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의원 |
"정치적 승부 걸었다, 민주화·산업화 공존해야"
[CBS노컷뉴스 조근호 기자]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역사적 화해를 이루겠다”며 새누리당의 철옹성 대구에서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24일 오전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구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이날 오후 2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6월 지방선거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일구어 온 역사”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아직도 서로 적대시하고 있다”며 “한국 정치가 내내 살벌한 근본적 이유”라고 진단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갈등과 다툼 때문에 정치가 갈등을 치유하기 보다는 확대한다는 해석이다.
김 전 의원은 따라서 “산업화세력인 대구가 민주화세력을 포용하는 순간 국민통합의 성지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그 적임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이 이처럼 산업화세력을 앞세우는 것은 대구가 산업화의 주역이었는데도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대구시민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대구 시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산업화를 이루었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으면서도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는 산업화, 지역적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구 시민의 마음을 여는 핵심단어로 '산업화'를 채택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산업화가 전부는 아니다”는 것이 김 전 의원의 생각이다. “대구도 민주화투쟁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양대 가치가 공존해야만 산업화라는 대구 시민의 자부심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이를 위해 출마선언에서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고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서로 교류하면서 두 지역민들의 오해와 불신을 눈녹 듯 녹이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이 넘어야 할 벽은 대단히 높다. 새누리당의 텃밭, 보수의 본산인 대구가 민주당 출신인 김 전 의원에게 마음을 쉽게 열 리 없다.
실제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뒤 문희갑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한 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금의 새누리당 소속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야권 성향으로는 지난 2002년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38.8%를 득표한 것이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다.
김 전 의원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경기 군포를 버리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기록했던 득표율 40.4%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번에는 40%를 넘었지만 대구 전체로 보면 아직 인지도가 낮다”며 “그래도 그 전보다는 경계심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내일 모레면 내 나이 60인데 이제는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비교적 무난하게 4선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경기 군포를 떠나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스스로 뛰어들었던 길에서 뭔가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지이다.
군사정권에서 세 차례 구속됐던 김 전 의원은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한 뒤 1991년 3당 합당에 반대하며 ‘꼬마 민주당‘에 합류했다.
199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에서 막내 역할을 하다 1997년 한나라에 입당, 2000년 여의도에 입성한 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