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1997년) 국제투명성기구(TI)가 측정한 한국의 부패지수는 10점 만점에 4..2점으로 85개국 중 짐바브웨와 함께 공동 43위로 발표된 바 있다. 이는 공무원 및 정치인의 뇌물수수와 공금착복 등 부패정도를 평가한 것이며 민간기업의 부패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부패체감지수는 이보다 더 심한 것으로 느껴진다. 공직으로부터 출발한 부패문화가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어 敎職을 사고 팔 지경에 이르렀으니 조선조 말 賣官賣職을 일삼던 지하의 탐관오리들이 비웃을 정도이다. 그동안 부정부패에 대한 개탄과 걱정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역대 정권치고 부패척결을 외치지 않은 적이 없고 현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公職非理는 줄어들 줄을 모른다. 근본적인 처방을 하지 않고 일과성 선언적 구호에만 그쳐 왔기 때문이다. 부패의 유착고리는 먹이사슬로 얽혀 구조적이며 뿌리깊다. 정부는 대만이나 싱가포르 수준의 깨끗한 공직풍토를 목표로 삼아 부패방지법을 制定中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부패가 근절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비리의 뿌리는 손대지 않고 곁가지만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직비리의 뿌리는 공무원의 봉급이 적은 데에 있다.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봉급을 주면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등 현실성 없는 綱領이 먹혀들겠는가? 얼마전 대통령은 5년 내에 공무원의 봉급을 국영기업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귀에 익은 약속을 하여 공무원들의 冷笑를 유발했다. 20~30년 전부터 듣던 소리라서, 당사자도 아닌 내가 언짢았으니 공무원들이야 오죽 했을까?
대만,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이웃나라가 공직비리가 없는 깨끗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부패 때문에 본토를 잃고 대만으로 쫓겨온 故 장개석 총통은 부패척결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삼았고 비리에 관련된 그의 며느리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돈의 유혹을 받지 않도록 공무원의 보수를 높게 책정했다. 그렇게 세워진 대만에는 부패한 공직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총리도 부패없는 나라를 만들었다. “대중보다 앞서가는 사고와 식견을 가진 엘리트를 중심으로 깨끗하고 능률적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기치를 걸고 이총리는 공무원에게 최고의 대우를 했던 것이다. 일본 및 홍콩도 충분한 봉급을 주어 공무원들이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공무원의 봉급은 낮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는 곧 적당히 알아서 해먹으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패를 용인하고 나아가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우매한 정책이 어디 있는가? 조선조의 서리들이 봉급을 받지 않는 대신 백성들을 얼마나 못살게 굴었던가? 뇌물받는 세무공무원의 60%가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분명 봉급이 적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기업인 잭 웰치 GE 회장의 경영철학은 ‘직원들에게 성취동기’를 고취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성취동기를 위해 그가 취한 5가지 비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사원들이 희생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한다. 둘째, 지갑을 채워준다. 셋째, 최고의 사원에게는 보상하고 최악의 사원은 퇴출시킨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무시한 채 이상론에 치우쳤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다를 수 없다. 부패척결에 대한 처방은 너무도 간단하고 명백하다. 봉급을 올리면 된다. 그리고 규제를 완화하면 된다. 규제완화는 어렵지 않으나 흔히들 재정난으로 봉급인상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脫稅만 막아도 재원은 충분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5억의 국고수입 내지는 국가예산이 5백만원의 뇌물과 맞바꿔지는 예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예컨대 세무공무원들이 비리와 손을 끊고 의사, 변호사 등의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 불로소득자의 탈루소득을 추적하여 공정과세를 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업자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예산을 정확히 집행하면 공무원들의 지갑을 채우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대만이나 싱가포르가 재정이 넉넉하여 공무원의 봉급을 높이지 않았을 것이다. 事案의 輕重을 헤아릴 수 있는 洞察에서 나온 결단이다.
적어도 장관은 재벌기업의 사장, 국장은 중역, 과장은 부장급에 상응하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 공무원들에게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공직자는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부패방지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비리를 저지르면 반드시 패가망신하게 해야 한다. 법이 준엄하면 인간은 犯法의 엄두를 내지 못한다. 회교율법에 도둑질한 자는 손목을 자르게 되어 있다. 따라서 회교국의 경우 도둑이 거의 없다.
또한 공무원의 수를 줄여 소수정예화해야 한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MIT 대학의 돈부시 교수는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정부 관료를 절반 이상 줄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회사원과 같은 보수를 주되 회사원과 같은 負荷를 주어 효율적인 정부로 바꿔야 한다. 기존의 사고틀을 깨지 않으면 반복되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고용문제를 公職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이 이 사회를 부패시키고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