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com/?bestofbest_112102
먼저 설레게님께서 지난번 2580 보도 내용에 대해 정리 잘 해주셔서 아주 재밌게(유머가 맞구만요.ㅋㅋ) 봤습니다.
위 베오베 글 보고 댓글로 글을 남길까 하다가 글 내용도 너무 길 것 같고, 오랫만에 게시판에 글 좀 남겨보고 싶어 끄적여 봅니다.
식품 문제에 대한 일들이 제 밥벌이 수단인데, 이놈의 오지랖이 이런 주옥 같은 글을 보고 그냥 놔 두질 않네요.^^
사족으로 2580팀이 아직 목숨을 건사(?)하고 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무래도 이 방송 시간이 휴일 늦은 시각에 하는 프로라서 상대적으로
대중의 이목에서 좀 멀다 싶어서인가 싶네요.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4대악(惡) 퇴출"에 대해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오해하거나 곡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몇가지 주의해서 보셨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1. 중소기업 죽이기.. 대기업만 좋자는 거 아니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중소기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피해를 줍니다. 사실 아무래도 대기업이 위생관리가 잘 되고, 품질 기준이 타이트합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느슨하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식약처가 인정한 제조시설이고, 엄격한 위생 및 품질 관리를 거쳐 출시된 제품들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습니다. 쫀듸기를 만드는 공장도 분명 그러합니다. 이게 대기업이 만들어도 그렇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불량식품을 없애려고 하다가는 앞으로 쫀듸기를 농심,삼양,오리온에서만 만드는 걸 먹어야 되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일은 없다."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2. 4대악이 사라져야 하는 건 맞지 않냐?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불량식품을 없애기 위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
물론 사라져야 할 악행이 맞죠.
나머지 3폭력(성,가정,학교)과 더불어 불량식품 모두 없어져야겠죠.
근데 말이죠, 지금 이 상황은 성폭력 없애자고 만원 지하철에 있는 남자들 모두 의심하고 경찰이 불심검문하는 꼴입니다.
박근혜정부가 현재 실행하고 있는 불량식품 근절 대책이란 게 사실 이런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게 문제예요.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시키고 애꿎은 다른 부서(농수축산 부서 인원, 각 지방 공무원들 등) 사람들까지 다 긁어 모아 불량식품 잡겠다고 합니다.
각 지방 지자체도 모자라 민생 치안이 우선인 경찰에 까지 불량식품 단속하라고 하는거예요.
쉽게 말해 벌레 한마리 잡겠다고 온 집안에 불 지르는 격이죠.
물론, 이렇게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니 불량식품 사범들 많이 잡혔다죠? 잡히겠죠. 그렇게 털어대는데...
근데, 이렇게 잡힌 사범들이 저지른 범죄가 대부분 "유통기한 위반", "원산지 표시 위반" 같은 것들이예요.
그중 많은 경우가 "실수로" 또는 "몰라서" 위반한 유통업자나 상점 주인들이죠.
진짜 나쁜 사람들(일부러 식품에 식용이 불가능한 원료를 써서 팔았거나, 일부러 표시를 속여서 물건을 판 사람들)을 단속하는 것은 이런 어설픈
방법(소 뒷걸음치다 우연히 밟히는 것 같이)으론 절대 잡히지 않습니다.
3. 근데 왜 4대 악에 "불량식품"이 들어갔느냐? 그동안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식품들 정말 믿을 게 못되지 않느냐?
이게 바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건 사실 요즘 국민의 정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이 무척 크다는 거죠.
때마다 뻥뻥 터지는 식품 관련 이슈들이 소비자들을 불안케 해 왔고, 여러 보도 프로그램에서 먹거리에 대한 이슈를 매우 크게 다루고 있어요.
특히, "믿었던 제품"들에서 이물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언론보도에서 이슈로 다루면 그 파장이 엄청나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먹거리들이 그렇게 신뢰하기 힘든 수준일까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알지만, 우리나라 식품 품질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적어도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의 품질 안전성은 중소기업,대기업을 막론하고 가히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드러내 놓고 밝히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서 소비자 클레임도 엄청나게 감소한 상황입니다.
근데, 왜 요즘 이렇게 식품 사고가 많을까요?
그건, 인터넷 발달로 그간 가려져 있던 단발성 클레임들이 대중들에게 쉽게 노출되었던 점과 국민들의 눈높이가 향상되어, 기업들에게 더 큰 윤리
의식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 기업들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식품이물신고 제도 같은 것들은 전세계 유일무이한 규제 정책인데, 이것 말고도 너무도 많은 식품산업 관련 규제가 내수 뿐 아니라 수출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네슬레,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가 없는 이유가 품질이나 서비스, 경영시스템 등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적어도 제가 겪어본 여러 글로벌 식품회사의 품질경영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이 훨씬 우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
결국 박근혜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한 건 분명 잘못된 선택입니다.
나머지 3개 악은 모두 "폭력범"입니다. 그것도 아주 악질의 문제들이죠. 정말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은 나쁜 놈들...
그러나, 이에 비해 "불량식품"은 일종의 "사회경제사범"입니다. 이게 나머지 폭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식품에 청산가리를 넣어 불특정한 사람들을 죽이겠다 협박하는 사람"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정도의 범죄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언제든 존재해 왔고, 이들을 잡기 위한 경찰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일단 뱉은 말이니 어떻게 거둬들이기는 자존심도 상하고 대통령 품위도 있고 하니, 밑에 사람들 시켜서 "어떻게든 대책을 만들어봐" 해서
궁여지책으로 던진 답안이... 이렇게 애꿎은 식품 관련 중/소/대기업들, 수입업자들, 동내 문방구 아저씨들에게 불똥을 날린 거라는 거죠.
아...
끝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맞다 세줄 요약하면 되는구나...
1. 4대악 중 하나인 "불량식품"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권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대기업도 똑같은 피해자다.
2. 불량식품 막자고 공권력 저리 쓰는 건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과 다름 없다.
3. 애초에 4대악에 불량식품을 넣은 것 자체가 에러인데, 내뱉은 말 주워 담기 싫으니 어떻게든 그림 그리려니 에라이 개판됐네~
감사합니다.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