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오유에서 이런 글을 올리려니 조금 주저하게 됩니다</p> <p>저는 당연히 정권 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 후보나 당명 바꾼 새누리 출신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br>하지만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차기 대권 후보들 중 아무나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은 아닙니다<br>설명이 조금 깁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한데 배경 설명을 하려니 내용이 좀 많아질 것 같습니다</p> <p><br></p> <p>흔히들 기업의 경영자는 시설확충, 고용창출, 품질개선, 기술개발 등을 해서 기업을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로 알고 있습니다<br>주주 자본주의(금융 자본주의)는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br>주주 자본주의를 쉽게 설명하자면, 실물 경제가 몸통이고 금융이 꼬리가 되어야 하는데, 주주 자본주의는 꼬리가 몸통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p> <p>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이 주주이니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에만 몰두하게 만듭니다<br>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연구시설이나 연구비가 필요하게 되고, 품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고용을 늘리게 되면 인건비가 더 늘어납니다<br>기업의 비용이 늘어나면 리스크가 생기므로 주가가 떨어지게 되지요 그러면 결국 주식 투자자들의 미움을 얻게 됩니다<br>주가가 떨어지면 그 기업을 노리고 있던 경쟁사나 적대적 자본이 인수합병을 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됩니다 즉, 인수비용이 낮아지므로 M&A가 쉬워지게 되는 것입니다<br>그럼 결국 경영자는 자리를 잃고 길바닥으로 나앉게 되는 거죠<br>경영자의 자리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시설투자나 고용창출, 기술개발이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이 경영자의 일이 되어 버립니다 <br>직원을 최소화해서(정리해고) 인건비를 절감하고 연구비가 많이 지출되는 기술 개발팀을 없애고 자신이 속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리는 것이 요즘 경영자의 업무입니다<br>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말이죠</p> <p><br>이른바 사모펀드라는 것을 설명 드립니다<br>서두에 말한 우리가 경영자가 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는 시설확충, 고용창출, 품질개선, 기술개발 등을 해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기업의 주식을 그들은 대량으로 매입합니다<br>많은 비율의 주식을 가진 기업사냥꾼은 기업의 주인이 된 셈입니다 물론 그의 목적은 기업의 성장이 아닙니다 오로지 돈입니다<br>목표가 뚜렷하니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일단 직원들을 대량해고 해버립니다 <br>그리고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지만 당장은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부서를 팔아치웁니다<br>이 작업들을 그들 사이에선 이른바 '구조조정'이라고 말합니다 <br>이렇게 구조조정이 끝나 팔기 좋은 상품으로 재포장된 기업은 오히려 구입한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습니다</p> <p><br>M&A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리해고입니다 그래서 주주 자본주의는 항상 노동유연화와 세트로 묶여서 따라 다닙니다<br>행정부와 입법부에 사람을 심어놓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법을 세웁니다<br>이러한 과정은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들의 숫자놀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br>그들이 가진 자본은 천조국답게 천문학적인 규모입니다 자본은 부풀려고만 하지 스스로 작아지려는 속성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br>자본을 가만히 놔두면 노동자를 짓눌러 살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br>정부가 개입해서 노동과 자본의 균형을 맞춰줘야 합니다<br>그래서 자본과 자유주의자들은 항상 '작은 정부'를 요구합니다</p> <p><br>초국적 금융자본은 미국 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국경을 허물려고 합니다 이른바 '세계화'를 주장하지요<br>슈퍼 헤비급 선수와 같은 링에 서려고 하는 밴텀급 선수는 바보겠죠<br>그래서 웬만한 나라들엔 보호무역 장치가 있습니다<br>그런데 미국으로 경제학을 배우러 유학을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br>미국의 장점이 많은 나라입니다만 그들의 경제학은 미국을 위한 경제학입니다<br>그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미국의 경제학을 배워서 한국으로 돌아 와서 경제 부처의 요직과 학계에 자리 잡았습니다<br>미국에서 배운대로 '작은 정부'를 외치며 금융자율화, 외자도입 자율화, 은행 민영화, 수입 자유화를 기획, 추진합니다<br>그들만 '작은 정부'를 외친 것이 아니라 90년 대 초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을 지켜 본 386 민주화 세력들 역시 정부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함께 '작은 정부'를 외쳤습니다<br>그동안 군부정권에서 모든 것이 정부의 규제와 통제 속에 있던 터라, 정부의 역할이 축소될 수록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p> <p><br>금융자유화는 재벌이 종금사를 세울 수 있게 만들어줬고, 재벌들은 이 종금사를 통해 손쉽게 외자 차관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br>이것이 곧 IMF 외환위기로 이어지는데, 자세한 설명을 하기엔 너무 길어서 생략하겠습니다</p> <p><br>아무튼 IMF 금융위기 이후 모든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게 됐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시장 유연화, 금융 개방으로 초국적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p> <p>그런데 금융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주식 시장이 확대되면 그만큼 자신들의 이익이 늘어나므로 전기, 가스, 상하수도, 의료, 교육, 우정, 도로 등 기초 인프라를 맡고 있는 공기업이 민영화(사유화)되어 <br>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자유롭게 M&A가 가능하게 만들도록 노력합니다<br>공기업은 업종 분야 특성상 독점적 지위의 사업이 많은데 그 독점적 구조는 유지한 채로 소유구조만 민간에게 개방되도록 바뀌었습니다</p> <p>당시 명칭이 전매청이었는지 담배인삼공사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 KT&G, 한국통신공사였던 KT, 국민은행, 한전, 포항제철 등 알짜 공기업들이 줄줄이 탐욕적인 금융자본과 재벌의 손으로 들어 갔습니다<br>애초에 기초 인프라와 공공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공기업인데, 일반 기업의 기준을 들이 밀어 기업 구조를 재편하고 대량해고를 했습니다<br>물론 주주 자본주의의 특성상 경영 평가 기준을 수익을 얼마나 내느냐로 삼았고 경영자는 주주들의 입맛에 맞는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p> <p>여기서 삼성이 수많은 머리 좋은 학생들을 장학금을 줘서 미국으로 유학보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br>신자유주의 도입은 국내 기업 시장을 월가의 초국적 금융자본의 잔칫상으로 만들어 놨습니다만 국내 재벌들에게도 새 시장을 열어 준 셈이지요</p> <p>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은 특이하게도 적대적 M&A의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자유롭습니다 <br>주주들은 재벌들이 한줌의 주식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제왕적 경영을 하는 것을 방관합니다<br>정경유착이 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전경련의 주장은 고스란히 국가 정책으로 나타나고, 어찌됐든 재벌총수들이 직접 경영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죠<br>아마도 배당금을 조금 늘리는 정도에서 타협을 한 것 같습니다</p> <p><br>여기까지 신자유주의의 문제, 그 중에서도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를 짚어 봤습니다<br>최근 유시민조차 그간 신자유주의 옹호로 일관하던 자세에서 돌아서서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br>차기 유력 대선 후보 10인 중 한 명인 안희정은 아직까지 신자유주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br>아니, 이전까지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피해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해법을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적극적 M&A, 주주 자본주의 강화'에 두고 있더군요<br>OECD 가입국 중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화된 사회에서 '노동시장 경직도'를 우려하고 있고, 재벌만을 위한 적극적 M&A를 주장하고, 주주 자본주의를 강화하자는 건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풀자는 게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강화하자는 거지요<br>그런 이가 '통합의 리더십과 시대교체에 대한 제 소신과 비전으로 우리 당의 후보가 되려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이 일은 제가 제일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으니 암담하네요<br>그는 참여정부 시절 이광재와 함께 줄곧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를 받아들고 정부와 삼성 간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br>삼성의 보고서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는 예도 많았습니다 안희정의 공이 큽니다</p> <p>이제 신자유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설립, 최저 임금 현실적 인상, 하청 기업의 집단 교섭권등 서민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br>그것은 주주 자본주의 규제가 없인 불가능한 일이고, 주주 자본주의 규제는 안희정이 싫어하는 일입니다</p> <p>안희정은 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보고 느끼고 배우지 못했나 봅니다<br>그간 유시민은 교훈을 얻었지만 안희정은 무엇 때문인지 한결같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일관성 있는 것도 좋지만 이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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