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불씨는 아직 살아있었다. 30시간이 넘는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마(火魔)의 씨앗은 잿더미 사이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피해 상인들은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을 찾았다.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힘이 돼 준 서문시장을 찾아 피해 상인들을 위로하겠다는 요량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서문시장 일대는 곧 ‘연극무대’로 바뀌었다. 주인공은 박 대통령. 대구시민은 엑스트라쯤 됐을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 배경은 완벽했다. 주인공의 무대 등장 30분 전. 스태프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주인공의 동선에 맞춰 철저하게 무대를 준비했다. 그들이 친 폴리스라인으로 인해 시민들은 무대 한 귀퉁이로 몰렸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기 17분 전. 현장에선 두 남성이 실랑이를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스태프는 수차례 대구소방대원에게 길 위에 놓인 소방호스를 빼라고 주문했다. 소방대원은 “안 된다”고 했지만, 스태프는 “저쪽에선 빼도 된다고 했는데 왜 안 된다는 거냐”고 입씨름했다.
문제의 소방호스는 화재현장과 연결돼 있었다. 호스의 연결을 끊으면 현장에는 자연히 물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 스태프들은 뭘 걱정했을까. 주인공이 행여 호스에 걸려 넘어질까, 혹은 마차 타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편한 승차감’을 훼손할까 두려웠을까. 5분가량의 실랑이 후 소방호스는 빼지 않는 걸로 결론났다.
오후 1시30분 박 대통령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가 걷는 화재 현장 곳곳에는 노란 소방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이 떠난 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들이 누군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귀띔해 줬다. “우리 쪽(대구소방대원) 사람 아니예요.” ‘무대’ 안에 있던 노란 소방복의 사나이들은 누구였을까. ‘공연’을 위해 포진된 ‘맞춤형 배우’였을까.
주인공의 등장은 화재 진압도 일시 중단시켰다. 박 대통령 도착 전까지 소방대원들은 잿더미를 들춰내고 안에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었다.
정확히 10분. 이날의 ‘공연’은 짧았다. 하지만 불씨와의 사투가 벌어지던 때 자신의 ‘연극’을 위해 억지로 ‘무대’를 만든 주인공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이 모든 게 ‘연극’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상인들의 절규가 생생하다. 화재는 이튿날 완진됐지만 대구시민 마음속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ㄹ혜 오기 30분전에 소방관들에게 소방호스 빼라고 닥달
소방관들 아직 불씨가 남아있어서 안된다고 거절
ㄹ혜가 걷던 화재현장에는 현장 소방관들도 모르는 소방관(?) 무리들 있었슴
에라이~~~ 화재현장까지 와서 조작질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