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인종별로 사회적 격차가 매우 큰 나라이고, 이는 출산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2020년 기준 인종별 출산율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반적인 '본토 미국인'과 생활거주환경이 많이 다른 Native Hawaiian / Pacific Islander을 제외하고 보면

히스패닉 > 흑인 > 백인 > 아메리칸 인디언 > 아시안 순의 출산율을 보여줍니다.

히스패닉와 아시안의 출산율이 0.5씩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같은 '미국인' 사이에서도 인종별로 출산율 갭이 매우 큼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요인들이 이런 갭을 촉발시키는 걸까요?

1. 소득

출산율의 저하를 논할 때 흔히 경제적 문제가 거론되곤 합니다. 미국은 인종별 소득도 집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위의 출산율 그래프와 대조해서 볼 수 있는 인종별 소득 자료도 많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고소득 전문직에 제일 많이 진출해 있는 아시안이 소득 수준이 제일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Native Hawaiian을 제외하고 나면, 아시안 > 백인 > 히스패닉 > 아메리칸 인디언 > 흑인의 순서가 됩니다.

가장 출산율이 낮은 아시안이 가장 상위 소득분위에 위치하고, 가장 출산율이 높은 히스패닉은 중간 쯤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체로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집니다. 의외인가요?

2. 종교

많은 미국인에게 인종만큼이나 중요한 구분이 종교입니다. 유럽이나 동아시아와는 달리 미국은 아직 종교생활하는 인구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인종별로 종교적 성향이 많이 다른 편입니다. 미국의 인종별 종교 비중은 아래와 같습니다.

히스패닉계에서는 카톨릭(50%) 인구가 압도적이고, 흑인과 백인에서는 복음주의 여부를 불문하고 개신교(63% / 50%)가 앞도적입니다.

아시안의 경우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과 동아시아계 불자들이 포함되는 관계로 'Other world religions'가 높게 나오고 있고요.

눈여겨 볼 부분은 아시안에서 무종교 인구가 34%으로 가장 높고, 기독교 계열은 약 33%로 제일 적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출산율이 가장 높은 인종인 히스패닉은 기독교 계열이 74%에 달하고, 무종교 인구도 19%로 가장 적습니다.

즉, 기독교일수록 출산율이 높고, 비기독교/무종교 일수록 출산율이 낮습니다.

이는 인종구분을 배제한 출산율 통계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일반적인 출산율 그래프가 아닌, 사실상 가임기가 완료된 40~59세 인구의 평균 자녀 수를 종교 별로 집계한 그래프입니다.

미국 인구의 2% 정도만을 차지하는 몰몬, 유대교를 제외하고 보면 복음주의 개신교와 카톨릭의 출산율이 높고,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특이하게 구분을 해 놓았네요)의 자녀수가 가장 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결론

미국은 인종, 종교별로 문화가 판이하고, 특히 히스패닉이나 기독교 신도들의 경우 대가족주의와 공동체주의 문화가 강합니다.

이러한 집단들에서 출산율이 높은 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 일련의 문화들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요인이 소득이 아닌 인종과 종교라는 부분은 금전지원에만 치중해 있는 한국의 실패한 저출산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결코,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를 전도해야한다~라는 바보같은 결론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저출산을 재난상황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재난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구급 인력이듯이,

정부가 돈을 써서 정책을 펼치는 건 오히려 가장 쉬운 일입니다. 가장 '품이 안 드는'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 존중, 산모 존중, 출산 존중의 문화를 만들고 예비 부모인 10대 20대들이 가정을 이루는 것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먼저 제대로 된 문화 조성 방안이 나오고, 금전적 지원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