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영화 '도가니'를 보고.</p><p><br></p><p>이 영화가 개봉된 지 1년이 넘었을 거다.</p><p>영화에 있어서는 잡식성인 JY가 거의 유일하게 보지 않는 장르가 공포영화다.</p><p>액션, 드라마, sf, 코믹, 전쟁, 멜로, 스릴러, 역사, 애니, 다큐멘터리...등등</p><p>거의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지만, 호러무비는 정말 성격에 안 맞아서 못 본다.</p><p>보고 나서도 괴로운 영화는 못 보는 편인데,</p><p>도가니가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난 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거 같아서</p><p>이 영화를 피하게 된 거 같다.</p><p><br></p><p>주제가 너무 선명하고, 단 두 줄의 줄거리만으로도 충분히 경악스러우며,</p><p>화와 울분이 어떤 식으로든 멘탈에 영향을 끼칠 것임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p><p>하지만, 그 이후로 간간히 언론에서 들려주는 소식들,</p><p>가령 광주인화학교와 관련된 뉴스들, 관련법 제정 움직임 등을 전해</p><p>도가니와 관련된 안팎의 소식들을 전해 듣고 있었고,</p><p>마침내 어제 밤, 아주 우연히, 그리고 진짜 별 생각 없이,</p><p>방의 불을 끄고, 볼륨을 높이고, 화면에 스르르 빠져들었다.</p><p><br></p><p>그리고, 지난 24시간 동안 좀 괴로웠다.</p><p>이럴까봐 어쩌면 피했던 건데, 보기 좋게 당했다.</p><p>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장애인 성폭행 주제로만 끝나는 영화는 아니었다.</p><p>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분을 살 만 하지만,</p><p>그렇게 한 주제에 천착한 단선적인 영화는 아니었고, </p><p>몇 가지 어두운 주제를 좀 더 중층적으로 다룸으로써</p><p>이 영화에 대해서 뭔가 더 말하고픈 게 생기게 된 작품이다.</p><p><br></p><p>무엇보다 이런 사건이 생기게 된 원인과 그 이후 어처구니 없는 처리과정을,</p><p>파헤쳐지고 해부된 '구조'를 통해 보여줌으로, </p><p>사건 자체를 둘러싼 힘과 물질의 역학 관계를 유물론적으로,</p><p>그리고 권력의 문제로 환원하여 보여준 솜씨는 탁월했다고 말할 수 있다.</p><p><br></p><p>물론, 최근의 뛰어난 영화기술이 보여주고 있는, </p><p>즉 음악 미술 각본 등 종합적인 부분에서의 웰메이드 영화 일반에 대한 기대를</p><p>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있으나,</p><p>이런 사회성 짙은 영화가 그러한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으로 제작 되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무리다.</p><p><br></p><p>그럼, 이 영화가 다루는 고발 주제 몇 개를 우선 얘기해 보자.</p><p>우선, 전관예우로 법정의가 실종된 한국의 사법체계.</p><p>전관예우라는 변태관행이 존재하는 이상, 한국에 정의는 없다고 봐도 좋다.</p><p>전관예우라는 건, 부장판사라든지 가 퇴직을 한 후 보통은 변호사를 개업하게 되는데,</p><p>첫번째 맡는 변론에서 이기게 해준다는 거다.</p><p><br></p><p>보통 초기 변호사 개업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p><p>첫 승소 수임료로 몇 억씩 받게 되면, 그 다음 변호사 생활을 오래 유지하는데 </p><p>도움이 될 거라는 거고, 해당 사건에 판결을 내리는 판사 자신도 은퇴하면</p><p>그런 이익을 얻을 것이기에 기꺼이 그런 악습에 동참한다는 거다.</p><p>이 전관예우 조건을 충족시키는 변호사는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p><p>재벌 비리라든지 큰 돈이 오가는 사건에서 주로 이런 변호사를 구하게 된다.</p><p><br></p><p>즉, 요약하면 돈으로 판결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거다.</p><p>JY 가 유년기에 단어를 배울 때, 가장 이해가 안되는 직업이 변호사였다.</p><p>돈을 받고, '죄인으로 추정되는 자'를 위해 도와준다는 것인데,</p><p>그가 억울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p><p>그 반대의 경우라면, 이보다 한심하고 사악한 경우가 없는 직업이 변호사다.</p><p>근데, 불행하게도, 이만큼 몸과 생각이 성장하고 </p><p>변호사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이루어 진 건 사실이지만,</p><p>아직도 핵심적인 그 구조, 즉 돈을 더 주고 일류 변호사를, 그것도 여러 명 사면 살수록,</p><p>죄가 없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불합리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p><p><br></p><p>여기서 더 얘기하면, 인류 사법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될 것 이므로,</p><p>한국의 경우에 한정해서 말하자면,</p><p>'전관예우'는 정말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는 거다.</p><p>검색해보니, '전관예우금지법'이라는게 2011년 5월 17일에 생겼다.</p><p>이 법이 전관예우를 모두 없애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p><p>적어도 2011년 이전까지 한국의 사법체계는 썩어도 단단히 썩었고, </p><p>그것도 너무 노골적으로 대놓고 썩었다는 걸 알 수 있다.</p><p>선진국에서 '전관예우'라는 악습이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p><p><br></p><p>이 영화가 다루는 또 다른 주제를 보자.</p><p>그 넘의 학교발전기금, 즉 교사임용비리 말이다.</p><p><br></p><p>JY의 이모, 이모부는 은퇴한 초등교사다.</p><p>어렸을 적, 아마도 초등학교 때 였던 것으로 기억되지만,</p><p>친척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이 주제로 어른들이 얘기하는 걸 어깨 너머로 들었다.</p><p>그 때, 눈치챈 것은 교사 자리는 사고 파는 즉 매관매직이 이뤄지는 직업이라는 거였다.</p><p>수 십 년 전 이야기지만, 구체적인 금액에 대한 얘기가 오갔던 것 같다.</p><p>그 분 들은 이미 교사니까, </p><p>그 분 들이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p><p>교사가 되려면, 수천만원 단위의 돈이 필요했다.</p><p>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이다.</p><p>수 십 년 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아닐지도 모르지만,</p><p>그 날 이후,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없어졌던 것 같다.</p><p>다 그런 것도 아니고, 일부에 불과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다는 거다.</p><p><br></p><p>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지금도 완전히 그런 비리문화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p><p>임용고시가 시작된 1991년 이후부터는, 적어도 공립 학교는 깨끗한 편이고,</p><p>임용고시가 없는 사립 학교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런 매관매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p><p>서울은 2억, 지방은 수천이라는 금액까지 얼핏 보인다. 예체능은 좀 더 비싸다.</p><p>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며, 적어도 교수넷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10% 정도는</p><p>학교에서 임용시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설문조사된다.</p><p><br></p><p>돈을 주고 입학한 학교니까, 학생들에게 촌지 등으로 본전을 뽑으려는 시도는,</p><p>구조적으로 너무 쉽게 이해가 된다.</p><p>촌지비리는 임용비리에서 이미 시작된다는 의미이다.</p><p>물론, 그렇지 않은 90%의 올바른 선생님이 있다는 것은 위안이지만, 그 규모로는 충분하지 않다.    </p><p><br></p><p>그럼, 영화에서 다루는 또 다른 고발주제인 종교를 살펴보자.</p><p>선악판단을 잃어버린 한국 기독교에 대한 얘기다.</p><p>성폭행 비리가 있는 교회 장로이자 지역 유지를,</p><p>해당 교회 신도들이 피켓을 들고 모여서,</p><p>'사탄의 역사'라고 항변하는 풍경은 너무나 익숙하다.</p><p><br></p><p>이런 저런 꼴보기 싫은 년놈들과 조직을 제거하고 또는 빼는 것을 가정하고 한국을 보자.</p><p>인구가 너무 빠져 하나의 국가로 성립이 될 지 의문이다.</p><p>이런저런 인구 다 빼버릴 때, 머리에 뿔 달린 북괴 빨갱이들이 쳐 들어오면 어떡하지?</p><p>보기 싫어도 동포를 해야하나. </p><p>좋든 싫든 한 동포를 하려면, 그래서 계몽이 필요하고, 사회 고발과 내부 비판이 중요하며,</p><p>이런 영화가 필요한 것일 거다. </p><p><br></p><p>그리고, 일상적 체념의 풍경들을 돌아 보자.</p><p>동료교사의 학생폭력에 모른 체 고개 숙인 교사, </p><p>그리고 비리인 줄 알지만, 돈을 바치는 노모.</p><p>이런 방관자이자 조력자인 대중 일반이 이 불합리한 체제를 유지 가능케 하는 공범자일 거다.</p><p><br></p><p>우울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영화의 계보와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p><p>고발영화가 없었던 게 아니다.</p><p>충분치 않았고 주목 받지 않았을 뿐이지, 역사적으로는 꽤 있다.</p><p>환경소송과 관련된 에린 브로코비치,</p><p>담배소송의 인사이더,</p><p>산업폐기물의 시빌 액션..등등.</p><p>주로 이런 영화들의 카타르시스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p><p>'이 해당 사건의 현재 상황을 설명'할 때,</p><p>즉 관련자 누구는 구속되었고,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졌으며...</p><p>등등의 부분에서 극의 긴장과 갈등이 해소된다.</p><p><br></p><p>도가니가 위대한 이유는,</p><p>절망으로 끝났고 스크린 밖에서 희망으로 살아났다는 거다.</p><p>도가니의 엔딩 크레딧엔 정의가 없다.</p><p>누구누구가 심판 받았고, 그래서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없다.</p><p>해피 엔딩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암울한 절망의 심연 한 가운데 던져졌다.</p><p><br></p><p>그 이후, 470 만명의 한국 관객은 이 영화를 선택했고,</p><p>적절한 공분을 일으켰고,</p><p>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그 이후를 적절히 취재했으며,</p><p>여론에 못 이겨, 법 개정이 이뤄졌고,</p><p>범죄자인 교장은 암으로 사망했으나,</p><p>집행유예로 풀려났던 행정처장은, 보기 드물게 일사부재리를 깨고 12년 형을 선고 받았고,</p><p>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장애자 보호법이 생겼다.</p><p>이것은 일종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며, </p><p>비장애인과 다른 처지에 있는 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범죄를 가중 처벌함으로써,</p><p>그 다름에 합당한 처지와 환경을 그들에게 주고자 하는 정의에 기초한 법이다.</p><p>그리고, 광주인화학교는 폐교되었다.</p><p><br></p><p>모든 영화는 프로파간다의 위험이 있다.</p><p>가령, 히틀러의 영화들이 그렇다.</p><p>하나의 영화가 구성원들을 들끓게 하고, 법 개정과 법 판단 번복을 가져오는 현상에 대해</p><p>따져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p><p>늦더라도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가자는 질서주의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p><p>하지만, 대중은 시간이 없다.</p><p>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 더 많은 정의를 보고 싶은 것이다.</p><p>그래서, 그들은 정의를 위해서 기꺼이 무질서를 택한다.</p><p>'질서 보다 정의'를 택했던 알베르 까뮈의 판단은 이런 맥락 위에서다.</p><p><br></p><p>배우 공유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p><p>원작소설을 읽고, 영화 제작을 직접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p><p>커피 프린스 1호점의 프린스 역할에서 바뀌어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p><p>그것도 섬세한 표정 연기로.</p><p>이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많을 텐데, 좀 더 편하게 갔으면 한다. </p><p>이 영화 이후에, 티몬에서 그 광고를 찍었던가.</p><p>"점심 굶어. 저녁은 뷔페니까."</p><p>그 갭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p><p><br></p><p>배우 정유미는, 띄엄띄엄 이지만 오랫동안 관찰해왔던 배우다.</p><p>드라마, '케세라세라'에서도 정말이지 독특한 분위기를 극에 부여했고,</p><p>몇 편의 영화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p><p>하지만, 무엇보다도 JY는 그녀의 초기작, 아니 데뷔작인 6분짜리 단편 영화를 좋아한다.</p><p>'폴라로이드 작동법'</p><p><br></p><p>http://youtu.be/wAPybvN5dQM</p><p><br></p><p>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p><p><br></p><p>그리고, 공지영.</p><p>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인상 깊게 읽었었다.</p><p>하지만, 소설보다,</p><p>세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그녀의 자유로운 변덕이 맘에 든다.</p><p>힘들 걸 알지만, 기꺼이 그 어려운 길을 걸어간 삶의 궤적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다.</p><p><br></p><p>네 번째 선수로 이혼 당할까 봐, 결코 공지영과는 결혼하고 싶지 않지만,</p><p>그녀의 혼란만큼은 어쩌면 존중 받아야 하지 않을까.</p><p><br></p><p>안톤 체홉은 그의 단편 '귀여운 여인'에서,</p><p>세 번 결혼한, (물론 원치 않게 남편이 전쟁 등에서 죽거나 해서 였지만), 캐릭터를 보여줬다.</p><p>체홉의 여인은 그 때 그 때 마다 새로운 남편의 세계와 관심사에 푹 빠졌다.</p><p>매번 다른 지향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p><p><br></p><p>스스로, 자신의 의지로 세 번의 이혼을 한 공지영의 경우는 어떠한가. </p><p>남자의 세계관에 질식 당하지 않았고,</p><p>매번 그 동의하지 않는 세계에서 빠져나왔다.</p><p>체홉의 여인보다, 다른 의미에서 귀여운 부분이 있다.</p><p><br></p><p>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훌륭한 원작을 쓰지 않았는가.</p><p>세계의 참혹과 비참 속에서 아이를 끌어 안고 품은, </p><p>케테 콜비츠의 모습이 그 속에서 어른거린다.</p><p><br></p><p>.끝.</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