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토요일, 박성호 학생 생일에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있었던 한국 스크린 문화 학술대회에 가서 광화문TV 동영상에 대해 발표하고 왔습니다. 저 혼자 간 건 아니고 외국인 교수님하고 둘이서 발표했습니다. <div><br></div> <div>"스크린 문화"라서 다큐멘터리부터 극영화까지 영화 종류 + 텔레비전 + 인터넷 방송이나 독립영화/비디오까지 한국인이 만든/ 한국에 관한 내용으로 화면에 비치는 모든 것에 관한 학술대회였습니다. 발표 내용도 먹방(...)부터 한류 드라마를 거쳐 5월 광주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저하고 저의 공저자인 외국인 교수님은 일단 다큐멘터리 섹션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광화문TV 생일 동영상이 다큐멘터리였나요...?;;;; )</div> <div>학술대회 자체는 세월호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발표할 때 저도 같이 간 외국인 교수님도 모두 단상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사진은 없습니다.</div> <div><br></div> <div>견본으로 유튜브의 광화문TV 동영상을 잠깐 보여드리고, 광화문TV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생일동영상 제작과정, 부모님들 인터뷰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20분이라 외국인 교수님 10분 제가 10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 금방 끝나더군요.</div> <div><br></div> <div>전체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광화문TV와 세월호에 대한 질문이 단연 많았습니다. 한국학 학회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내용은 다들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사건 자체에 대한 질문은 별로 없었습니다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광화문TV 생일동영상에는 시위, 집회 사진이 후반부에 들어가는데 이런 것을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 라고 질문하신 분이 있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이 질문을 하신 분은 독일인 교수님이셨는데 저는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고 자동반사적으로 패닉에 빠져서 "정치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만... </div> <div>이후 리셉션에서 독일인 교수님은 국가와 정부의 행정적 무능으로 사람이 이토록 많이 죽은 대형참사에 대해 항의하는 활동은 당연히 정치적이며, 정치적인 것이 옳고 자연스럽다는 취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꼼수'를 아주 재미있게 들으셨다는 이 교수님은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정치적 저항이나 정권을 비판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가 답답하신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정치적인 게 당연하다,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들으니 왠지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 이런 얘기를 외국인한테 들어야만 안심이 될까...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독일인 교수님은 "416의 목소리" 팟캐스트에 대해 알려드리자 매우 궁금해 하셔서 링크 알려드렸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학회 전체 조직하신 영국인 교수님은 기억과 치유에 대해서 논평을 해 주셨습니다.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참사의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의 과정일 수 있으며, 치유의 일환으로 기억을 기록하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학적인 접근이 더 많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참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기억과 기록 자체가 치유가 될 수 있다는 말씀에서 많이 위안을 받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학술발표이면서 동시에 저에게는 일종의 세월호 활동이었기 때문에 "세월호 시위대 모드"로 노란리본 군번줄과 2주기 인양뱃지 남은 것 서너개, 노란리본 손수건 등 관련 물품을 챙겨갔습니다. 발표 끝나고 꽤 많은 분들이 (세월호와 아무 관련도 없는 영국 교수님들인데도) 인양뱃지를 받아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달아주시고 노란리본 손수건을 받아가 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div> <div><br></div> <div>리셉션에서 그곳 케이터링하시는 바텐더 아저씨하고 잠깐 잡담을 했는데, 한국학하고 전혀 아무 상관이 없는 바텐더 아저씨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계시고 "힐스보로 사건이라는 게 있었는데 둘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div> <div><br></div> <div>세월호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발표를 결심했지만, 오히려 가서 여러 다른 분들을 만나서 여러 의견들을 들으면서 제가 많이 힘을 얻었습니다.</div> <div>기억은 치유이고 회복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이 아니고 전문가이신 교수님이 해 주신 말씀입니다.</div> <div>유럽 사람들도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div> <div>우리 자신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한국 사회 공동체의 더 안전하고 행복한 앞날을 위해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좀 더 자신있게 저항하고 말하고 행동해야겠습니다.</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