁의 감동은 영원히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