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 <p><br></p> <p>대학 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학보에 만평 그리던 학우가 교문에서 분신해 죽은 일이 있었는데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그 일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경들이 학교 운동장까지 들어와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호헌철페<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독재타도<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를 외치던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5</span>명의 학우들을 전교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하게 끌고 간 일이 벌어졌어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저는 그때 전경 들어왔다는 소리에 그림 그리다가 각목 들고 뛰어가고 있었는데<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운동장에 도착해서 딱 그 장면을 봤어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5</span>명의 중에 한명이 다른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4</span>명에게 도망쳐 라고 소리 지르며 혼자서 파이프를 가로로 들고 전경 부대에 맞서고 있는 모습을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멈칫하던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4</span>명중에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2</span>명이 도망가고 남은 세 명이 전경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운동장 주위 계단 위에는 전경보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있었지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그때까지 모두 멀뚱히 보고만 있었는데<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그 모습을 보자 전부 소리 지르며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갔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남 녀 할 것 없이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전경들은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3</span>명을 겨우 붙잡아 학생들에게 쫓기듯 교문을 빠져나갔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뒤늦게 운동장을 매운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황망한 표정으로 울고 있었어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누가 분신 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별 관심 없어하던 사람들이었는데...</span></p> <p>   </p> <p></p> <p>그 전까지 데모라는 단어에 자신을 포함시키려 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도 바로 눈앞에서 자행되는 폭거의 실상 앞에서는 본능적인 저항 의식이 생기나 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한번은 데모 중에 백골단한테 두들겨 맞다가 이러다가는 죽겠구나 싶어서<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도망쳐 대학가의 어느 카페로 뛰어 들어갔는데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저를 제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한번 쳐다보고는 말더군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잔잔한 팝송이 흐르는 따뜻한 공간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며<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종업원이 건네 준 휴지를 머리에 대는데<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저도 그때 눈물을 흘렸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뭔가 그냥 서러워서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맘속으로는 여러분 모두 여기서 노닥 거릴때가 아닙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모두 함께 독재타도를<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이라 외치고 싶었지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한 마디도 하지 못했어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내가 왜 이런 모습이 되어 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을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눈앞의 일상에 대비 된 본능적인 자기부정 이었을까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지금은 당시의 제 나이와 같은 두 아들을 키우는 가장이 되었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대학생인 아이들이 집회에 나갈 때 면 저에게 축제 다녀올께요 라고 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그때나 지금이나 경찰들은 여전히 장비를 바꿔가며 사람을 죽이지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데모의 개념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특히 이번 이화여대의 시위를 보며 저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시대는 변화해서 사람들의 손에는 죽창이 아닌 핸드폰이<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꽃병이 아닌 전단지가 들려있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개인발언과 공연으로 이어지다 끝나는 집회 방식이 불만인 사람들도 많습니다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민주주의는 오직 피 만을 먹고 자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그건 흡혈귀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어렸을 때 싸우면 누구나 쉽게 주먹을 휘두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맞은 애가 코피를 흘렸다고 때린 애가 감옥에 가는 일은 거의 없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싸워서 친해지기도 하구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우리들의 민주주의는 성장하고 있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더 이상 주먹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나이 대를 거쳐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이런 저도 포크레인으로 검찰청을 때려 부시는 상상을 하면 통쾌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물 적신 수건으로 노련하게 입을 감싸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꽃병을 얼마나 효율적인 위치에 잘 던지는 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한 가득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저 따위 어설픈 차벽<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새파랗게 어린 의경 따위 깜도 안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너 죽고 나 죽어서 이 나라를 되살리자는데 뭔들 못할까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그 까짓 물대포 따위<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엠비때는 광우병 시위 나가서 저 물대포를 직접 맞았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차라리 최루탄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아프더군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황급히 돌담 쪽으로 피했더니 이런 방송이 나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기와 깨지니까 담쪽으로 쏘지마라<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저는 그때 또 눈물을 흘릴 뻔 했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우리들이 관철하고 주장하는 것들이 저 기왓장 만도 못 한거구나 싶어서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충돌이 본격적이 되니까 경찰들도 그 기와 부셔서 우리한테 던지던데<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span style="letter-spacing:0pt;">ㅎㅎㅎ</span><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끓이는 잡탕찌게 같은 것이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찌개란 오래 끓일수록 더 맛있어지는 법이지만 너무 끓여도 좋지 않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하지만 다함께 끓여서 나눠 먹는데 뭔들 맛이 없을까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모두 함께 나눠먹는 음식을 만드는 방식도 갈수록 더 세련되질 겁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함께 먹겠다는 의지겠지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것은 시간을 들이고 집중하는 것만이 아니라<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분명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에서 가능해 진다고 생각합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span style="font-size:9pt;"><br></span></p> <p><span style="font-size:9pt;">오전에 백남기 농민 추도회에 쓰일 물품을 받으러 오신 분께서 묻더군요</span><span lang="en-us" style="font-size:9pt;letter-spacing:0pt;">.</span></p> <p><span style="font-size:9pt;"><br></span></p> <p><span style="font-size:9pt;">하야할까요</span><span lang="en-us" style="font-size:9pt;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저는 안하겠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라고 대답했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그래도 외쳐야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안될거라고 아무것도 안하면 우리는 분명히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니까<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자식들이 굶는 건 더 싫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저희 가족은 오늘 다른 가족들과 함께 영화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무현<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을 보러갑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끝나면 가장들끼리 모여 <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4</span>시 광화문 집회에 갈 겁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그리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갔다가 부모님 댁에 가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월요일에는 바쁜 일상의 시작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다음 주 토요일에는 근사한 피켓을 만들어 가져갈 예정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기력이 다 하거나<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좋은 세상이 올 때 까지는 그렇게 살아가겠죠<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   </p> <p></p> <p>과반이 넘는 국민이 박근혜의 퇴진을 원하는 세상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저들이 원하는 대로<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나와 내 가족의 피를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굽히지 않는 의지로 평생이 걸리더라도 서서히 말려 죽일 겁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그것이 피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무섭다는 걸 저들도 알고 있으니까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계엄하겠다는 겁박<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다른 국민들의 무관심<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우리 곁에는 역대 최고의 사기 캐릭터도 한 분 계시잖아요<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p> <p>   </p> <p></p> <p>원망과 분노 보다 강한 것이<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 </span>슬픔 속에서 빛나는 희망입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 <p>민주주의는 그런 빛을 먹고 삽니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0pt;">.</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