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선거입니다. <div><br></div> <div>6:4 혹은 7:3으로 항상 지기만 했던 더민주가 이제서야 새누리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지만 가장 흥미로운 건 아무래도 국민의당의 호남 싹쓸이겠죠?</div> <div><br></div> <div>생각해보면 참 이상합니다.</div> <div><br></div> <div>왜 하필 호남이었을까요?</div> <div><br></div> <div>호남은 언제나 민주당 편이라고 믿었던 서울 중산층 유저 분들은 이해하기 힘드실 겁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정치사회학적으로 '하위 파트너'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게 무엇이냐면 거칠게 말해서 일진 꼬붕 같은 겁니다.</div> <div><br></div> <div>이 꼬붕은 일진의 파트너가 되어줌으로써 혼자서는 성취하기 힘든 이익을 얻습니다.</div> <div><br></div> <div>몰론 일진도 자기 편이 하나 늘었다는 이익을 얻죠.</div> <div><br></div> <div>서로 win-win하는 관계라는 건데 이 관계는 둘 중 하나가 이익을 얻지 못할 때,</div> <div><br></div> <div>특히 관계 구조상 꼬붕 쪽이 이용만 당하고 더 이상 이익을 얻지 못하겠다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관계가 뒤틀리고 맙니다.</div> <div><br></div> <div>일진 따라다니며 가오 세워줬는데 일진이 나를 너무 무시하거나, 자기가 따라다니는 일진이 너무 약하다거나 하면 버리게 되는 거죠.</div> <div><br></div> <div>왜냐면 이 관계는 일진이 꼬붕을 힘으로 제압해서 데리고 다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이기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하위 파트너라는 겁니다.</div> <div><br></div> <div>제가 생각하기에 민주당계 정당(이하 민주당)과 호남의 관계가 이렇지 않나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민주당의 지지기반은 호남+도시 중산층+40대 이하입니다.</div> <div><br></div> <div>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은 TK+도시 하층민+재벌+50대 이상이고요.</div> <div><br></div> <div>정당 정책도 사실 타겟이 다 다릅니다.</div> <div><br></div> <div>예를 들면 새누리당의 안보 정책이나 보수적인 문화 창출은 도시 하층민과 노인에게 잘 먹히고요.</div> <div><br></div> <div>재벌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은 재벌을 위시한 고소득자에게 잘 먹힙니다.</div> <div><br></div> <div>제가 고소득자라도 새누리당에 표 줍니다.</div> <div><br></div> <div>또 민주당은 경제 민주화와 복지라는 정책을 많이 미는데 이건 도시 중산층과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아주 가끔가다 오유를 이용하는 학생이지만 오유인들 상당수가 아마 이 부분에 끌려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가난한 서울 유학생인 저 또한 그렇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div> <div><br></div> <div>호남과 TK를 위한 정책은 없나요?</div> <div><br></div> <div>네,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사실은 있지만 그것은 주류 정책이라기보다는 회유 정책입니다.)</div> <div><br></div> <div>왜냐면 호남과 TK는 정책 타겟이 아니라 하위 파트너거든요.</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72년 유신부터 87년 민주화까지 각 정당의 경쟁관계는 사실 단순했습니다.</div> <div><br></div> <div>민주화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div> <div><br></div> <div>몰론 색다른 정책이야 있었지만 정책보다는 민주화 프레임의 싸움이었죠.</div> <div><br></div> <div>그러나 87년 민주화 이후 각 정당의 경쟁관계는 더 이상 민주화냐, 아니냐의 싸움이 아니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정책의 싸움이었는데 이때부터 관계가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div> <div><br></div> <div>다 함께 힘을 합쳐 민주화를 해냈고,</div> <div><br></div> <div>노태우가 물러나면 그때부터 새로운 걸 찾아야 할텐데,</div> <div><br></div> <div>우리 정당을 어떻게 차별할까 하는 문제가 생겼죠.</div> <div><br></div> <div>이때 그들이 주목한 것이 지역주의였습니다.</div> <div><br></div> <div>가장 손 대기 쉽거든요.</div> <div><br></div> <div>생각해보죠.</div> <div><br></div> <div>YS와 DJ를 갈라놓았던 것은 정책이었나요, 지역이었나요?</div> <div><br></div> <div>1번이 지역이었고, 그 다음은 사실 나머지 지역에서의 인기투표였습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지역주의는 이렇게 발생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지역주의는 이념이나 정책이 아닙니다.</div> <div><br></div> <div>엄밀히 말하자면 비즈니스 관계입니다.</div> <div><br></div> <div>그러니까 광주 사람이 안보를 소홀히 생각해서 민주당 찍는 게 아니고,</div> <div><br></div> <div>대구 사람도 경제민주화를 몰라서 새누리당 찍는 게 아닙니다.</div> <div><br></div> <div>그들은 각각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자처할 뿐이예요.</div> <div><br></div> <div>그렇다면 정당은 이 관계를 통해 지지기반을 확실히 한다는 이익을 얻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다면 왜 광주와 대구는 하위 파트너를 자처할까요?</div> <div><br></div> <div>첫째로는 언제 어디서나 확고히 자기 지역을 대표해 줄 세력이 생깁니다.</div> <div><br></div> <div>둘째로는 이 세력이 높은 데 올라가서 자기들에게 뭘 자꾸 챙겨줍니다.</div> <div><br></div> <div>이 두 가지 이익은 힘 센 놈이 고려할 이익은 아니죠.</div> <div><br></div> <div>하위 파트너는 기본적으로 힘 없는 자들의 전략입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호남은 건국 이후로 엄청나게 홀대받던 지역이었죠.</div> <div><br></div> <div>기본적으로 인구는 돈 되는 곳에 몰리는데,</div> <div><br></div> <div>조선시대에는 농사가 잘 된다는 이유로 호남 인구밀도가 가장 높았고,</div> <div><br></div> <div>광복 전후로 호남 인구가 500만, 영남 인구가 500만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지금 호남 인구가 그대로 500만이고, 영남 인구가 거의 1200만에 가깝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심지어 전국 인구가 2배~3배 늘어날 때, 전북은 인구가 줄기까지 했어요. </span></div> <div><br></div> <div>또 금호와 해태 이외의 그렇다할 대기업도 배출해내지 못했고요.</div> <div><br></div> <div>(그마저도 70~80년대 기본 호남 인구빨로 버티는 건설, 교통, 식료품 기업.. 호남이 수출은 못해도 집 짓고, 차 타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div> <div><br></div> <div>이렇게 약자가 된 호남 사람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이익이 필요했습니다.</div> <div><br></div> <div>자기들 대표로 기 좀 살려줄 사람이 필요했고요,</div> <div><br></div> <div>청와대나 국회에 나가서 도로 좀 깔아달라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선택한 게 DJ와 민주당인데 DJ도 YS와의 대결에서 승리해야 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측면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DJ도, 호남도, 서로 오케이 한 겁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길게는 수 십 년 간, 짧게는 5~6년 간 호남은 DJ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잘 수행해주었고, DJ도 호남을 잘 보살펴주었습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그렇게 한 시대가 저물고,</div> <div><br></div> <div>새롭게 들어서는 참여정부 또한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출발했죠.</div> <div><br></div> <div>그런데 참여정부는 호남과의 관계가 조금은 이상했습니다.</div> <div><br></div> <div>참여정부는 처음에 호남에게 하위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거든요.</div> <div><br></div> <div>왜냐면 참여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프레임을 제시함으로써 호남보다는 도시 중산층에게 먹히는 정당이었기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뭐 그래서 나중에 DJ 계열 민주당에게 핍박도 받고 분당도 하고 그랬던 것이지만 문제는 정권 이후에 터져버립니다.</div> <div><br></div> <div>호남은 사실 DJ 5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약한 세력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니까 비유가 좀 거시기하긴 한데 처음에 너무 약한 일진에게 붙었다 그 말입니다.</div> <div><br></div> <div>이게 호남인들에겐 하나의 새로운 스트레스입니다.</div> <div><br></div> <div>수 십 년 간 대대로 지지했던 정당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매일 같이 지기만 한다면 얼마나 짜증나겠어요.</div> <div><br></div> <div>광주와 남도 전체는 그런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누적된 상태입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DJ 이후로 새롭게 들어온 도시 중산층의 참여정부가 그들의 파트너를 손쉽게 자처하고 있지 않다.</div> <div><br></div> <div>그러니까 자신을 무시하기 시작한다.</div> <div><br></div> <div>이렇게 느껴지는 순간 앞에서 말한 그 스트레스와 더불어 속이 확 상해버리는 겁니다.</div> <div><br></div> <div>저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죠.</div> <div><br></div> <div>1. 일진이 나를 무시하거나</div> <div><br></div> <div>2. 일진이 너무 약할 때</div> <div><br></div> <div>이렇게 지쳐버린 호남은 결국 새로운 하위 파트너 관계를 물색하게 됩니다.</div> <div><br></div> <div>뭐 이때 자신들의 자식이었던 정동영과 박지원과 함께 적당히 치고 들어와준 국민의당이 그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관계로 보였던 거죠.</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그런데 호남에서도 노년층과 청년층의 민심이 또 다릅니다.</div> <div><br></div> <div>노년층은 제가 지금까지 말한 하위 파트너로서의 관계 수행에 적합한 정당을 찾아 국민의당을 많이 뽑았고요.</div> <div><br></div> <div>호남에서도 청년층은 그대로 더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div> <div><br></div> <div>이게 왜냐면 호남계 인사가 많이 나가고 참여정부가 주축이 된 더민주당은 젊은 도시 중산층의 정당이거든요.</div> <div><br></div> <div>젊은 도시 중산층이라면 사실 서울이나 대전이나 대구나 부산이나 광주나 다 먹힙니다.</div> <div><br></div> <div>가만보면 지방에서 큰 도시 할 만한 곳들의 신도심은 영남이라도 야당 지지세가 강합니다.</div> <div><br></div> <div>제 지역구인 충청권만 해도 확연하게 드러나요.</div> <div><br></div> <div>천안, 대전, 청주 모두 신도심과 공단이 있는 지역구는 다 더민주가 먹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이게 이거 거든요.</div> <div><br></div> <div>그러니까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이해관계가 또 다른 겁니다.</div> <div><br></div> <div>호남에서 오래 살았던(호남은 일자리가 적어서;;; 유입인구가 적습니다. 그러니까 호남 사람은 그냥 다 호남 사람) 중년층이나 노년층은 국민의당을 저런 이유로 지지한 거고요.</div> <div><br></div> <div>호남에서 태어난 청년층은 몰론 가족세나 지역세도 크게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대구나 부산의 더민주 지지자와 같은 생각입니다.</div> <div><br></div> <div>도시 중산층의 정당을 꿈꾸는 거죠.</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이게 참 양면인게 앞으로 민주당 계열은 도시 중산층 정당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야 합니다.</div> <div><br></div> <div>이것마저 없으면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div> <div><br></div> <div>그러면서 기존 정당들이 파고들지 못한 지지층에게 매력을 발산하면서 세력을 넓혀가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단 말입니다.</div> <div><br></div> <div>왜냐면 이 문제에 집중하려면 저절로 호남을 소홀히 하게 되기 때문에,</div> <div><br></div> <div>게다가 호남이 특징적으로 차별화된 지역도 아니고 요새는 전라도나 경북이나 다 같이 시골되는 분위기라 정책적으로 본다면 동질적인 지역이지 수도권처럼 특별한 개성이 있는 게 아니예요.</div> <div><br></div> <div>민주화 프레임을 가져다 놓기엔 너무 구시대적이고 또 사실 호남인들은 80년 광주 떄문보다는 DJ와의 옛 관계 때문에 지지하는 거라;;</div> <div><br></div> <div>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은 국민의당이 호남 이상을 못 넘는 이상, 그것은 가망이 없는 싸움이기에 더민주와 단일화해서 같이 가기를 바라기는 하지만..</div> <div><br></div> <div>이렇게나 호남 기득권 민심이 더민주와 멀어진 이상 과연 더민주가 호남과의 하위 파트너 관계를 되찾아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