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이 개인 자격으로 먼발치서 시위를 직관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분노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여가부 직원들의 말 그대로 원론적인 차원의 행위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만 생각한다면, 여가부의 장관이나 그 보좌관이나 공무원들이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혜화동 시위가 일어나게 된 1차적 원인은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홍대 몰카범 수사가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왜 이렇게 빠르냐? 범죄자가 여자니까."
(1) 그런데 이 사건이 일찍 해결된 것은 범죄자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제한된 공간에서 혐의자가 너무나 뻔한 경우이고, 워마드에 스스로 그림을 올렸고 그것이 곧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수업에 참여한 사람과 모델, 교수, 이 세 부류 중에 한 부류에 속한 사람이 범인인 것은 너무 뻔한데다가 범인이 핸드폰 제출을 거부했으니, 경찰 아니라 유치원생이 수사해도 빨리 할 수밖에 없다.
(2) 그렇다면, 이렇게 표면적인 이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데모를 할 까? 그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차별 받고 있다. (오유저 중에서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차별 받느냐의 여부로 논쟁하려고 하지 않음)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다수가 여성이고 그러한 범죄에 대한 분노가 축적되고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 저항하려고 데모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대의가 공감할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혜화동 시위는 (1)과 (2)의 문제가 섞여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어난 몰카 사건과 항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불법 도촬 범죄 사건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극렬한 메갈 방식의 시위 태도가 섞여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미 안정된 국가에서 어떤 사회적 목표를 가진 집단의 행동이 혐오의 표현 방식을 차용했을 때, 그 운동은 성공할 수는 없다. 이 경우에 혐오는 또다른 혐오를 부른다.
관료는 시민운동이나 저항운동을 하는 집단이 아니다.
여가부 장관이나 공무원이 혐오와 분노가 뒤섞인 시위 집단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으면, 분노와 마찬가지로 혐오의 내용 역시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이미 혐오가 나타나서 다수의 남성과 여성을 공격하는데, 마치 그것은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이루, 자이스, 애비충, 유충, 재기해, 태일해, 유x당선 무x탄핵이라는 목소리가 버젓이 있는데 없는 척 하는 것이 위선이다. 그것은 일부라고 슬쩍 옆으로 치우고 고담준론만 하는데, 원래 모든 문제는 작은 실금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메갈과 워마드의 행동은 실금 수준은 애시당초에 넘어섰다.
그래야 소위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무언가를 제도화하려고 할 때, 이해가 상충하는 집단을 조정할 수 있다. 40-50대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성의 현실과 20-30대 남자들이 바라보는 여성의 현실은 다르다.
50대, 60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여성국회의원과 여성장관은 온라인 상에 퍼져있는 혐오의 실체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심상정같은 인식이라면 애초에 제도화는 물 건너 가고, 지지층 내부에서 엄청난 저항을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분별할만한 인식이나 정보가 없다면, 이런 여가부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어디다 쓰겠나?
어설픈 동조나 학자연하는 감상적 유대로 이 문제를 냉정하게 파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