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가>는 독일민요 <전나무(O Tannenbaum)>가 기원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나무 전나무를 노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라는 노래로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었는데, 요즘은 모르겠다. 4분의 3박자로 못갖춘 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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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889년 영국의 짐 코넬(Jim Connell)이 런던에서 일어난 파업을 격려하기 위하여 <적기가(The Red Flag)>라는 가사를 만들어, 잘 알려져 있던 이 곡에다 실었다. 그는 단 15분만에 가사를 썼다 한다. 1889년 “정의(Justic)”라는 사회주의 계열 출판사에서 악보집을 출판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영국 노동당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역시 4분의 3박자 못갖춘 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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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를 다시 적으면 이렇다.

 

<The Red Flag(적기가)>

1

The people's flag is deepest red,              

It shrouded oft our martyr'd dead,

And ere their limbs grew stiff and cold,

Their heart's blood died its every fold.

 

* Then raise the scarlet standard high!

With in its shade we'll live and die,

Though cowards flinch and traitors sneer,

We'll keep the Red Flag flying here.

 

2

Look round, the Frenchman loves its blaze,

The sturdy German chants its praise,

In Moscow's vaults its hymns were sung

Chicago swells the surging throng.

 

3

It waved above our infant might,

When all ahead seemed dark as night;

It witnessed many a deed and vow,

We must not change its colour now.

 

4

It well recalls the triumphs past,

It gives the hope of peace at last;

The banner bright, the symbol plain,

Of human right and human gain.

 

5

It suits today the weak and base,

Whose minds are fixed on pelf and place

To cringe before the rich man's frown,

And haul the sacred emblem down.

 

6

With head uncovered swear we all

To bear it onward till we fall;

Come dungeons dark or gallows grim,

This song shall be our parting hymn.

 

이 노래가 1920년경에 일본에 소개되면서 4분의 3박자 못갖춘 마디에서 4분의 4박자 행진곡풍으로 바뀐다. 아카마쯔(赤松克磨)라는 사람이 가사를 번역하고 다듬었으며, 제목도 직역하여 <적기가>라 불렀다. 일본에서도 노동현장을 비롯하여 각층 각계에서 유행하게 되었다. 작사가 아카마쯔는 이 노래가 유행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한다. “심한 탄압의 아래에 있었던 당시의 사회운동의 감정과, 이 노래가 갖는 비장한 멜로디가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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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가사는 이렇다.

 

民衆の旗 赤旗は 戦士の かばねをつつむ

しかばね固く 冷えぬ間に 血潮は 旗を染めぬ

* 高く立て 赤旗を その影に 死を誓う

卑怯者 去らば去れ われらは 赤旗守る

フランス人は愛す旗の光 ドイツ人はその歌唄う

モスコー伽藍に歌響き シカゴに歌声高し

力なく道暗けれど 赤旗頭上になびく

いさおと誓いの旗を見よ われらは旗色かえじ

富者にこびて神聖の 旗を汚すは誰ぞ

金と地位に惑いたる 卑怯下劣の奴ぞ

われらは死すまで赤旗を 掲げて進むを誓う

来れ牢獄 絞首台 これ告別の歌ぞ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에 건너와 퍼지게 되었는데, 특히 항일 무장 빨치산 투쟁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빨치산 투쟁에서는 대개 4박자나 2박자 행진곡이 주로 애창되었는데, <적기가>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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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 되면서 <적기가>는 만주와 지하에서 나와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의식’ 분자들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다.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적기가>를 부르는 주체가 확연히 갈렸다. 북측에서 인민군가의 형태로 이 노래를 쓰기 시작하면서 남측에서는 금지곡이 되어버렸다.

 

<적기가>라는 단 한 곡에서도 쓰라린 역사가 흠씬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