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01일을 맞이하는 3월 16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 유미지 학생의 생일입니다. 

미지는 2학년 1반 반장이었습니다. 집안 전체에서 첫딸이라태어났을 때부터 축복받았고 가족과 친척들까지 모두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미지는 성실하고 속 깊은 아이였고, 부모님의 좋은 점만 물려받아 착하고 현명하고 예쁘게 자라났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미지는 반장으로서 반 친구들을 모두 탈출시키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생존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반장이 선장 노릇을 다 했다. 우르르 몰려나가지 말고 한 명씩 나가자, 지금은 문이 안 열리니까 좀 더 물이 찬 뒤에 열자, 이렇게 침착하게 지휘했다"고 합니다. 

미지 아버지는 그렇게 현명하고 책임감 강했던 미지가 자랑스러우시면서도, 미지가 반장이 아니었다면 살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하다고 하셨습니다. 

미지는 아빠하고 친해서,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 얘기가 있다며 자기도 어른이 되면 아빠 비행기 태워드리겠다고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미지를 수습해서 안산으로 오실 때 구급차가 아니라 헬리콥터를 타셨는데, 헬리콥터도 일종의 비행기니까.. 미지가 죽어서도 약속을 지키는구나 싶어서 너무나 슬펐다고 하셨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미지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성실하고 침착하고 어른들보다 훨씬 책임감 강했던 미지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가 오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 쓸 시간이 도저히 안 나서 지하철 안에서 폰으로 작성해서 생일 글이 엉망입니다. 미지에게도 미안하고 여러분께도 죄송합니다. 양해 바랍니다.