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뭐 제가 외교관도 아니고 뭣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주워들은 풍월이 있습니다. 서울대 외교학과 친구한테 예전에 들은 것도 있고요</div> <div> </div> <div>외교문서, 특히 국가간 조약이나 첨예한 사안을 다루는 문서는</div> <div>99%의 통상적인(관행적인) 문구가 문서의 주를 이루지만 1%의 문구는 그 때문에 날밤을 세고 설득하고 싸우고 가다듬고 가다듬어서 나오는 것이라 하더이다. 수십, 수백페이지짜리 외교문서에서 결국 상대방과 전쟁을 치르듯이 쓰는 문구는 고작 몇 줄, 또는 단어 하나일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정교한 예술과 같기도 하고 칼을 벼리는 작업과 같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한미FTA의 경우도 그 방대한 조약에서 싸우는 건 몇 줄 되지 않습니다. 그 몇 줄에 막대한 이득과 피해가 엇갈리기 때문이죠. </div> <div> </div> <div>외교관이란 바로 이런 문서작업의 달인들입니다. 송민순은 이 달인들 중에서도 최고 지위에 올랐던 사람입니다. 그가 말했지요 5백 몇십 페이지 가량이나 되는 책에서 겨우 8장이라고요. 이 말을 달리 들으면 내가 그 8장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정황 몇 줄에 내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고 저는 들렸습니다. 책 전체를 보라는 말도 많습니다만 닳고 닳은 외교관이라면 아무리 좋은 얘기가 많아도 사람들이 그 8장에 눈과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걸 당연히 알았겠죠. 그렇게 평생을 훈련받은 사람이니까요. </div> <div> </div> <div>국가와 국민을 위해 평생 녹을 먹으며 존경과 대우를 받은 자가 결국 그 기술로 같이 일하고 땀 흘렸던 사람의 목에 비수를 찌르는 걸 보면서 정말 악한 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iv> <div> </div> <div>송민순이 그런 뜻이 아니고 새누리가 잘못한다며 하는 말들을 들으며 그래 그런게 아닐꺼야 라고 하는 분들이 꽤 있으신 것 같은데 이런 헷갈리는 경우 그 사태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 이 일을 일으킨 자가 자신의 결과물이 일으킬 파장을 전혀 예측 못할 정도로 어리숙한지, 그리고 어떤 시기인지, 배경은 없는지 보셔야 합니다. 그야말로 선수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때입니다. 확실한 건 송민순은 의도를 가지고 문서나 말로서 원하는 이득을 챙기고 본인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국가대표급(일명 기름장어라고 하지요)의 전문 외교관 출신입니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