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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594090
    작성자 : Joanee
    추천 : 14
    조회수 : 571
    IP : 59.26.***.118
    댓글 : 36개
    등록시간 : 2015/05/23 18:00:16
    http://todayhumor.com/?sisa_594090 모바일
    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 이야기
    우리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늘 자식들을 불러놓고 본인 옛날이야기 (에서 이어지는 일장연설) 하시는게 버릇입니다. 

    그런데 몇년전인가 어느 하루는 술 자시고 안방에서 티비를 보시다 갑자기 우리 남매들을 부르시는겁니다. "야들아 일로 와봐라. 아빠가 옛날얘기 해줄께." 

    안가면 호통치실게 눈에 빤히 보이니 방에서 엎드려있던 언니도 부르고 동생놈도 끌고 나가 안방에 앉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련한 눈빛으로 입을 여셨습니다. 

    "아빠가 K대학에서 한창 노조 간부할때 일이란 말야. 5월달이 되가지고 한창 계몽운동을 해야되는데 어떤놈이 '저기 아랫동네에 유명한 변호사가 있다는데 부릅시다!' 라고 말을 하대? 
    그때 노조가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가지고, 그래서 전부다 '아니 다른 노조나 운동가를 불러도 시원찮은디 변호사가 무슨말을 해줄라고? 샌님 아니여?' 이랬지. 변호사라고 하니 못미더운거야. 
    근데 한사코 그놈이 고집을 부리길래 내가 '그래 니놈이 허튼소리 할놈은 아니니까 불러나보자' 해서 초청을 해서 불렀단 말이야. 

    그 변호사 왔대서 나가보니까 얼굴이 그냥 영락없이 시골뜨기드라고! 다같이 속으로 똥줄 탄거야 그냥. '야 우리 속았다. 변호사 불러온다면서 왠 시골뜨기를 불러왔냐!' 하면서 얼굴에 다들 막 화가 이따만큼 나가지고.. 

    여튼 그 변호사 양반이 앞에 나가서 꾸벅 인사를 하더니 하는말이 '안녕하십니까. 부산사는 변호사 누구누굽니다. 여기가 과학으로 이름난 대학이라 카던데, 저는 과학적으로 말씀드릴 말재간도 없고 해서..' " 

    여기까지 듣고 피식피식 웃는 우리 남매들을 보며 아버지가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그래 그래가지고 다들 '저놈은 뭔가' 했는데 분위기가 싹 풀리더라니까. 그담부터 하는 얘기를 듣는데 생긴거하고 다르게 아주 달변이야. 눈동자도 초롱초롱한것이.. 노동 3권과 노동법 얘기하는데 누가 물어보는데도 막히는게 없어. 잘 모르는 놈이다 싶으면 수준 맞게 얘기도 잘해주고 말이야..   

    다 끝나고 아빠랑 노조 간부들이랑 전부 나가서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고 인사했더니 또 꾸벅 숙이면서 '아닙니다. 저도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는거야. 그걸 딱 보니까 '야 이사람 대단한 사람이다. 큰 양반이다' 싶더라고. 

    나중에 그 변호사 양반 부르자고 그랬던 놈한테 술사주면서 들으니까 저어기 부산에서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서고 그랬다대?" 

    그말을 듣자 조금 목이 메여 왔습니다. 꾹 참고 아버지한테 '그분이 누구신데요?' 라고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턱짓으로 티비를 가리키시더군요. 

    "저 티비에 나오잖아.. 국회의원도 하고 부산시장도 나가고 장관도 하고 그러다 어째 대통령 선거까지 나와서 덜컥 되대? 그래서 야 괜찮은 세상이 오나보다 했지. 저렇게 욕보고 돌아가실줄이야 누가 알았겠냐고.. 슬프다 슬퍼." 




    오늘은 아버지 얘기속의 그분이 돌아가신지 6년째 되는 날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더 슬프네요. 계시는 곳에서는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출처 우리 아버지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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