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없을 때, 가장 손쉽고 가장 유용하며 또 효과적인 방법은 그 사람의 도덕성을 들춰내는 것이다" -괴벨스.

 가수 Seeya(분명히 말하지만 전 얘들이 어떤 가수인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무슨 노래를 부른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구요. 귀에 익은 노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더군요. 제발 부탁이니깐 팬이니 어쩌니 하는 말은 안해줬으면 좋겠네요)가 생방송중에 백댄서가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을 가지고 부도덕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가수로 매도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의 네티즌들의 도덕성 해이를 두고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미력하나마 몇자 적어봅니다.
 우선 Seeya의 사건을 좀 보기로 하죠. 저도 동영상을 보았지만 그 동영상만 가지고 그 Seeya라는 가수들이 절대 그 백댄서를 내버려 둔 상황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카메라 혹은 무대 앞을 주시하고 노래를 하는 상황에서 뒤에서 백댄서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기도 힘들 뿐더러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무슨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또 설령 그들이 그런 조치를 했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옳을까요?
 저는 우선 Seeya라는 가수들이 뒤에서 백댄서가 쓰러졌다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래에 번쩍이는 불빛에 청각과 시각으로 주변환경을 살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들의 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뒤에 눈이 있진 않습니다. 또 중간에 어떤 가수 한명이 뒤를 힐끔돌아보면서 쓰러지는 것을 봤지만 계속 노래를 했다고 그것을 가지고 비난을 하는데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그 가수가 쓰러진 뒷 사람을 본 시간은 5초도 안될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무대에서 어둡지만 사방이 번쩍이는 불빛이 비추는 상황에서 생방송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과연 그 백댄서가 쓰러진 것인지, 춤추다 넘어진 것인지 혹은 사망한 것인지 알 수 있었을까요? 절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도 의사이고 응급실에서 오랜동안 근무를 해봤지만 단 한순간의 상황만을 보고 그 사람이 간질로 쓰러진 것인지, 발목이 삐어 넘어진 것인지 혹은 심장마비가 와서 쓰러져 죽은 것인지 절대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황을 알고 바라보기 때문에 아 "간질 발작"이었나보다 생각하겠지만 그런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백댄서가 넘어진 것만을 보고 과연 이 사람이 의학적으로 응급한 상황인 발작이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생방송"중에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 사람이 왜 쓰러졌는지, 생명이 위급한 상태로 쓰러진 것인지, 아니면 춤추다 넘어진 것인지 구별할 수 있었을꺼라 생각합니까? 그리고 그것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자신들의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넘어진 사람을 위해 노래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쓰러진 백댄서 이외의 다른 백댄서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또한 PD나 FD등 기타 진행요원들은 뭘하고 있었을까요? 아마 그 사람들도 똑같았을 겁니다. 춤추는 과정에서 발목이 삐었거나 혹은 스텝이 엇갈려서 넘어진 것 정도로 생각하다가 오랬동안 누워있고, 또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그때서야 급히 뛰어나간 것이겠죠. 여러분도 알겠지만 뒤에서 안무하는 사람들이 방송중 혹은 연습중에 넘어지는 것은 그렇게 드물지 않는 일이니깐요.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 라면 그렇게 두지 않았을꺼라고 말들 하시는데. 그럼 묻겠습니다. 간질 발작을 일으킨 사람을 본 적은 있습니까? 간질 발작이 일어났을때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의사 초년시절에 응급실에서 처음 간질발작을 보았을때 비록 "의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던 그때가 기억납니다. 일반인이 처음 간질 발작을 보게 되면 당황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게 되고, 그 가족들 조차도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야 알고 있지만 말 그대로 "이론과 실제"는 다릅니다. 잘 훈련된 응급처치사나 잘 교육받은 의사라 할지라도 그 상황에서는 아마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을 것 같군요. 

 그리고 과연 그 상황에서 이 Seeya라는 가수가 뭔가 하는 것이 과연 옳았을까요? 뭔가 할 수 있다면 그 뭔가를 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그들에게 간질 발작환자를 처치할 만한 응급처치 지식이 있을리도 만무할 뿐더러 만약 그들이 그런 응급조치를 취했음에도 잘못됐다면 어땠을까요?
 롯데의 어떤 야구선수가 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었을때 언론들은 "더 적절한 응급처치를 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라고 떠들어댔었습니다. 옮기지 않고 즉시 그곳에서 처치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반대로 만약 옮기지 않고 그곳에서 처치를 했는데 사지 마비가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왜 빨리 옮기지 않고 능력도 없으면서 잡고 있었느냐고 떠들어 댔겠죠. Seeya라는 가수가 의료인도 아니고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었을까요? 넘어진 백댄서를 일으켜 세웠어야 할까요? 간질 발작환자를 잘못 일으켜 세우거나 서투른 행동을 하게되면 무기력해진 혀가 기도를 막거나 혹은 턱근육의 강직과 수축으로 혀가 잘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Seeya라는 가수들이 서투른 마음에 백댄서를 일으켜 세우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때도 틀림없이 "개념없는 것들 알지도 못하면서 왜 나서?" 라는 식의 기사와 네티즌들의 의견이 줄을 이었을거라는 생각는 나만의 생각일까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형법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요건으로 첫째 범죄의 구성요건을 갖출것, 둘째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살인의 범죄 구성요건은 "타인의 살해했을것" 입니다. 그러나 전쟁중의 군인이 혹은 경찰이 직무중에 어쩔 수 없이 총기를 사용하여 범인을 살해했다고 해서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즉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것을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하고 이런 것이 없을때 비로서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살짜리 아기가 할머니 위로 떨어져서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고 할때 과연 아기에게 처벌을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기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형법에서 처벌을 위한 삼대요건을 달달 외우면서 다닐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어떤 사람을 비난하거나 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것이라고 봅니다. Seeya라는 가수가 "쓰러진 사람을 내버려 뒀다"는 것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 것이 "고의로 내버려뒀는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상황을 알지도 못했고, 알았다고 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또한 그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해도 더 숙달되고 더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주변에는. 
 과연 그녀들에게 책임을 물고 비난할 수 있는 상황일까요?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시대가 바껴도 사람목숨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냐, 대통령이 안된다고 했어도 울먹이면서라도 할 것 같다고 하신 분들.... 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도덕적인 차원에서 일 것입니다.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혹은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조치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과연 개념이 있네 없네라며 그들이 나쁜 x가 되어야 하는 상황인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제압할 수 없을때 가장 손쉽게 써먹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도덕성을 논하는 것이다라는 괴벨스의 말은 안타깝게도 상당부분 사실이고, 또 오늘도 내일도 인터넷에서, 오늘의 유머에서 너무나도 많이 봐왔습니다. 멀게는 O양 비디오 사건이나 B양 비디오 사건에서 개똥녀 사건, 길가에 차에 치인 개와 그 개를 지켜주는 다른 개들의 사진, 지하철에서 노인분에게 자리 양보하지 안고 조는 청년의 사진, 된장녀라는 누명(?)을 쓰고 자신의 싸이 게시판이 도배되어 슬퍼하는 여자로 부족해서 이젠 Seeya라는 가수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여자연애인 섹스하면 안됩니까? 왜 O양이나 B양이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공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그 비디오를 공개한 사람과 어둠의 경로를 통해 그 비디오를 보며 ㅌㅌㅌ을 즐기는 사람이지 그들이 비난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분들은 과연 너무 피곤해서, 혹은 너무 힘들어서 노인분이 탔지만 자리가 없었지만 그냥 앉아서 조는 척 해본 적 없습니까? 운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개나 들짐승들 때문에 사고날 뻔한 적도 많을 것이고 심지어 사고가 난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 개를 친 자동차 운전사는 한 가정의 가장일 수도 있고, 어린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직업 기사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과연 그 개를 치지 않고 다른 방법을 택할 수는 없었느냐는 비난을 할 수 있는지요? 우리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솔직히 관심도 없고, 그저 또 하나의 비난거리를 향해 욕을 해 댈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길거리에 쓰레기 한번 버려본 적 없고,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까? 어제도 오늘도 인터넷에서 사진공개되고 원색적인 비난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했을 뿐인데 그 비디오가 공개되어 뭇매를 맞는 것일 수도 있으며, 급한 환자를 실어나르는 응급차의 기사가 어쩔 수 없이 개를 치우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노래하고 춤추느라 뒤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알지 못하였을 뿐인데 "나라면 그렇게 안해. xxxx야" 라는 욕을 들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향으로 돌아왔을때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들마저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내팽겨쳤다고 합니다. 나라면 자결을 해서라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넌 왜 그렇게 되어서 가문에 먹칠을 하느냐면서 말이죠. 제가 보기엔 지금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이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군요.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꺼다. 사인을 무시하고라도 괜찮은지 살펴봤을 것이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꺼다 차를 세워서 다친 개를 동물병원에라도 데리고 갔을꺼다", "나라면 안그랬을꺼다. 비디오 간수를 잘했을꺼다"라면서 말이죠. 

 예수가 그 고향으로 돌아갔을때 마을 사람들이 "대단한 성인이 왔다고 해서 나와봤더니 옆집 목수 아들놈이 나왔구만" 이라면서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자 예수께서 자기 고향에서 만큼은 별다른 기적도 베풀지 않고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완전히 도덕적인 사람이 있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오늘도 또 한사람을 단지 "도덕성"을 이유로 앞뒤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매도하고 있는 것일까요? 왜 또 한사람을 억울하고 한많은 또 한명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지 모두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한 조각에 불과합니다. 한 조각만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실들이 왜곡될 수 있는지 네티즌 여러분들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좆선, 쭝앙, 똥아일보가 내 뱉는 왜곡들을 보면서 비난할 때마다 한번씩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바라보며 욕하는 이 한장의 사진, 한가지의 사실이 과연 전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툭하면 개념이 있네 없네, 나라면 안그렇네 그렇네 하시는 분들. 과연 개념이 있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사실의 앞뒤도 생각해보지 않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면서 한 사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과연 개념이 충만한 짓인가요? 툭 하면 저런 색히들은 죽여야하네 살려야 하네 하는 분들. 과연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그러지 않을 수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라면 과연 자결 할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가장 도덕성이 해이되고 가장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일지 모릅니다. 도데체 어느 동네 개념이 잘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욕해데는 개념, 도덕이 어디있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